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시칠리아 이모저모
비수기 시칠리아 시리즈를 9화로 마치자니 아쉬움이 커 10회 차를 채우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고 했는데 아직도 남은 이야기가 몇 개 있었다. 그중 하나는 함께한 아이들의 시선이다. 사실 이번 시칠리아 여행에서 아이들은 모두 반대를 했다. 아이들은 작년에 갔던 런던을 위시로 한 대도시가 자신들에게 더 맞다고 주장했다. 어릴 적 그냥 안고 다니면 됐지만 이제 그들도 그들의 취향이 생긴 듯했다. 런던과 같은 대도시의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해리포터’의 도시다운 다양한 기념관들이 그들을 유혹했다. 그들에겐 인상적이지 않는 런던의 음식은 그리 중요치 않았다. 그동안 책에서 배웠던 다양한 관광지(버킹엄궁 등)에서 사진을 남기는 것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설득한 건 시칠리아의 자연과 음식이었다. 거듭 설명했던 비수기의 시칠리아는 아이들에겐 노잼이었다. 수영을 할 수도 없었고 검색에 검색을 하고 찾아간 편집숍은 문을 닫기 일쑤였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그다지 그들에겐 인상적이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만족한 것은 대중교통이 아닌 렌터카 그리고 시칠리아의 맛이었다. 확연하게 어른의 입맛과 그 녀석들의 입맛은 확연히 달랐다. 그 녀석들이 최고로 뽑은 음식은 바로 백종원픽의 파를 둘러싼 곱창이나 각종 튀김류들이었다. 그리고 굳이 이탈리아까지 와서 먹고 싶지 않았던 1인 1판이라는 그들의 피자였다.
모든 가족의 취향을 맞출 순 없을 것이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서로 맞춰가는 것이다. 어느 누가 자신만을 강조하면 여행의 묘미는 사라진다. 서로의 배려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여행의 마무리를 위한 마지막 저녁을 함께했다. 역시나 녀석들이 꼽은 별말도 안 되는 음식이나 기억들은 나를 어이없게 만들기도 했지만 각자 자신만의 최고의 순간을 말할 때는 모두 동의하기도 했고 각자의 순간이 존재함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큰 사건사고 없이 마무리되어 너무나 감사했다.
아시다시피 여행 중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다 보면 한국과는 다른 환경을 만나는데. 넷플릭스 등 OTT는 국가별 접근권한 같은 것이 있어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영상만으로 편집된다. 또한 SNS도 국가환경과 지역밀접한 피드로 재편되는데 특히나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올리는 피드가 많이 보이게 된다. 난 시칠리아에서 이들(아마도 이탈리아 사람들)의 피드가 매우 특색 있었다. 아마도 오랜 역사와 근대 큰 전쟁을 겪지 않아서 그런지 사진 자료나 역사 자료가 많이 남은 듯했고 이들의 피드를 보면 하나의 사진(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그 상황이나 인물을 설명하는 피드가 한가득이다. 해당 피드 모두가 나에게 신선했고 역사적 인물에 대한 내용들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마치 지식의 향연처럼 서로 경쟁하듯 과거를 이야기하듯이.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들 피드를 못 만날까 봐 보이는 대로 팔로우를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이런 유의 피드를 올리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냥 나에게 신기했던 경험으로 흔적을 남겨본다.
이제 애들 빙자 여행러로서의 여행은 당분간 어렵지 않을까 한다. 무럭무럭 자란 녀석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아졌다. 현재 건축 중인 제주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제주에서의 라이프로 새롭게 준비해 볼까 한다. 그리고 아직 사진첩에만 있었던 그 여행의 기억도 다시 하나하나 꺼내 볼 예정이다. 예전엔 최소 1박 2일이 걸렸던 시칠리아가 이젠 당일로 갈 수 있는 루트도 생긴 듯하다. 한국분들의 방문도 점점 많아짐을 느낀다. 다른 가족분들의 생생한 여행기도 기대해 보고 싶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