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
2022 북유럽 음악여행#1
2022년 3월의 어느 날.
내 방구석 슈퍼싱글 사이즈의 조그마한 침대에 앉아 어두운 조명 아래
좋아하는 스웨덴 팝 밴드 Smith & thell를 오랜만에 구글링 하다가
그 해 여름 그들의 콘서트 일정과 관련된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나는 사실 좋아하는 가수들에 대해 주기적으로 깊은 덕질을 하는 편은 아닌데 아주 가끔씩 생각날 때 검색해서 후루루룩 몰아서 보는 편이다. )
아직 한국 내에서의 인지도가 엄청 높지는 않다 보니 그들의 콘서트를 가보는 건 나와는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스웨덴 팝 가수 Magnus Carlsson이 비슷한 일정으로 콘서트를 연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그 또한 인터내셔널 가수라기보다는 특히 자국인 스웨덴에서 유명한 가수로 한국에서 그의 공연을 볼 수 있는 확률은 객관적으로 어쩌면 조금 힘들 수도 있지 않나 생각했다. ( 74년생으로 올해 그의 나이는 약 50살이다?! )
나는 음악 작곡에도 관심과 호기심이 있었는데
때마침 노르웨이에서 나 같이 입문자들을 위한 Song-writing camp가 열리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아 내가 스웨덴에서 있었으면 요리조리 따닥 콘서트 하고 Song-writing camp를 다니면 참 좋을 텐데 '라고 조금 못내 아쉬운 마음을 가지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1주일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근데 그들이 오지 못한다면, 내가 가면 되지 않나....? '
3초 후에 바로 머리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정신 차려 무슨 생각을 하니 '
근데 말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또 안 될 이유가 딱히 없었다. 그러면 안 되는 이유 말이다.
내가 그들의 콘서트를 가기 위해 스웨덴에 가면 안 되는 이유.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가고 싶은 이유'
첫째, 이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둘째, 코로나 해제 이후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콘서트를 계속한다는 보장도 없으며
(한 예로 내가 좋아하는 가수 kent는 내가 현생에 치여사느라 바쁜 나머지?! 그들을 잊고
매우 오랜만에 검색해 보았을 때 그것도 무려 5년전에나 공식적으로 '해체'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최근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셋째, 그때의 내가 (=미래의 나 )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상황상 여건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넷째, 지금 현재의 나는 심신이 건강하다 =이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변수이다
마지막, 물론 비용면에서 큰 지출이 예상되나 여태까지 나름 과소비를 지양했으며 ,
그것은 미래의 내가 더 열심히 일해서 충분히 메꾸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래의 일은 현재의 내가 알 바가 아니다?! (농담)
그리고 회사원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회사.
휴가는 충분히 있는 상황이었고 만약 가게 된다면 노트북을 가져가서 중간중간 업무를 볼 생각이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살짝 미친 계획을?! 정말 실천에 옮기느냐 마느냐
스웨덴에 가느냐 마느냐 내가 결정하는 사항만 남았는데, 코로나가 아주 조금 안정되고 이제 막 해외여행이 재개되던 때라 상대적으로 저렴하지 않던 항공권 가격의 압박이 끝까지 나의 발목을 잡았다.
나는 원래도 비교적 자유로운 영혼인 편이었으나, 내가 브런치에서 종종 다루는
갑상선 항진증(=그레이브스병)을 겪은 이후에는 이 영혼이 차지하는 비중이 본의 아니게 더 커졌다.
현재에 충실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미련을 두지 않는다.
(물론 필자의 엄마는 이것이 어제 오늘 요즘의 일이 아니며 그 전에도 너는 그랬다고 )
암튼 그렇게 한층 더 레벨업된 자유로워진 영혼의 나는 결국 북유럽 여행을 택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사실 출국일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회사 일들과 내 EP 앨범 발매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냈기에
실감이 크게 나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나름 이런저런 의미를 두다 보니 '기록의 여행'으로 저장해 두고 싶어서 얇은 일기장도 가져가 틈나는 대로 생각나는 것들을 끄적였다. 시간이 더 오래 지나 이 기억들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생각보다 사람의 기억력은 휘발성이 강해서 이미 일부를 까먹은 듯) 브런치에 공유하면서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