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가벼운 데니쉬 남자들, 덴마크 비행

밸런타인데이 코펜하겐 비행

by Lizzy Lee 리지 리


DOH-CPH

Copenhagen, Denmark

14 Feb 2026


브리핑 룸에 들어온 그루밍 오피서가 해피밸런타인데이! 를 외친다. 난 우리 줄 초콜릿이랑 꽃은 없니? 라며 장난을 쳤다.


비행 갈 기종은 보잉 787-9로 크루들에게는 일하기 편하지 않은 기종의 비행기이다. 사무장은 브리핑에서 말했다. 과거의 비행은 지나갔고 아무리 안 좋은 기억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새로운 비행을 만들 수 있다고. 어렵다고 소문난 기종이라도 누구와 비행을 하느냐가 중요하기에 우리는 이 비행을 해 낼 수 있다고.


사람은 말하는 데로 된다고 정말 그랬다. 승무원이 되고 두 번째 온 코펜하겐 비행. 첫 번째는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너무 평화롭고 재밌었다. 아무리 빈자리 없는 풀로드였어도 크루들이 서로 도우며 수월하게 비행했다.


브리핑이 끝나고 한 조인한 지 얼마 안 되는 애프투 한국인 크루가 있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더니 승무원 준비하면서 나의 블로그를 봤고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거의 오 년 전에 올렸던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비디오인데 새로 조인한 한국인 크루들이 봤다고 할 때마다 너무 신기하고 반갑다. 내가 왜 기록을 하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다시 상기하게 됐다. 그 순간의 느낌의 기록, 그리고 그 기록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게 전부이다.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의 밀 프리퍼런스를 받는데 데니쉬 여자 승객이 원하는 버터치킨이 쇼티지(Shortage 다 떨어짐)였다. 이미 다른 크루들도 없는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거절을 해야 했다. 두 번째로 선택한 파스타도 쇼티지라 없었다. 가능 한 비프스테이크나 피시를 추천했는데 전 비행에서 비프를 두 번이나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 옆자리 남편이 자신의 버터치킨을 아내에게 주겠다고 하고 자신이 비프스테이크를 먹겠다고 했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 아닌가.



비행 중 콕핏에 들어갔을 때 대니쉬 기장님이 장 볼 곳 SuperBrugsen과 내가 피시를 먹고 싶다고 해서 Fiskebaren 레스토랑을 추천해 주셨다. 대니쉬 기장님은 자주 나가셨다. 일부러 나를 콕핏에서 쉬라고 앉혀놓고 나가신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 비행 중에는 새로운 이코노미 크루 두 명을 불러 조종실에서 설명을 다 해주셨다.



덴마크에 랜딩을 하고 호텔로 가는 버스 안에서 기장님은 일어나 덴마크의 역사와 문화부터 우리가 머물 호텔. 도착하면 물 두 병씩 갖고 가고 탭워터도 깨끗하다고 하셨다. 호텔 헬스장은 최고라고 룸서비스는 추가비용 있느니 내려가서 가져오라고 등 사소한 팁까지 다 알려주셨다. 덴마트 전통 점심 저녁까지 계속 일어나서 긴 설명을 해 주셨다. 사실 랜딩하고 기장님이 담요(blanket) 컬렉션(collention)을 도와주셨다. 랜딩하고 헤드셋과 담요 다 크루들이 수거해서 담아야 한다. 담요를 담는 걸 도와주는 기장님은 처음 봤고 정말 크루들을 케어하는 마음이 최고의 기장님이셨다. 호텔 로비에는 기장님의 여동생과 조카들이 와 있었는데 다른 크루는 베스트 캡틴! 을 외쳤고 나도 마음속으로 진심의 큰 동의를 했다.



호텔에 도착하고 샤워를 하고 나와 기장님이 추천해 준 피시 레스토랑을 혼자 가려고 찾아봤더니 40분 거리였고 밖은 꽁꽁 언 강추위였다. 필리핀 세부에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보내다 온 첫 비행이라 더 춥게만 느껴졌고 생 굴이나 사시미보다는 따뜻한 국물 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근처 10분 거리에 구글 평점 4.9의 라멘 맛집을 찾았다. 10분 걷는데도 너무 추웠는데 도착하니 띠로리 밸런타인데이 문을 닫았다.. 분명 구글엔 열었다고 떴는데.



기장님 추천 음식점을 가야 하나 했지만 여기서 반대라 거의 한 시간 거리이고 너무 배고프고 졸려 바로 앞 레스토랑을 들어가 따뜻한 차, 마파두부과 샤오롱바오를 주문했다. 카타르에서 최근에 미쉘린 중식당 리앙에서 식사를 하고 실제 중국에서 음식들을 먹어서 기준이 올라가서인지 영 그저 그랬고 두부만 골라 먹었다.



언 강가를 따라 돌아오는 길에 장을 봤다. 호텔로 돌아와 쉬다 헬스장을 가서 운동을 하고 돌아와 잤다. 이상하게도 세부로 휴가를 다녀온 후 매일 아침 새벽 4-5시에 눈이 저절로 떠진다. 자고 일어나니 코펜하겐 시간으로 새벽 5시였다. 리셉션에 전화를 하니 조식은 아침 7-11시라고 했다. 배가 고파 갖고 있던 귤과 건강한 스낵들을 조금 먹고 차를 마셨다. 비행을 다니며 비상 간식은 필수이다.



아침 7시가 되자마자 조식을 가 진저샷을 시작으로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스모크드 살몬(smoked salmon)과 정어리가 있었다. 두 접시째 먹고 벌써 배가 불러왔다. 차를 만들러 갔는데 어떤 남자가 컵 두 개에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자리에 돌아와 보니 아내의 커피까지 만들어 온 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 또한 사랑이 아닐까.





밸런타인데이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촛불 위에 저녁을 먹는 커플들을 보며 우리도 함께라면 생각하고 서운 할 수는 있지만 매일이 밸런타인데이 같다면 사실 문제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운동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순간들에 집중한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충만하다.



세상은 내가 주는 대로 돌려준다. 세상은 같게 존재할 뿐이고 내가 보기로 결정한 관점대로 보인다. 숨을 천천히 쉬고 사랑을 보기로 결심한다. 사랑을 주기로 결심한 순간 사랑 또한 자연스럽게 받게 된다. 가슴을 활짝 열고 지금 이 순간 나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항상 사랑의 가치로 꽉 찼다는 것을 만끽하게 해 준다.





Happy Valentine’s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