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브루크에서의 88시간 레이오버, 프랑크프루트 기차여행
2025년 12월 23일
약 6시간 정도의 밤샘 비행 후에 도착한 함브루크는 얼음장같이 추웠다. 아침 8시인데도 유럽의 겨울엔 밤이 길어 깜깜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도착해 체크인을 했다. 사무장님이 기장님께서 브리핑할 것이 있다며 체크인을 하고 로비에 잠시 다 모이라고 했다.
주로 체크인하고 호텔 방 키를 받고 방으로 빠르게 가 샤워하고 쉬기 바쁘다. 비행기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 레이오버에 업데이트할 일이 있나 갸우뚱했다. 로비에 모든 크루가 모였고 기장님은 앞에서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 말씀을 듣는데 눈물이 또르르 흐르려는 걸 참았다.
우리는 특별한 날들에도 비행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을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렇게 일하는 우리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기장님은 아이 네 명이 있다고 했다. 이번 비행엔 아내와 막내아들이 따라왔다. 크리스마스를 모두가 기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내와 준비했다며 깜짝 선물박스를 꺼내셨다. 한 명 한 명 기장님과 아내분은 눈을 마주치며 메리크리스마스와 당신을 위해 준비를 했다며 선물박스를 나누어주셨다.
감사인사를 전하고 사진도 찍어 산타 기장님이 주신 선물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짧은 글과 올렸다. 기장님과 기장님 아내를 아는 사무장 친구가 웨스트 베이의 같은 건물에 산다며 스샷을 해서 전해줬다고 했다. 부끄럽게.
선물을 열어보니 핸드크림과 고급 스위스 초콜릿들이 들어있었다. 예전에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서빙하던 초콜릿 브랜드 레더라 초콜릿이었다. 도하에서 함브루크 오는 길 비행은 데드헤딩이었다. 비행 직전에 집에서 밥을 든든히 먹어 비행 중엔 탄산수만 마시며 실화 발리우드 영화 12th fail을 한 편 보고 잠을 잤다. 함브루크 비행 리포딩 당일 아침에 하이더바드 인도 롱턴에서 돌아와서 여전히 피로한 상태였다. 운이 좋게도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에서 데드헤딩을 했다. 오래전 런던 비행에서 이코노미 좌석에 데드헤딩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푹 잠은 못 자서 샤워를 하고 낮잠을 청했다.
대부분의 크루들은 같이 비딩 해서 온 친구들 아니면 현지에 친구나 가족이 있었다. 나도 친구와 요청했는데 혼자 받았다. 사무장, 부사무장, 같이 데드헤딩을 한 크루와 같이 오후 3시에 만나 점심을 먹고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기로 했다. 다 같이 만나 호프브루에서 슈바이학센(독일 족발 튀김요리)도 먹었다. 크리스마켓을 가서 구경을 하며 간식들도 먹고 난 꿀과 접시를 샀다. 예전엔 디저트나 뮬드와인도 마셨지만 이날은 금주를 했다.
사무장은 자라와 망고등의 옷가게들을 가서 쇼핑을 하려 했고 다른 크루는 추운 날 배꼽보이는 옷에 얇은 스타킹에 스커트를 입고 와 계속 예쁜 사진을 찍으려 노력했다. 크루들 사진과 영상들을 찍어주다 강가에 비친 크리스마스 빛들과 하늘에 crescent 얇은 초승달이 보였다.
24일
쇼핑도 하고 장을 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엔 근처 강을 따라 8km의 겨울 러닝을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여서 그런지 산타 러너를 세 명이나 봤다. 한 분은 옷 전체를 산타처럼 나머지 두 명은 산타 모자를 쓰고 러닝을 했다. 독일은 24, 25일 대부분의 음식점 카페 상점이 닫거나 짧은 시간만 운영을 한다. 돌아오는 길 독일 소시지를 굽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발견해 브랏와스트 bratwurst 독일 하얀 소시지를 하나 먹었다. 디엠 dm(독일의 올리브영)과 약국을 들러 오소몰 비타민과 핸드크림 등 필요한 것들을 사고 호텔로 돌아왔다.
잠시 방에 있는데 하우스 키핑이 똑똑똑 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리셉션에서 선물을 전달했다며 파우치를 줬다. 열어보니 산타모양의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호텔에서 주는 귀여운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Hamburg hbf - Frankfrut hbf
친구를 보러 저녁 기차로 함브루크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약 4시간의 기차행이었다. 예약은 db 앱으로 미리 했는데 훨씬 전에 했어야 했는데 오른 가격에 예매를 했다. 전날 슈바이 학센에 아침에 빈속에 소시지를 먹어서 그런지 느글느글하고 추위에 찬바람 쐬며 뛰어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고 감기기운이 올라왔다. 취소를 할까 했다. 그래도 기차표도 예약했고 친구도 보기로 했어 가볍게 짐을 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센트럴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에서 물 하나를 사고 플랫폼으로 향했다. 탑승하니 테이블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꽤나 깔끔하고 편안했다. 읽으려고 가져온 책은 한 장을 읽고 옆으로 엎드려 누워 잠을 잤다. 네 시간이 금방 흘렀고 프랑크프루트 메인 역에 도착해 도시 내부 지하철로 한번 더 갈아탔다.
25일
프랑크프루트로 레이오버 온 친구와 하루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소소하고 평화롭게 보냈다. 현지 동네에서 강가를 따라 걸으며 오리와 새들 귀여운 강아지들을 마주했다. 추운 공기에 한참 걷고 마신 핫초콜릿과 독일 빵들은 더 맛있었다. 어디에 있느냐보다도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 하느냐인 걸 이번에 또 한 번 느꼈다. 내 마음이 진정으로 평화롭고 안정되었다.
크리스마스 날 저녁 바이바이를 하고 친구는 도하로 난 함브루크로 돌아왔다. 기차역에서 깨, 포피씨드 방에 스모크드 살몬과 샐러드가 든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탑승했다. 돌아온 함브루크는 같은 독일인데도 더 춥게만 느껴졌다. 기차역에서 호텔까지 짧은 거리에 얼어 죽는 줄 알았다. 호텔로 돌아와 따뜻한 샤워를 하고 야식으로 비상용 컵라면을 하나 먹고 잤다.
26일
마지막 날, 일어나니 이미 아침 10시가 넘어 호텔 조식은 놓쳤다. 계속 먹고 싶었던 베트남 쌀국수 포를 먹으러 혼자 나갔다. 마침 호텔 바로 근처에 연 곳이 있었다. 따뜻한 국물에 매운 고추, 고수, 민트 잎이 들어가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다. 그동안 먹은 느끼한 독일 음식들이 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힐링 음식이었다. 장을 보고 싶었지만 너무 춥고 첫날 봐 둔 것이 있어 호텔로 돌아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픽업 전까지 쉬었다. 그리고 밤비행으로 돌아왔다.
같이 비행 한 인도 여자 크루는 생일이었는데 그 친구를 위해 다 같이 돌려 편지를 써서 줬다. 레이오버에는 인도에서 남편이 깜짝으로 함브루크를 찾아왔다고 했다. 어떤 인도 남자 크루는 독일인 여자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기장님은 아내와 아들과 시간을 보냈고 부기장님은 어머니와 아내가 승객으로 탔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를 만나려고 움직였던 것이다.
도하에 돌아와 짐을 풀고 빨래를 하고 운동을 했다. 그리고 암만, 요르단 턴 비행을 하나 다녀왔다.
30일
DOH-MPM
오늘 밤, 모잠비크의 수도인 마푸투로 비행을 간다. 처음 가보는 곳이고 새해를 따뜻한 레이오버에서 보낼 예정이다. 마다카스카 섬 옆 동아프리카이다.
88시간의 함브루크 비행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받은 것. 혼자 받았지만 우연히 친구도 같은 독일을 받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새해에는 처음 가보는 목적지 마푸투로 비행을 가 77시간의 레이오버를 보내게 될 것이 설렌다. 모두 삶이 주는 선물들에 마음을 활짝 열고 이번 해도 아름답게 마무리하길 바란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Have a beautiful end of the year.
Open your heart
for the unexpected gifts from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