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양자컴퓨터란?: 새로운 계산 세계의 서막”

양자컴퓨터는 과연 기존 컴퓨터와 뭐가 그렇게 다를까?

by Youhan Kim

양자컴퓨터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과연 기존 컴퓨터와 뭐가 그렇게 다를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매일 쓰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은 0과 1로 정보를 처리하고, 이 원리에 따라 수십 년간 발전해 왔다. 그 결과, 인터넷부터 AI 알고리즘까지 다양한 혁신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 ‘0과 1’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암호 해독, 복잡계 시뮬레이션, 분자 구조 연구 등에서는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양자컴퓨터는 이처럼 기존 방식으로는 시간이 ‘무한대’에 가깝게 필요한 연산을 ‘극단적으로’ 단축해 줄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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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 여러 번 언급된 큐비트(qubit)와 양자역학적 현상들을 직접 활용한다는 점이다. 큐비트는 0과 1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을 동시에 포함할 수 있는 상태(중첩)를 취한다. 여러 큐비트가 얽힘 상태가 되면, 고전적 계산으로는 상상도 못 할 병렬 연산 능력을 꿈꿀 수 있다. 이 기묘한 성질 덕분에, 예를 들어 2개의 큐비트가 4가지 상태를 동시에 표현하듯, n개의 큐비트면 2^n가지 상태를 잠재적으로 한꺼번에 다룰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지만, 이런 가능성만으로도 양자컴퓨팅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만하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양자컴퓨터가 어디에서 ‘혁신’을 일으킬까? 첫 손에 꼽히는 분야가 바로 암호학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암호 방식의 상당수는, 아주 큰 수를 소인수분해하기 어려운 수학적 난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고전 컴퓨터로는 이 과정을 풀기 위해 기하급수적인 시간을 투입해야 해서, 현실적으로 해독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특정 알고리즘(예: 쇼어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같은 문제를 훨씬 빠르게 해결해 ‘암호 체계가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말은 곧, 양자컴퓨터가 더욱 실용화되면 우리의 보안 시스템이 통째로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이를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양자 암호 체계가 구축될 수도 있으니,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앞다투어 연구 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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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이나 신물질 연구 역시 양자컴퓨터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대표 영역이다. 분자의 구조를 해석하거나 화학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는 일은 계산량이 엄청나, 고전적 방식으로는 정확한 모델링이 쉽지 않다. 그런데 양자컴퓨터가 원자나 분자 단위의 양자효과를 직접 묘사할 수 있다면,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찾기 어려웠던 최적의 분자 구조나 신약 후보를 빠르게 발견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컨대, 새로운 촉매 소재를 개발하거나, 단백질 접힘 구조를 예측하는 문제에서도 양자컴퓨팅의 강점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가 당장 우리 집 거실에 놓일 만큼 가까운 미래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이미 언급된 개념들이지만,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너무나 예민하기 때문에, 조금만 환경 변화가 있어도 상태가 사라지는 디코히런스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양자컴퓨터 연구 사진을 보면 황금색 금속 구조물이 층층이 쌓인 거대한 냉각 장치를 볼 수 있다. 극저온 환경에서 잡음을 최소화해야만, 큐비트가 원하는 시간만큼 중첩이나 얽힘 상태를 유지한다. 아직 수백~수천 개 큐비트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수준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구글이나 IBM 같은 대형 기업들은 계속 큐비트 수를 늘리는 데 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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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결합 가능성이다. 딥러닝 같은 기법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수록 학습 시간도 늘어난다. 만약 양자컴퓨터가 특정 연산을 빠르게 해낼 수 있다면, AI 모델을 훈련하는 속도도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이론적인 예측이 제기된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알고리즘이 양자 환경에서 더 효율적인지는 아직 활발히 연구 중이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이 접목될 경우,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의 패턴 인식이나 최적화가 가능해질 거라는 기대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이 양자컴퓨터는 정말로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해 주는 만능 기계일까? 사실 그건 과장에 가깝다. 양자컴퓨터가 유리한 문제는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도 많다. 일부 알고리즘은 양자 방식으로 수행하면 이점이 있는 반면, 일상적이고 단순한 계산—예컨대 문서 작성, 웹 브라우저 실행 등—은 지금의 고전 컴퓨터가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또, 양자계산이라 해도 결국 답을 ‘측정’해야 하므로, 측정 과정에서 중첩 상태가 어느 정도 ‘무너지는’ 측면이 있다. 그만큼 결과를 얻기 위한 설계가 훨씬 복잡하고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가 기존과 전혀 다른 계산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지금도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안정적인 큐비트 구현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각국 정부도 ‘양자 패권(Quantum Supremacy)’ 경쟁에 뛰어들어, 인재 양성과 연구 지원을 확대 중이다. 왜 이렇게 열을 올릴까? 바로 “양자컴퓨팅이 상용화되면, 지금껏 인류가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암호학, 금융 모델링, 기후 시뮬레이션, 에너지 효율화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흥미롭게도, 양자컴퓨터가 공상과학 장르에도 점차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TV 시리즈 〈Travelers〉에서 ‘디렉터(Director)’라는 신비로운 존재는 미래 세계를 통제하는 초지능형 양자컴퓨터로 설정된다. 과거로 보내진 요원들의 기억과 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갱신하는 이 디렉터는, 무수히 많은 시나리오를 양자적 병렬 연산으로 계산해 최적의 미래를 만들려 한다. 물론 이것은 드라마적 상상력이 가미된 설정이지만, 양자컴퓨터가 방대한 변수와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한다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SF적 매력을 발휘한다. 현실에서도 양자컴퓨팅 기술이 한층 더 발전한다면, 인간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미래 예측과 개입’ 수준의 연산 능력이 가능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S2e1_-_quantum_frame_%2B_fbi_%2B_activation.jpeg 공상과학 시리즈 'Travelers'에 등장하는 Quantum Frame. 퀀텀컴퓨터가 과거와 미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적시, 적재 적소에 '요원'들을 배치한다.


마지막으로 양자컴퓨터가 가진 의의는, 과학과 기술의 경계를 다시 그린다는 점에 있다. 그동안 컴퓨터 공학과 물리학은 꽤 다른 분야처럼 여겨졌지만, 양자컴퓨터는 물리 법칙(양자역학) 자체를 계산 자원으로 삼는다는 아이디어를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물리적 실체”라는 새로운 관점이 부상했고, 이는 고전적인 컴퓨팅 패러다임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양자컴퓨터가 완벽히 구현된다면, 단지 계산 속도 경쟁을 넘어서, 인류가 ‘정보’와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한층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혁신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해 보면,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가 가진 ‘0과 1’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이며, 동시에 양자역학이라는 미시 세계를 실용적으로 이용하려는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초전도 큐비트, 이온트랩, 광자 기반 큐비트 등 구현 방식도 다양하고, 언제쯤 실용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전망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10년, 혹은 20년 이내에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이 기술이 언젠가 해낼 ‘게임 체인저’ 역할을 굳게 믿는다.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양자컴퓨팅의 문턱은 분명히 높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연구자나 업계 관계자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기존 컴퓨팅으론 ‘영원히’ 풀기 어려울 것 같았던 난제들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면, 사회와 산업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마치 20세기 초 양자역학이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듯이, 양자컴퓨터 역시 “계산”과 “정보”에 관한 상식을 완전히 전복시킬지도 모른다. 바로 여기에, 양자컴퓨터가 지닌 진정한 흥미와 매력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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