꼭 그래야만 한다면,

[바닐라라떼 한 잔의 여유를]

by 유위드미

지금의 나는 여러 생각들을 긁어모아
결단을 하고,
그 결단을 글로 써내고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큰 생각이나 결심을 하며 살지 않았었다.

아니면 그때의 큰 결심이 지금의 결심에 비해 유독 작아 보이는 걸지도.


어렸을 때부터 나의 꿈은 상담사 혹은 사회복지사였다.

그 직업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보았다.

"좋은 일 하시네요."

그 말이 불편하다는 이야기.

진정한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


그때의 나는 그 말들의 의미가 와닿지 않았다.

나는 그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쁜 사람이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고등학생 3학년 때 이미 진로를 정해두었던 나에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봉사는 취미로 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직업에 귀천을 두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저 사람은 좋겠다. 책임질 게 바닐라 라떼 하나라서"


그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넘겼던 말인데

그 말은 삶이 많이 지쳐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요즘의 나는

책임질 무게가 늘어가고 있어 버거워하고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서 있는 위치에 해야 할 숙명과도 같은 일들이 생겨나는데

왜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멈춰 서 있는 걸까?


못다 한 일들이 미뤄질 때면

내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사명감이 없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자리에 계속 있어도 되는 걸까.

차라리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야 하는 사람은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며

이마저도 뜻대로 안 되는 것임을 알아차려야만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들 때문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2026년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미지로 붙여내보았다.



책임질 것이 바닐라 라떼 하나일지 아닐지는

삶의 주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고

생각의 끝에 답을 얻을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선택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직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지 못해

집에 오면 그냥 뻗어버릴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꽃꽂이를 하고 싶은 작은 결심이 생겼다.

새로운 사건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변화 속에서 인사이트를 얻으며

매일 아니더라도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취미로 이어가 보려 한다.




살아남기만 하는 삶 말고,

버텨내기만 하는 책임 말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균형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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