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여후보생
일단 이 글은 나중에 ROTC(학군사관후보생)지원을 하고 싶은 여자 후배들이 우연히 서치를 하다가 이 글을 발견하고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쓰게 되었다.
나도 지원 전에 구글, 유튜브를 가리지 않고 ROTC에 대한 정보를 많이 검색했는데 다 너무 오래된 내용들이었고 여자 ROTC에 대한 내용이나 실제 경험담은 더더욱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ㅠㅠ
ROTC 지원 계기는 딱히 거창한 건 아니었다. 난 원래부터 꿈이 군인이나 경찰 같은 것도 아니었고 장교출신을 내세워서 취업을 유리하게 해야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지원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새로운 경험, 남들이 쉽게 잡을 수 없는 기회들(여기서는 문맥상 여자들이 쉽게 잡을 수 없는 기회들이겠다)에 강력하게 끌리는 편이었던 나는 ROTC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운동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체력이 완전 저질인 것도 아니고, 제복 입은 멋진 사람ㅎㅎ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해서.. 그래서 지원했다.
물론 이 이유가 다는 아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 ROTC 해보면 어떨까?? 라고 아빠한테 물어봤는데 진짜 급 정색을 하면서 완곡하게 반대하는 모습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원래 내가 뭘 하고싶다 하면 오히려 밀어줬지 저렇게까지 딱잘라 반대한 적은 없었다;;)
내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니까 그 이유만으로는 부모입장에서 2년의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여자가 군대에 적응하기도 힘들다...등등 군대유경험자로서 엄청 잔소리를 했다.
아빠 말이 다 맞긴 하다! 군대도 안갔다온 내가 뭘 알겠냐.... 근데 나는 저 말을 듣고 더 오기가 생겨서 진짜 ROTC를 하면 내 인생에 손해일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봤던 것 같다. 오랜만에 생각만으로도 가슴뛰는 일이 생겼는데 그걸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3/6
이맘때쯤 학교에 열린 ROTC 부스를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짝선짝후 제도를 통해서 같은 사범대 ROTC 선배님에게 질문도 엄청 했다.
그 과정에서 아빠가 뭐라했건 일단 나는 하고싶긴 했으므로? 냅다 지원서를 넣었다. ㅋㅋㅋㅋ 어차피 나중에 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안 하고 싶으면 취소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그냥 빨리 넣는 게 이득이다 싶어서 지원했다.
그리고 진짜 진지하게 내가 ROTC를 지원하는 이유를 생각하면서 PPT를 만들었다. 솔직히 고삼때 면접 준비하면서 내 주특기였던 아무것도 아닌내용 뻥튀기하기...를 좀 하긴 했다. 그래야 아빠도 인정은 해줄거아닌가... (참고로 엄마는 이제 100세시대라고 앞으로 남은시간 많다면서 찬성해줬는데 아빠가 군대안갔다와서 모른다면서 머라햇음) 물론 나는 성인이니까 한다고 하면 못하게 할수는 없지만 내 생각 정리도 할겸 엄마아빠한테 알려주면 좋으니까 열심히 만들었다.
대학 전공 정할 때도 내가 공부하고 싶은 걸 골랐듯이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목적없는 취업준비(주관적인 의견입니다,,) 대신에 내가 재밌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 돈은 많이 안 벌어도 되니까 무조건 행복할 수 있는 쪽으로!! 그래서 나는 졸업 후 나이가 차기 전에 취업을 빨리 하려는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ROTC 지원을 좀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고민했던 것들은 더 많았지만 가장 고민되는 걸 꼽으라면 이것이겠다.... 아빠가 반대한 이유도 이 부분이 가장 크기도 했고!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 군대<<라는 단어 특성상 뭔가 무섭기도 하고 괜히 가기 싫기도 해서 ROTC를 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후에도 조금씩 망설여지는 때가 있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보다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ppt에 적힌 것처럼 나름대로 생각정리를 하며 중도포기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제 고작 1학년이지만.. 내년에도 이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ㅎㅎ)
4/2
학교에서 열린 ROTC 부스에서 군복도 입어보고 모자도 써보고 총도 들어봤다 ㅋㅋㅋㅋ 생각보다 총이 엄청 무거워서 놀랐다 이걸 강철부대에서 목에 몇개씩 걸고 행군을 하신거라고..???
4/29
ROTC 짝선님이랑 밥약 하기로 한 날..!!!
아니 선배님이 너무너무 멋있으셨다..... 내가 질문 진짜 이것저것 많이 했는데 궁금했던거 다 답변해주시고 ROTC 지원금으로 뭐사는지.. 같은 자잘한 질문들도 재밌게 대답해주셔서 너무 유익했다!!
밥먹고 ROTC관으로 올라가서 내부를 구경했는데 저번에 신청 서류 내러 왔을 때 잠깐 봤었던 국가...조국...안보....등등에 대한 거창한 설명이 적혀있는 벽 포스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미니 탱크랑 장갑차 모형? 같은것도 유리통 안에 넣어서 막 전시되어있고.. 엄청 신기한 게 많았다. 제일 재밌었던 건 사격장에서 비비탄총을 쏴봤던건데 안경 안가져옴 이슈로 나는 겨우 한발밖에 맞추질 못했고.. 슨배님은 쏘는 족족 다 맞추셨다!!
5/8
학교에서 단체로 신체검사+ 체력검사를 받으러 국군수도병원을 방문했다. 신검 때 사지검사라고 해서 팬티만 입은 내 몸을 여의사분이 동서남북 돌려가시며 검사하시는데 (육안으로 보이는 흉터나 문신 발견목적) 이게 너무 수치스러워서 제일 기억에 남았다.. ㅋㅋㅋㅋㅋㅠㅠ
신검 전날밤 10시부터 물도 못먹는 금식 들어가야돼서 9시 59분까지 허니버터칩을 퍼먹다가 딱 양치하고 잤다. 다음날 7시까지 ROTC관으로 집합해야해서 전날 다 씻어놓고 6시반에 일어나서 양치만 하고 나가고.. 진짜 신검하는 내내 초췌한 몰골로 피 뽑고 소변검사하고 별걸다했다
옆에 앉은 다른 지원자분하고 소소하게 얘기나눈 것도 재밌었다 ㅎㅎ
티엠아이지만 끝나고 점심으로 준 김밥이 너무너무 맛있었다 12시간 공복 이후 먹는 첫 식사..♡
그리고 원래 아는사이였던 언니를 오늘 ROTC지원자로 만나게돼서 너무너무 놀랐다.. 그 언니도 나도 전혀 상상 못했던 자만추 장소
신검 끝나고 다같이 센터로 이동해서 몇 그룹으로 나누고 체검을 봤다!!
내가 체검(국민체력100)을 위해서 매일 밤 학교 캠퍼스를 뛰어다녔는데 그게 헛되지 않았던 것 같다 ㅋㅋㅋㅋ 왕복오래달리기랑 윗몸일으키기가 제일 약해서 그 두개만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미성년자 달란트(생일 안 지난 만 18세 ㅎㅎ) 덕분에 윗몸일으키기는 팔을 엑스자로 만들고 하는 거 대신에 손만 무릎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방식으로 측정했다. 미자 아니었으면 윗몸일으키기 한개도 못해서 진짜 개쪽 당할 뻔;; 다른 종목은 다 괜찮은데 이것만 극단적으로 못해서 앞으로 계속 연습해야 될 것 같다.
그리고 미자달란트가 마냥 좋은게 아닌게 왕복오래달리기 기준이 더 빡세다;; 그래서 원래 성인기준으로는 1등급 받고도 남을 개수인데 한살 차이난다고 3등급을 받는 일이 일어나고......ㅜㅜ
아무튼 고삼때보다 이것저것 많이 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어차피 임관 전에 보는 체검 말고 사전후보생 자격을 위한 체검은 탈락하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기준이 높지가 않으니까 부담은 별로 없었다! 그냥 정석 윗몸일으키기를 한개도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웟을뿐.....
자 그럼 이제 뭐가 남앗느냐
면접이 남았다
고등학교 3년내내 학종러 생활+ 대학 면접 3개를 봐본 나같은 경우에는 ROTC면접?같은건 전혀 걱정이 안됐다......대학 입학 면접보다 더하겠냐고ㅎㅎ
5/21
면접만 남기고 여유롭게 살고있었는데
학군단에서 갑자기 재검대상이라고 문자가 날라왔다
일단 신검 1급이긴한데요
심각한건아니고(사실 심각한건데 이때는 몰랏음;;) 빈혈이슈랑 무슨 혈액 성분 재검을 민간병원에서 해야 된다고 한다,,
아 일단 1차적으로 너무귀찮앗고
진짜부끄럽지만 난생처음 대변검사라는것도 해봤다,,,, 받아야 하는 소견서 이름이 다 영어라서 대충 혈액검사인줄만 알고 뭔지도 모르고 갔는데 갑자기 이딴검사를 해야되는 상황이 오니까 현타와 함께 X발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검사를 위해서 내 생돈 41500원이 추가로 나갔다.... 악 내돈 ㅠㅠㅠㅠ
(9월달에 정식 사전후보생 자격나오면 엄빠한테 ppt발표할라고 햇어서 병원비달라고도 말못함ㅜㅜ)
5/29
위에 써놓은것처럼 이날 피뽑고 검사하고 난 다음에 카페에서 지피티와 함께 면접준비를 했다. 어차피 엄청난 개소리를 하지 않는 이상 면접은 다 통과일테니,,, 선배님이 받았던 질문같은거랑 학군단 면접공지에 나온 질문들만 가볍게 생각해갔다
국가관, 안보관, 대적관이 무엇인지 (+자신의 국가관)
6.25 전쟁의 역사적 의의
한미동맹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군의 역할
리더십을 발휘했던 순간, 실패했던 순간 등등...
6/4
교양 수업 하나를 째고 면접을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았다♡♡ 심지어 공결서도 매번 발급해주셔서 지금까지 각종 ROTC 일정덕분에 수업을 총 4번이나 쨀 수 있었다.
면접은 별거 안물어보셨던 것 같은데.. 갑자기 아이스브레이킹용 질문으로 부모님 자랑을 해보세요! 라고도 하시고, 등산 좋아한다니까 어디 산 갔냐고도 물어보시고 되게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다음에는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는지, 타인과 다른 의견을 가질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 봉사를 해보고 느낀 점이 있는지 등등을 여쭤보셨다.
* 나는 여대에 재학 중이기 때문에 '학교별 지원'을 통해서 우리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자체 면접을 본 케이스다. 공학 대학교에 재학 중이라면 다른 면접 전형을 통해서 선발되는 걸로 알고 있다!
6/5
또!!!! 7시반에 집결해서 재검대상자들끼리 군 병원으로 이동했다. 저번에 받은 민간병원 소견서를 가지고 여기다가 최종적으로 내야 통과?가 되는거다. 하.......
내가 이렇게 힘들게 후보생이 되어야만 하는건지에 대해 현타가 살짝 왔지만 일단 끝내놓고 생각하기로 했다
가는길에 빈혈때문에 탈락할까봐 지피티한테 겁나 징징댔음;;
1주일 동안 철분제 먹은 거 가지고는 철분수치가 오르진 않을거고.... 하 3월에 학교에서 건강검진 받고나서 결과 제대로 확인하고 꾸준히 관리할걸!!!이라는 후회가 가득가득.........
그리고 다른얘기지만 철분제 부작용이 너무 많아서 짜증난다. 복통+속쓰림+설사+복부팽만감이 매일 콤보로 온다고 생각해봐라.... 근데 약을 아침저녁으로 먹는다고 하면.. ^^ 고작 1주일 먹었는데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만약 본인이 ROTC 지원자인데 빈혈 수치가 낮다 하시면 제발 알게된 그순간부터 관리를 해주세요... (식이요법이든뭐든)
왜냐하면 철분제는 정말 사람이 먹을것이 안되기때문입니다....
아직도 약병 보면 ptsd 와서 구석 어딘가에 처박아놓음
그리고 저처럼그냥 아무생각없이살다가 탈락위기가찾아올수도잇습니다,,,
tmi : 군 병원 안에 있는 씨유는 모든품목에 무려 300원이나 할인을 더 해준답니당~
6/11
신원조사라는걸 해야한대요
나는 지금 시험기간인데;;
저런 사이트가 존재하는지도 처음 알았음
진짜 너무너무 귀찮았지만 신용증명서 발급받고 각종 서류 다운받고 세미 자기소개서?같은거 써서 인터넷으로 제출했음
가정 및 생활환경, 성장과정, 자아표현(국가관이나 좌우명같은거), 지원동기 및 비전 << 이렇게 4개를 써서 냈는데 솔직히 부담은 없었고 면접준비할때 써놨던 답변들을 많이 긁어왔다 ㅎㅎ
이쯤되니까 1주일정도 복용한 철분제의 영향으로 내 삶의 질이 급격하게 안좋아져서 내가 이렇게까지 rotc를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되는 상황이 오게됐다 ㅋㅋㅋ (사람 컨디션이 이렇게 중요하다)
결국 초반 마음가짐으로 또 도돌이표.... 하하 약간 미칠거같앗지만? 그래도 거의 지원 막바지니까 일단 뭐가됐든 붙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직 60퍼 정도는 할 마음이 남아있긴 했으므로..
6/24
그리고 잊고 살 만할때쯤 뜬금없이 문자를 보내준다.
강철부대 볼 때부터 너무너무 인상깊었던 이어진 슨배님 ♡
그래서 저 재검 결과는 어케됐는데요;;
만에 하나 고작 철분수치 때문에 탈락이 된다면 너무 허무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나 고딩때부터 헌혈 빠꾸먹은 적도 없는데....
7/16
으아아아아 진작에여쭤볼걸!!!!!!
내 걱정이 싹 내려감
재검때 진짜 철분 수치가 오른건지
아니면 앞으로 개선가능성이 있어서 국군수도병원에서 통과시켜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너무 다행이고♡
갑자기 rotc가 너무하고싶어짐
23살에 대학 칼졸업하고 장교복무까지 해도 나 25살밖에 안 됨.. 진짜 젊은거잖아
어차피최종결과도 합격이겟구만!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9월이 오기만을 기다림 ~
9/11
드디어 합격!!!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결과라 뿌듯함이 제일 컸고
진짜 오래도 기다렸다 ㅋㅋㅋ 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에 지원할 때에는 9월 언제 와..? 이랬던 것 같은데 시간이 넘 빠르네요
사실 제가 rotc 말고 졸업하고 나서 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미련없이 이 길을 포기하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2년을 걸어볼 만큼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을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최종 후보생 자격을 얻기까지 열심히 노력해 보았습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아무쪼록 rotc 지원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