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다양성을 기본값으로 삼는 문화의 임팩트
장애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신체적·정신적 제약”이라는 정의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것이 단지 ‘부정적 의미’를 지닌 특성만은 아니라고 깨닫게 되었다. 특히 업무 현장에서, 장애가 꼭 약점이 아니라 “또 하나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이라면 어떨까? 이것은 그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다양성을 기본값으로 삼는 문화에서는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내가 구글에 입사한 과정을 떠올려보면, 이미 gReach 프로그램이라는 장애인·보훈자를 위한 채용 경로가 존재했다. 이 자체가 회사가 장애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단서를 준다. “이 사람들을 특별히 배려하자”라기보다, “우리 조직이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한 다양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자”는 마인드의 결과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합류한 뒤, 내가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장애’를 간단히 “너의 특성 중 하나”로 여기고, 그 외의 여러 특징(성격, 경력, 아이디어 등)과 별반 다르지 않게 다룬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러한 문화가 아무 마찰도 없이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요소가 모인 조직이라면, 갈등이나 편견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장애를 “또 하나의 특징”으로 당당히 인정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면, 그 갈등이 생겼을 때도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예컨대, 누군가 장시간 서 있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건 개인의 약점이니 참아봐”라고 말하기보다, “이 회의실은 서서 발표하는 구조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라며 해결책을 논의하는 식이다. 그러면 당사자도 위축되지 않고,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배려와 논리를 함께 사용해 프로세스를 고치게 된다.
내가 gReach로 입사한 뒤 직접 느낀 것은, “내가 장애인이라서 서류를 봐주는” 식의 시혜적인 태도가 아니라, “이 인재가 우리 조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우선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인사정책에서 비롯된 조직문화는 “장애가 있다고 실력이나 역량이 낮겠지”라는 선입견을 최소화한다. 오히려 “조울증이 있다면,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업무 페이스를 조절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고, 모두가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한다. 이를테면, 스스로 일정 관리를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나 탄력근무를 제안받거나, 면접 과정에서도 일정 조율에 좀 더 신경 써주는 식이다.
물론 모든 직원이 100% 이해심 많고 배려심 깊은 것은 아니다. 회사가 아무리 다양성을 슬로건으로 내건다 해도,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차이점은, 그 갈등이 발생했을 때 문제 해결의 방향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장애를 무조건 극복해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찾는다. 조직 차원에서 장애를 ‘약점’이라기보다 ‘여럿 중 하나의 특징’으로 인식하면, 애초에 장애를 두고 소모적인 갈등이 커질 확률도 줄어든다.
내가 직접 참여했던 프로젝트들 가운데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팀원 중 한 명이 신체적으로 장시간 앉아있기 어려운 상태였는데, 그가 온라인 화상 회의를 자주 이용하는 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장애가 있으니 집에서 쉬면서 일해라” 수준이 아니라, “네가 온라인으로 참여해도 화이트보드나 자료 공유는 실시간으로 가능하니 문제없어”라는 태도로 접근했다. 그리고 회의실에서 몇 번 시연을 하면서, 화상 회의 + 오프라인 회의를 혼합하여 진행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미팅이 자리를 잡았다. 다른 사람들도 재택근무가 필요할 때 이 방식을 쓰니 생산성이 오히려 올라가는 긍정적 효과를 봤다.
이처럼 “장애? 그냥 또 하나의 특징일 뿐”이라는 문화적 인식이 조직에 자리 잡으면, 결국 ‘다양성을 기본값으로 삼는’ 환경이 형성된다. 장애를 포함해, 성소수자나 보훈 대상, 해외 국적자 등 다양한 인력들이 각각 독특한 시각과 재능을 가져오고, 그 특성을 온전히 발휘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갈등이나 불편을 만났을 때는 논리적·배려적인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 결과가 ‘한 팀 안에 있는 차이점들이 성과로 이어진다’는 결실로 드러날 때, 구성원들은 “역시 다양성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네”라고 확신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 장애가 완전히 ‘불편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사자는 여전히 신체·정신적 제약을 느끼고, 힘든 순간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회사가 이를 존중하고, 그 특수성에 맞춰 업무 형태나 지원책을 마련해놓으면, 그 장애는 더 이상 “끊임없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금 더 편의를 제공하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렇게 시각을 전환해보면, 장애가 반드시 ‘마이너스’만 안기는 게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도 “우리는 어떤 사람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장애’가 정말 그 사람을 정의해버리는 낙인이 아닌, “또 다른 특징일 뿐”이라고 보는 조직에서, 나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더 넓게 펼칠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조울증 있으니 이 프로젝트는 무리 아닐까?”라고 먼저 주저했을 텐데,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필요하면 우리가 지원할게”라는 분위기이니 오히려 책임감이 생긴다. 그리고 실제로 몇 번 시도를 해보다가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팀원들에게 미리 말하고 스케줄을 조정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내 장애가 다양한 팀 구성원 중 하나의 특징으로 간주될 때, 나는 ‘익스큐즈’가 아니라 ‘포용’ 속에 일했다.
이 문화를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게 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사례가 더 필요하겠지만, 결국 요점은 동일하다. 다양성을 기본값으로 삼으면, “이 사람이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사람이 가진 독특한 배경과 역량을 어떻게 함께 살릴까?”라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흐른다는 것이다. 갈등이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그때조차도 사람들은 “너 장애 극복해봐”가 아니라 “함께 방안을 찾아보자”로 접근한다. 그 차이가 업무 분위기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식 자리에 갈 수 없는 동료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배제하는 대신, ‘화상 참여로라도 잠깐 들어올래?’라고 제안할 수 있다. 문서 작업에서 불편을 느끼면, 음성 인식 프로그램이나 화면 리더 기능을 통해 함께 수정할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누군가가 특정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절대 혼자 고민하지 않게 된다. 조직에 자연스럽게 책임 소재가 분산되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회사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면 회사가 더 단단해지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내가 gReach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넌 장애인 전형이니 조금 봐줄게”가 아니라, “이 자리는 우리가 꼭 필요한 역할이 있고, 너는 그것을 할 능력이 충분하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 느낌이 얼마나 마음을 편하게 했는지 모른다. 나는 “내 장애를 어떻게 숨겨야 하지?”를 고민하는 대신, “내가 가진 능력과 열정을 최대치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를 고민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장애가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환경은 궁극적으로, 장애인 당사자를 넘어 회사 전체가 함께 이익을 본다. 회사가 HR 프로세스나 업무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결국엔 비장애인 직원들도 편의를 누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정 장애 직원의 편의를 위해 화상 회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 재택근무나 출장 중인 모든 직원이 그 혜택을 받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직원을 생각하면 “어떻게 일하지?”라는 우려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사실, 그 사람이 ‘장애’가 있음에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오히려 회사 내부의 편견이 빠르게 허물어진다. “내가 보는 한 사람”을 통해, 고정관념이 한순간에 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건 곧 회사가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고, 더 풍부한 아이디어를 얻는 기폭제가 된다.
내가 몸소 느낀 이 변화를, 조금이나마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하게 되길 바란다. “장애? 그냥 또 하나의 특징이지”라고 말해주는 동료나 상사가 있다면, 이미 그 조직은 다양성을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을 뗀 셈이다. 그 뒤에 따라오는 것은 대개,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과 문화적 성장이다. 결국,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게 없는 투자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 “우리 회사도 이런 식으로 다양성과 장애를 다뤄볼까?”라는 생각을 해주면 좋겠다.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특성을 별것 아닌 걸로, 혹은 “그냥 우리 모두의 차이점 중 하나”로 대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그 공간이 바로 내가 보았던, “다양성을 기본값으로 삼는 문화”의 가장 큰 임팩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