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이 표류하는 삶

2025년 9월 29일 월요일

by Grace

불과 올해 8월까지만 해도 내 하루의 대부분은 일이나 공부로 채워졌던 것 같다. 언제부터 이렇게 살아 왔는지 되돌아 보면 아마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찢어질 정도로 가난한 가정 환경은 아니었지만, 4년 대학교 등록금을 전부 대출해야 했고,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려면 대학원 공부까지 마쳐야 해서 대학원 2년까지 근로 장학금과 대출금으로 다니다 보니, 늘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만나거나 따로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할 만한 시간이 없었다.


내가 직장 생활과 전혀 맞지 않다는 걸 10년이나 직장 생활을 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35살부터는 파트 타임 강사나 프리랜서로 주로 일했고, 여가 시간을 갖겠다는 이유로 시작했던 프리 생활이 더 바빴다. 정말로 바쁠 때는 아침 7시부터 저녁 12시까지 계속 수업을 했고, 그때 응급실도 여러 번 가기도 했고, 마음의 상태도 정말로 좋지 않았다.


오후 12시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느릿느릿 점심을 먹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생활을 한 지는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렸는데, 지금은 뚜렷한 목표가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첫날에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부서진 배를 타고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부터 '이렇게 살다가 큰일나는 게 아닌가?'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해져 버렸고 당연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주에는 부산에 내려와 있다. 온라인 수업이나 재택으로 기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집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많지 않았는데, 오늘은 12시 즈음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가을 날씨답게 선선하니 기분이 상쾌해져서 좋았다. 그리고는 편의점에 들어가 15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이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돌아본 주변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일상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최근 생긴 버릇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나는 주로 모든 불편한 감정이 '짜증 나'로 귀결된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에게 왜 짜증이 나는지 줄곧 묻곤 한다. '나는 왜 짜증이 나지? 그럼 이 상황에서 짜증을 내면 풀릴까, 오히려 더 짜증만 심해질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머릿속이 차가워지면서 냉정하게 상황을 보게 되고, 결국에는 짜증을 내지 않게 된다. 그리고는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짜증을 낼 만한 일이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왜 이런 방법을 이제야 알았지?'하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잠시 후면 늦은 점심을 먹을 것이고, 뒤 이어서 몇 가지의 온라인 수업을 하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오늘도 어제처럼 목적 없이 표류하다가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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