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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Lee 리지 리 Mar 30. 2024

비행 기록의 확장

2024년 1월 2월 3월 회고록


매 비행 기록을 나의 비행 노트에 펜으로 남긴다. 가끔은 사진들과 함께 네이버 블로그에도 남긴다. 최소 일이 주에 한 번은 발행하고 싶은 브런치에는 힘겹게 한 달에 한 번 발행하고 있다. 저번주에는 세이셸,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을 다녀왔고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기록의 방식이 무엇이던 기록에는 힘이 있다. 심지어 내가 며칠 전 경험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남긴 영상들의 디테일을 보며 그새 잊었던 기억을 회고했다. 아직은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테스트 중이다. 유튜브도 영어로 말해야 할지 한국어로 말해야 할지 아니면 자막을 넣어야 할지 말이다. 주제도 그러하다.



2024년 Q1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갔고 1월 2월 3월 했던 비행들은 어디였고 각 비행에서 배운 점들을 간단히 남겨보고자 한다. 기억이 도저히 안나는 비행들도 있지만 말이다.




1월

AUH 아부다비 턴

리커런트 트레이닝

ULH 알 울라 턴

IAH 휴스턴, 미국

HKG 홍콩


2월

설날 포함 겨울휴가 한국

MAA 첸나이, 인도

GVA 제네바, 스위스

SIN 싱가포르

NCE 니스, 프랑스 


3월

HND 하네다, 일본

OTP 부쿠레슈티, 로마니아

SIN 싱가포르

SEZ 세이셸

JFK 뉴욕, 미국

HGH항저우, 중국








1월의 기억은 희미하다. 아시안 컵을 즐겼던 기억은 크다.

Asian Cup


AUH 아부다비 턴 - 기억이 전혀 안 난다


리커런트 트레이닝 - 1년에 한 번 받아야 하는 안전, 보안, 퍼스트에이드 트레이닝인데 트레이닝 마지막 날 같이 들은 몇몇의 크루들과 무쉐립에서 브런치와 커피를 즐겼다. 무쉐립에 프레스 센터가 있었는데 아시안 컵 취재진 200명이 한국에서 왔다. 카페에서 우연히 축구 잡지에서 일하는 저널리스트분도 만나 인터뷰를 했었다.


ULH 알 울라 턴 - 기존의 리야드, 제다, 담맘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의 새로운 데스티네이션이다. 신기하게도 큰 회사들의 본사들과 사막과 사막 산 중간에 위치한 화려한 호텔들도 있다고 한다. 한 승객은 알 울라에 차디 호텔을 오픈하러 간다고 했다. 이 짧은 비행에서 카푸가 날아왔었다.



IAH 휴스턴, 미국 - 왜 미국 비행 중 휴스턴 비행만 주는 거죠? 저번 12월에도 백투백으로 했는데 또 받았다. 루틴대로 치폴레를 맛있게 먹고 왔다. 16시간의 긴 비행이지만 호텔도 도심에 위치해 있고 나쁘진 않다.


HKG 홍콩 - 이건 나에게 프리 어사인 된 테스트 비행이었다. 난 회사에서 일 년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중이다. 앞으로 모든 크루들이 아이폰을 사용하게 될 것인데 그 안에 들어갈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체커, 아이티 스태프들과 함께 비행했다. 뜨악 기종도 비오 시리즈인데 내가 갤리매니저가 되었다. 갤리 카운팅, 승객 씻차트 모든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패드, 아이폰으로 다 하는 테스트 비행이었다. 정말 도전적이었고 이 비행 후에는 이 주간 만성피로로 힘들어 회사에 이메일까지 썼다.








2월 설날을 포함 겨울휴가로 한국을 갔었다.


마침 설날에 한국을 가 남동생의 차를 처음으로 타보고 함께 할머니댁으로 드라이브도 갔다. 리브 앞뒤로 오프를 전혀 못 받아 길게는 못 있었지만 한국은 항상 천국이다.  


MAA 첸나이, 인도 - 와우 전날 밤 갑자기 잡힌 어세스먼트 비행. 보잉 787-9 기종에 이코노미 오버북으로 풀이라 15명의 승객을 맡았다. 짧고 바쁜 비행이라 심지어 어세스먼트를 할 시간조차 없어 사무장이 돌아오는 길에 한다고 했다. 레이오버에서는 맛있는 조식과 인도음식을 즐기고 운동을 했다. 어세스먼트 공부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무사히 돌아오나 했는데 한 엄청난 승객이 있어 당황스러웠지만 또한 경험이었다. 압박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할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겠다. 이 비행도 유튜브로 기록을 남겼다.

https://www.youtube.com/watch?v=CwgQYj_MVJE


GVA 제네바, 스위스 - 주말이라 모든 것이 닫았었고 13시간인가 16시간의 굉장히 짧은 레이오버라 조식을 먹을 수도 시티를 나갈 수도 없고 잠만 자고 도하로 돌아왔다.


SIN 싱가포르 - 싱가포르를 많이 가 봤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gardens by the bay를 가봤는데 무더운 도시 속 푸르르고 시원했다.


NCE 니스, 프랑스 - 데이오프 레이오버로 다음 날 이제, 모나코로 데이트립을 갔다. 레이오버에서 다른 국가를 간 건 처음이었다. 이탈리아도 가깝고 칸 영화제의 배경인 칸도 가깝다. 구름이 끼고 비가 오락가락했는데도 바다와 절벽이 펼쳐진 자연 속 도시가 아름다웠다. 맛있는 프랑스 로제 와인도 발견하고 미모사 나무를 실제로 본 것도 처음이었다.



Eze, Nice


 





3월 아직 추운 봄이다.


HND 하네다, 일본 - 첫 일본 비행이었다. 두바이에 사는데 도하에 출장을 자주 오던 요가 스튜디오에서 만나 친해진 일본인 친구가 도쿄에 있어 만났다. 도쿄 타워와 스카이 타워가 보이는 곳에 일본식 에프터눈 티를 예약해 놓아 캐취업을 하며 타마리를 먹고 차를 마셨다. 가자마자는 사무장과 둘이 나가서 야식을 먹기도 했었다. 레이오버는 너무 좋았지만 비행이 힘들어 또 요청을 할지는 의문이다.   


OTP 부쿠레슈티, 로마니아 - 이코노미 크루 첫 달에 갔던 기억에 남는 부쿠레슈티를 두 번째로 갔다. 호텔 자체의 웰니스 시설이 좋아 수영을 하고 야외 자쿠지, 스파를 즐겼다. 양배추 롤도 사워크림도 맛있다. 와인과 칵테일도 마셨다.


SIN 싱가포르 - 요청을 안 해도 자주 나온다. 저번에 못 먹은 싱가포르 전통 음식인 바쿠테를 먹고 일식 빠를 가서 하이볼을 마셨다. 맥스웰 마켓에 가서 코코넛, 슈거케인 주스를 마시고 잘라진 파파야를 사서 기내에서 먹고 도하에 와서도 먹었다. 호텔 근처의 큰 캐년공원도 거닐었다.


SEZ 세이셸 - 두 번째 간 세이셸, 백번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정말 라이트 로드의 꿀비행이었다. 무료 조식을 즐기고 비가 내리고 밤 비행 후 졸려 아일랜드는 가지 않았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 수영을 하고 크루들과 브라보에서 저녁을 먹었다. 유튜브에 영상을 남겼다.

https://youtu.be/KYJ8Gzzy6yY?si=1qjufQTDGCPI3x0z


JFK 뉴욕, 미국 - 처음 가보는 뉴욕! 호텔이 브로드웨이에 위치해 타임스퀘어가 바로 옆이어서 정말 붐비었다. 지금 이 시기에 많이 흔들리는 아틀란틱 오션을 지나 끊임없는 서비스를 하며 멀미가 나 힘들게 도착했지만 뉴욕에 온 것은 감동이었고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갔다. 브루클린의 동네도 보고 프로스펙트 공원도 거닐었다. 3월 말 아직 겨울의 찬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함께했다.


New York





HGH항저우, 중국 - 오늘 밤에 항저우로 떠난다. vpn과 알리페이를 다운로드하고 가야 한다고 한다. 항저우는 차와 산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기대된다.








4월에는 첫 주에 상파울루, 브라질 비행이 있다. 아일랜드에 살 때 같이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일했던 브라질리안 친구 애블린이 있어 다음날 만나 같이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어쩌면 평생 다시 못 볼 것 같은 인연도 비행을 하며 다시 만나게 된다. 운명이라면 멀어도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겠지.



비행을 하며 경험하는 것들 느끼는 감정들을 틈틈이 기록하고 있고 기록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3월도 마무리를 하고 다가오는 4월 초 상파울루 비행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트레이닝을 받고 6개월간 파견근무를 시작한다. 과연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항상 선택해야 하는 건 나 자신과 사랑이다.



오늘도 새로운 승객들과 동료들을 만나며 다가오는 한 비행 한 비행씩 집중하며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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