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19.
9월 19일 금요일 오후 12시 54분
내가 오늘의 첫 수업 학생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나는 국어 강사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재수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한때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지만, 27살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로 중간 중간 잠시의 탈선이 있기도 했지만, 나는 10년간 국어와 한국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왔다.
처음 선생님으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했던 것이 기억 난다. 고등학생 때부터 늘 한국어 선생님이 되기를 꿈꾸었고,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함을 느끼기도 했다. 숨 가쁘게 2년 만에 대학원 공부까지 모두 마치고, 대학교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긴 하지만, 그리고 온라인에서 가르치긴 하지만 여전히 선생님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직업에는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히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게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르치는 일에 대한 권태와 보람을 오가며 그럭저럭 지내왔지만, 여전히 나는 나에게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맞는지, 진정으로 행복한지 항상 자문하곤 한다.
가장 나 자신에게 많이 묻는 질문은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일까?'이다. 내가 중학생들과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결국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이고, 사실상 대학 입학 이후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지식들이다. 어떤 식으로든 수험을 위한 국어 공부가 학생들의 미래에 좋은 영향을 주는 면들이 있을 테지만, '이런 것까지 공부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좋은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진로가 많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만으로, 심지어 학생 자신은 원하지 않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이어 가는 친구들이 많다.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내내 수업을 듣도록 하거나, 90페이지에 달하는 책 한 권을 강제적으로 읽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학부모님도 있다. 모두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일 테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강압적인 방식으로, 때로는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노력을 하지만, 자신의 노력을 증명할 길은 점수뿐이다.
가장 내 자신을 탈진하게 했던 것은 하루 종일 쉬는 시간 내내 없이 달려야 했던 업무량이다. 시험 보기 전날에는 4시간 가량의 직전 보강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일들을 병행하다 보니, 사실상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긴장해야 했고, 일주일 내내 푹 쉬는 날들이 전혀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번아웃'을 겪은 것 같다.
이렇게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줄지는 모르더라도, 내 자신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기도 하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내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의 책을 읽기도 하고, 이유 없이 거닐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오후 12시까지 내내 잠에 빠져 지내기도 하고, 그동안 번거롭고 귀찮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던 요리도 하기 시작했다.
내 삶의 속도를 늦췄다. 하기 싫은 일은 되도록 미뤄 보기도 하고, 10분이면 끝낼 일들을 1시간 내내 고민만 하다 끝내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늦게 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속도를 늦추다 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고, 마음이 더 평안해졌고, 늘 시달리던 두통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보다 더 헤매고 더 아프지만 하루 하루를 견뎌 가며 살아간다. 목표를 두고 달려가기보다는 한 템포 쉬어간다. 꼭 무언가를 달성해야 할 필요도, 늘 속도를 내며 달려갈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반드시 행복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자문한다. 그냥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