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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Jul 17. 2021

#4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편곡자 선생님을 만나다

  


  이전 글에서 잠깐 흘러나왔던 노래는 원데이 클래스인 2시간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작성된 노래였다. 

정말 발매를 하고자 한다면 완성도, 즉 Quality를 높여야 한다. 그러면 뭘 해야지? 


그래, 이제는 이전과 달리 방법은 어느 정도 안다. 중개 플랫폼에 다시 로그인해서 글을 올렸다. 한번 수업으로 완성될 리 없고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집 근처 위주의 선생님으로 찾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찾게 된 한 분.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에 잠깐 미팅 겸 외부에서 보자고 하셔서 흔쾌히 수락했다. 사전 미팅 이런 콘셉트인 건가? 설레네.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의 어느 주말 저녁,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만난 선생님은 예상외로?! 힙합 느낌이 물씬 나시는 분이셨다. 음악에 열정이 있으셔서 일까? 눈이 반짝반짝 빛나셨다! 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노래 한번 들어보실래요? "  

" 네, 한번 들어볼게요 "


  주머니에서 이어폰 케이스를 꺼내시며 선생님이 음악을 들으시는 약 2분 동안 맞은편에 앉아있었던 나의 기분은 음 뭐라고 해야 하나 마치 국내발레단원인 내가 해외 유명 발레단 입단 심사를 평가받는 기분이었다. 

"잘 들었어요. 일단 발매를 하려면, 트렌드에 맞게 손대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약간의 오해 아닌 오해가 있었다. 선생님은 편곡/작곡을 가르칠  학생을  찾고 계셨던 거였고, 나는 내 곡을 발매 가능한 quality의 곡으로 편곡해줄 분을 찾고 있었던 거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회사원인 누군가가 이렇게 본인의 곡을 발매하고 싶어서 찾아오는 일은 확실히 흔하지 않다며, 호기심을 보이셨다. (어떻게 보면 낚이신 걸 수도 있겠다)  그리고서는 고민해보시고 연락을 주신다고는 하셨다. 하긴 그렇다. 수학을 가르치는 것과 수학교재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천지 차이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분의 사정은 아니지만 내 월급통장이 귀여운 관계로 지출 가능한 금액은 한정되어 있었다. 


다음날 한번 작업해보자며 연락이 왔었고 그렇게 편곡자 선생님과의 새로운 인연은 시작되었다. 어찌 보면 내게는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잠재력이 특출 나게 보인다거나, 전문적인 뮤지션이 아님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결정을 내려주신 것에 대해. ( 정말이지 내가 지불한 금액에 비해, 선생님은 많은 수고를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작업은 간이 작업실이 있다는 선생님네 아파트에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긴장되었는데 워낙 쾌활하신 분이어서 금방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작업은 선생님이 매번 수업 시작 이전에 곡을 조금씩 편곡해놓고 수업시간에 함께 작업하면서 다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매주 2시간의 수업시간은 매우 짧고 빠르게 지나갔기에 사실 선생님이 곡을 거의 만드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글에 첨부하였던 1차 편곡은 약간 빠른 리듬의 곡으로 리듬이 중독성 있었지만 70년대의 ABBA 같이 조금 시대를 벗어난 다소 올드한 느낌이 강했기에 어느 정도는 트렌드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참고로 나는  ABBA의 굉장한 팬이다 ) 수업 내내 선생님이 강조하신 1가지. 이 곡은 선생님이 발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의견을 그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함을 잊지 말라고 하셨다.   


뭐지 이 경험은. 정말 신선하고 짜릿했다. 다른 말로는 이 감정을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지금 이 가상악기인 전자 기타음을 넣어보았는데, 느낌 어때요? "

"도입부 볼륨을 조금 크게 조절해보았는데, 이대로 갈까요?"

고백하자면 이중에 몇몇 질문들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였다. 분명 차이가 있다는데 내 귀에는 들어도 잘 모르겠는. 다만 무엇을 결정할 때는 항상 내 느낌, 직감대로 갔다. 


이렇게 음악에 여러 리듬들을 입혀가면서 곡이 어떤 느낌인지 보기 위해 노래 녹음도 시작했다. 이 또한 선생님의 간이 작업실에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내가 노래에 취미가 있던 사람도 아니여서일까. 대학교 졸업 이후 약 10년 만에 노래를 불러봤는데 '음 이건 진짜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답은 정해져 있었다. 노래를 잘 못 부르겠으면 노래 학원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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