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양자컴퓨터는 왜 삐까번쩍하게 생겼을까?

구글이 실험중인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의 생김새를 분석해보자

by Youha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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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진 속 황금빛 기계의 정체

아마 이 사진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온통 황금빛 금속으로 뒤덮이고, 복잡한 케이블이 얽혀 있는 이 물건이 대체 뭘까?” 하고 궁금해할 것 같다. 얼핏 보면 SF 영화 속에 나오는 미래 로봇이나 우주선의 한 부분 같지만, 사실 이것은 구글(Google)이 연구 중인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를 구동하기 위한 딜루션 냉장고(dilution refrigerator)라는 장치다. 이 장치는 아주 낮은 온도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일반 컴퓨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를 지키기 위해서다.




2. 양자컴퓨터와 큐비트(qubit)

보통 우리가 쓰는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두 가지 숫자만으로 모든 계산을 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라는 완전히 새로운 단위를 쓴다. 이 큐비트는 전자나 광자처럼 작은 양자 세계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을 직접 이용하는데, 온도나 진동, 잡음 등에 굉장히 민감하다. 조금만 영향이 있어도 계산이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큐비트를 보호해 주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3. 맨 아래쪽에 숨겨진 초전도 큐비트 칩

딜루션 냉장고 안에는 여러 겹의 원형 금속 판이 층층이 놓여 있다. 이 판들을 따라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면, 구글의 ‘Sycamore’ 칩 같은 초전도 큐비트 칩이 있다.

초전도 현상: 특정 금속을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하면 전기 저항이 사실상 0에 가까워지는 상태가 된다.

영하 273.14°C(절대온도 0K)에 가까운 온도: 여기서는 대략 10mK(절대온도 0.01K) 수준까지 온도를 낮추는데, 우주보다 더 차가운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극한이다.


1_q3CJ5Rr8Ju6qXjSIrm4OyQ.png 구글사의 Sycamore 초전도 큐비트 칩




4. 층층이 쌓인 금속 판과 냉각 과정

딜루션 냉장고는 층마다 온도가 다른 이유로, 위쪽 층은 수십 켈빈, 아래쪽 층은 수백 mK, 맨 아래 층은 10mK 같은 식으로 점차 낮아지도록 만들어진다.

헬륨-3와 헬륨-4 혼합: 이 특별한 혼합물로 내부를 냉각하고, 각 층을 순환하면서 열을 차단한다.

필터와 감쇠기(attenuator): 케이블을 통해 들어올 수 있는 잡음이나 열을 막기 위해 중간중간에 이런 부품들이 설치돼 있다.




5. 복잡한 케이블들의 역할

사진에서 보이는 긴 금속 케이블들은 큐비트 칩과 상온 장비를 연결하는 통로다.

제어 신호 전달: 위쪽 컴퓨터에서 계산이나 컴퓨팅을 위한 명령을 내리면, 이 케이블을 타고 아랫부분의 큐비트로 신호가 내려간다.

측정 신호 수신: 큐비트에서 계산한 결과도 다시 케이블을 통해 위로 올라와, 상부 장비에서 해석한다.

잡음 차단: 케이블 자체도 열이나 전자기 잡음을 전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설치된 감쇠기, 필터, 서큘레이터 등을 통해 노이즈를 최소화한다.


hero.jpg 냉각 효과의 점증적 향상을 위해 층층이 쌓인 도금된 금속 판과 복잡한 케이블들


6. 상부 스테이지의 상온 장비

딜루션 냉장고의 맨 위쪽은 방과 비슷한 온도이며, 이곳에는 마이크로파 발생기, 컴퓨터, DAC/ADC 같은 전자 장비가 있다.

신호 생성 및 분석: 큐비트가 필요로 하는 마이크로파 신호를 만들어 보내고, 다시 돌아온 측정 결과를 빠르게 해석한다.

헬륨 펌프·진공 장치: 냉장고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거나, 헬륨 가스를 순환시켜 온도를 유지하는 장치들도 위쪽에 연결돼 있다.




7. 황금빛 표면의 비밀

딜루션 냉장고의 금속 판이 전부 황금빛으로 보이는 건 예쁘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구리나 황동 표면에 금도금을 했기 때문이다.

열전도율 향상: 금은 열을 고르게 퍼뜨려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자기 잡음 차단: 빛이나 전자파를 반사·흡수해, 큐비트가 받는 잡음을 줄여 준다.




8. 양자컴퓨터의 ‘생명 유지 장치’

정리하자면, 딜루션 냉장고는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큐비트 칩을 안정적으로 살려두기 위한 생명 유지 장치다. 맨 아래 작고 섬세한 칩을 지키기 위해, 위아래로 수많은 금속 판과 케이블, 냉각 시스템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구글,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을 쓰고, 더 많은 큐비트를 연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 목표는 양자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고, 에러 정정 기술을 발전시켜서 실용적인 양자컴퓨터를 완성하는 것이다.




결국 사진 속 복잡한 기계는 미래 컴퓨팅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낯설고 거대해 보여도, 언젠가 이 기술이 일상으로 들어올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많은 문제들이 한 번에 해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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