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앨범으로 다시 돌아오다?!
이전에 발매했던 1집 싱글 앨범은 인터넷 검색 끝에 찾은 한 해외 유통사를 찾아 발매했는데
첫해만 무료이고 그 이후부터는 매년 $10달러 약 13,000원을 매년 과금하는 방식이었다.
그때는 발매에는 급급한 나머지 그 부분을 간과하고 그냥 지나쳤었던 것 같다. 막상 유료화되는 시점에 생각해보니 매년 약 13,000원을 내가 죽을 때까지 부과한다는 말 아닌가?
그러면 뭐 그 이후에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건가?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기다가 내가 1집 싱글 앨범으로 얻은 추정 수익은? 총 $6.9로 한화 약 9000원.
9,000원의 수익 VS 13,000원 매년 평생 과금?
물론 수익을 기대하고 발매했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튼 매년 과금한다는 건 매우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말 그대로 평생... 내가 떠나게 되면 카드도 해지될 텐데 누가 비용을 대신 내준다는 말인가? 응?
그리고 설령 당장 내 노래를 스트리밍 사이트들에서 내린다고 해서 아쉬워하는 팬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과감하게 내리기로 결정했다. 내가 매우 아끼는 첫 애정 곡이지만 나중에 준비가 되면 더 양질의 녹음으로 다시 발매해야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금은 사운드 클라우드에서만 청취가 가능하다)
그리고서 한 동안은 음악을 좀 잊고 살았었다. 우선 첫 앨범 발매가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었고 추가로 한국인들 대다수가 생각하는 '내 나이가 그럴 때는 아니지'라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재미있지만 동시에 너무너무 비싼 취미이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현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와중에 다른 저편에서는 또 멜로디들이 쌓여갔다.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씩은 피아노를 쳤었는데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좋은 악상들은 녹음을 하였다. 거창한 녹음은 필요 없다. 길을 걷다가도 좋은 멜로디가 입에서 흘러나오면 몇 번 흥얼거리다가 구석진 조용한 곳에 가서 핸드폰에 있는 녹음 기능을 이용해 잊어 먹기 전에 저장해두곤 했다.
왜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유명인사들이 있지 않는가? 기억은 휘발성으로 즉시 메모하지 않으면 그냥 날아간다고 보면 된다. 녹음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빨리 저장하는 게 매우 중요하더라. 크게 부르는 것도 아닐뿐더러 잠깐 흥얼거리는 게 전부이니 혹여나 누구에게 들리더라도 부끄러움은 잠시일 뿐.
'멜로디 괜찮은데? 이따가 저장해야지' 했다가, 허공으로 날려버린 곡들이 몇 번 있었다.
물론 그렇게 쉽게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멜로디는 그만큼 중독성 있거나 좋은 멜로디는 아녔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하곤 하지만 가끔은 아까울 때가 있다.
첫 앨범 발매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앨범이다라고 확신했는데.
인간의 기억은 휘발성이 강해 희미해지고 우리는 실수를 반복하는 법이다?!
멜로디들은 나왔는데 나의 편곡 실력은 0에 수렴하다 보니 팔 수 있는 곡의 상태가 아니며 결국은 내가 불러야 하는 상황. 오갈 데 없어서 내 하드디스크에만 보관되어 있는 주인을 잃은 멜로디들이 애처로워 고민 끝에 내가 거두기로 했다. 작년 9월 무렵, 차곡차곡 저장해둔 나만의 '멜로디 보관소'에서 곡 3개를 선정해 EP 앨범을 발매하기로 결심했다.
발매가 모두 완료된 지금 시점에야 말하는 거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내가 정신이 나갔다고 또 앨범을 낸다고 했네. 때려치워야지! '라고 중간중간 수백 번 생각했다.
단순히 첫 앨범보다 곡수가 많아서여서 쉽지 않았던 게 아니다 첫 번째 앨범은 프로듀서분이 불쌍한 어린양을
호의로 감사하게 도움을 주셨다면 이번에는 1부터 10까지 내가 다 책임지고 알아서 해야 했다.
한 예로 누군가에게 의뢰하여 나온 작업물이 양질의 것인지 아닌지조차 판단하는 지식이 나에게는 아직 전무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정하는 건 나의 몫이었기 때문에 가끔은 스트레스였다.
곡 작업이 4분의 1 정도 되었을 때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포기할까?'
4분의 2 정도 되었을 때는 '때로는 빠른 포기도 용기 있는 결정이다.'
4분의 3 정도 되었을 때는 '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동안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마무리해야지..(하기 싫음)'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나의 EP 앨범.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가사 하나하나 멜로디 하나하나에 매우 큰 정성을 쏟았다.
가사 일부인 '현재를 살아가야지'와 '현재를 살아가야 해'도 고민하다가
막바지 녹음에서 디렉터분의 제안으로 변경되었다.
아래는 필자의 EP앨범 링크이며, 이번에야말로 진짜 마지막 앨범이지 아닐까 생각한다.
끝으로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위원, 그리고 희망을 주는 노래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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