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 by you Jan 01. 2019

2018년을 보내면서

사서 고생하는 사람





1. 2018년, 무엇을 명확히 이룬 해는 아니었다. 전역이라는 목표에만 목매여 살아왔던 한 해였다.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바래왔던 사실이기에 그래서 더 중요한 한 해였다. 남들에게 2018년이란 어떤 해였을지 몰라도, 적어도 내겐 애타게 갈망하던 한 해였다.

2. 2년 가까이 한 곳에서 폐쇄적인 삶을 살면서 느낀 것이 참 많았다. 나는 그렇다. 가만히 흐르는대로 지내기 보다는 동적인 삶을 기호하는 사람이다. 늘 갈구하고 움직이는 삶을 살다보니 군대 안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참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건 동적인 흐름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때만큼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내가 내린 판단이었다. 내 앞으로의 커리어에 도움되는 일보다 이 곳에서의 생활에 집중하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전공에 대한 공부는 앞으로 더 해야할 필요가 생겼지만,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3. “넌 사서 고생하는구나” 그 곳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다. 나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자발성에 기초한 사람이 되고싶었다. 답답한걸 싫어하는 성격도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에 한 몫을 했지만, 그보다 내가 확립한건 자발성이었다. 내가 해야할까, 남들 눈에 서려있는 주저와 고민은 내가 해결해야 마음이 편했다. 내가 자발성을 갖추면 주변 사람들도 같이 도와줄 것이고, 그게 개인이 단체를 움직이는 힘 중 하나라고 믿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귀찮지만, 단체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먼저 자처했다. 그리고 직책의 유능함과 전문성에도 집중했다. 우선적으로 내가 공부해서 알려주면 단체가 더 나은 방향을 바라볼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기저를 받쳐줄 자발성과 노력은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실패와 좌절도 숱하게 겪었다. 타인이란 어쩔 수 없게도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나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아직도 제대로 분간이 안되지만, 윗 사람과 아랫사람에게 많은 인정과 고생했다는 말을 누구보다 참 많이 들었다. 당신들과 1년 9개월을 동고동락하던 ‘사서 고생하는’ 사람은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고 말하고 싶다.

4.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어떤 자아를 가지고 있는지 완벽히 정의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람은 개인으로서 사회에 속해 시간과 신분에 의거한 채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아를 확립한다. 나 또한, 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의 자아를 다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짧고도 길었던 1년 9개월은 확실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전엔 남들의 평가에 크게 집착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나에 대한 판단보다는 나에 대한 남들의 판단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었던 셈이다.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내가 아닌 남들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 그래서 선택한게 자발성이었다. 살면서 스스로에게 집중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본 적이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없었던 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서 고생하는’ 사람은 그럭저럭 완성됐다. 남들의 시선와 평가에 의해 움직이는 내가 아니라, 내가 행하고 움직이는것이 주변을 움직이는 힘이라 믿으며, ‘사서 고생하는’ 사람은 그럭저럭 완성됐다.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나를 들여보기까지  1년 9개월이 걸렸다.

5. 한 해 동안 이룬 것이 ‘전역’이 끝이다. 1년 간 내가 해낸 하나뿐인 일이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배운 점과 느낀 점도 많았다. 그래서 아쉽진 않다. 몸도 상하고 마음도 상했지만, 여념은 없다. 단지, 고생한 내게 박수를 보낼 뿐이다.

6. 전역에 관한 글을 참 쓰고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에 덧붙여본다. 사실 한 해동안 해낸게 전역 뿐이기에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래서 이 글이 전역에 관한 글인지, 2018년에 관한 글인지 분간이 안되는 건 어쩔 수 없겠다.

7.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놓았던 독서와 글도 다시 이어갈 생각이다. 나를 봐온 사람들은 걱정도 안할테지만, 내가 힘들지 않다면 나는 ‘사서 고생하는’ 사람으로 조금 더 살아보려고 한다. 하늘에서 선물이 하나쯤은 떨어지겠지 하면서.

8. 2019년은 주변 사람 모두가 좋은 일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adieu2018! and hello2019!



매거진의 이전글 끓는 차가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