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의 늪 앞에서
짙은 색감과 눈 부신 밝기를 믿어왔다.
-
화려함을 자신하고 맹신하는 것은, 완벽을 빙자한 허상임을 몰랐었다. 더 확실하게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겸손함이 자만 그 자체임을 몰랐던 것이다. 자만을 품은 상태에서도 완벽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 그림자가 무겁지는 않다고 생각했기에 안심했었다.
-
'고통도, 상처도 모두 부딪혀봐야 아는 것이라고'
자만으로부터 오는 안심은, 나를 아우르는 장벽 앞에서, 비로소 그 크기의 왜소함이 드러난다.
앙상한 뼈는 겨우 뒤덮여 있었고, 가녀린 맥박은 숨죽이며 뛰고 있었을 뿐이었다. 자만의 벽이 깨진 뒤에 오는 드센 바람을 마주해야만 한다. 저 편으로 가기위해선, 나는 곧 걸어야만 한다.
도전과 깨달음은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죽어있던 숨이 이제 뜨거운 온도를 뱉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