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게도 티본 스테이크를 스페인에서 처음 먹어보았다. 지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티본스테이크의 본고장인 피렌체에서 먹어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스페인에서 충분히 풀었던 것 같다. 스테이크라는 부위, 소금의 의미 그리고 미디움/웰던의 차이 등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바르셀로나 근처 유명한 Torres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3개였는데 그 중 약 15분정도 떨어져있던 MAS RABELL레스토랑의 티본스테이크가 포함된 성인 1인당 60유로짜리 코스를 선택했다. (멤버쉽 가입 후 사전 온라인 예약시 10% 할인이 됐다! 한 명 한 명씩 멤버쉽을 가입해야 하는 수고가 따른다)
목가적 분위기의 시골 구석에 위치했던 레스토랑은 1월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으나 마당부터 포스가 느껴졌다. 처음 웰컴 음료와 수제 올리브로 맞이해 주었고 이 레스토랑에서 직접 운영 제조한 자체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처음 따왔다. 샐러드와 함께 서비스된 음식에 자체 브랜드인 올리브오일과 비네가를 듬뿍 넣어 먹으니 너무 신선했다. 꼭 오일과 비네가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1병씩 구매했는데 각각 8유로 정도에 와이너리에서 직접 구매했다. 비네가는 까베르네 쇼비뇽 품좀이었다.)
이후에 스페인에서 충격적으로 맛있었던 감자 구이, 피망 구이, 아스파라거스 구이 등이 모든 것이 예술이었다. 유럽의 감자가 어딜가나 탁월하게 맛있었는데 과거 주식으로 먹던 감자의 품종을 잘 개발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특히 피망 구이도 케찹이 없는 스페인의 레스토랑에서 케찹이나 느낌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하 하고 있었다.
아쉬웠던 것은 와인이었는데 와인 페어링이 고급 와인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한다는 의미였을까. 와인까지 좋았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레드보다는 화이트가 좀 더 괜찮긴했다. 매우 평범한 맛이었다.
티본 스테이크에서 소금의 쓰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단순한 소금이 아니라 암염소금으로 매우 굵은 소금을 사용했는데 고기의 맛을 맛깔나게하고, 의미있고 엣지있게 만드는 역할로, 절대 짜거나 하기 않고 그냥 딱 어울리고 조화로운 맛을 내었다. 티본이 일반 우리의 양보다 많아 먹는 것이 도전이었지만 미디엄의 피빛 부위가 그렇게 부드러운 것인지. 이제는 웰던으론 못 먹겠다는 다짐을 했을 정도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마지막으로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 무스 역시 모든 것이 완벽할 정도로 잘 어울렸는데 특히 함께 나온 모스까토 오로 와인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마치 아이스와인처럼 진한 단맛이 나면서 마지막에 알콜의 알딸딸함이 느껴지는 경이로운 맛이었는데. 디저트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우리가 이것은 아이스와인과 같다고 볼 수 있는가 물었으나 레스토랑 매니저는
절대 아이스와인이 아닌 직접 제조한 모스카토 오로라고!
레스토랑 매니저가 극구 부인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원래 단 와인을 절대 싫어했던 나는 때로는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 있다는 사실에 깊은 깨닳음을 느낀 하루였다. 앞서 언급했던 어린이를 위한 메뉴가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60유로짜리 코스를 먹었는데 우리와 다른 테이블 사람들은 다른 메뉴를 먹었다. 티본을 먹지 않았고 디저트도 달랐고 특히 이들은 와인보다 위스키류의 독주를 마시는 것 같았다. 이 집이 다양한 술을 제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구글맵에서 이 집의 평가를 읽어보니 다양한 단체 여행객들을 다루는 것을 보니 숨어있는 맛집이라기보다는 해당 지역에서는 유명한 레스토랑이 아닐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