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전략, 같은 목표: 대규모 양자컴퓨터 실현
양자컴퓨터가 점점 현실의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실제로 이를 누가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는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여러 실험실이나 스타트업이 독특한 시도를 펼치는 가운데,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뛰어들어 본격적으로 “양자전쟁”이라고 부를 만한 경쟁 구도를 형성한 상황이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와 연구 인력을 앞세워, 서로 다른 전략과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마치 우주개발 초기, 미국과 소련이 로켓 기술을 앞다투어 선보였던 시절처럼,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레이스가 벌어지는 중이다.
구글은 비교적 최근에 ‘Sycamore’ 칩을 통해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했다”고 선언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것이 엄청난 수의 큐비트를 거느린 시스템은 아니었지만,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매우 오래 걸릴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수백 초 만에 해결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발표 이후, 학계와 업계에서 “해당 문제의 실용성이 얼마나 있는가”를 두고 여러 논쟁이 있었지만, 적어도 “구글이 초전도체 기반 하드웨어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으며, 에러정정 연구도 진척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드러났다. 구글은 딜루션 냉장고를 사용하는 초전도 방식에 주력하면서, 클라우드 연동이나 대형 연산 테스트를 통해 실용 가능성을 점차 높이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10년 안에 실용적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여러 인터뷰나 발표에서 강조해 왔다.
반면에 IBM은 양자 분야에서 꽤 일찍부터 연구를 시작한 기업이다. “IBM Q”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양자컴퓨팅을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공개하는 시도를 했다. 이미 IBM Q Experience라는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연구자나 학생들이 소규모 양자회로를 올려 보며 테스트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양자컴퓨터를 웹에서 직접 실행해 본다”는 콘셉트가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IBM은 초전도 방식으로 꾸준히 큐비트를 늘리는 동시에, 소프트웨어와 오류정정 알고리즘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려고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특정 연도까지 ‘127큐비트 칩을 출시하겠다’거나, 그보다 훨씬 큰 큐비트를 통합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수치 목표와 로드맵을 종종 공개한다. 대기업답게, 수많은 연구소와 대학에 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해, 양자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조금 독특한 길을 걷는 것으로 유명하다. 앞선 두 기업이 초전도체와 이온트랩 등 기존에 많이 알려진 방법으로 큐비트를 만들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상적 큐비트(Topological Qubit)”라는 개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방식은 마요라나 페르미온 같은, 이론적으로만 언급된 입자를 활용하여 “좀 더 오류에 강한 큐비트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아직 실험적으로 확실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하는 로드맵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만약 이 위상적 접근이 성공한다면, 다른 방식에 비해 오류정정이 쉽고, 적은 자원으로도 큰 계산을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 운영체제” 개념과 개발 도구(예: Q#)도 미리 선보여, 하드웨어가 완비되었을 때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할 준비를 마치고자 한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이 각기 다른 하드웨어 전략과 목표를 내세우는 이유는, 아직 “이거면 된다” 하고 확정된 양자컴퓨팅 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비유를 들어 보면,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미래차 기술이 공존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구글과 IBM은 초전도체라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공 사례가 확인된” 길을 더 빨리 파고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위상적 큐비트’라는 신기술로 한 방 역전(?)을 노리는 형국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기업들은 이온트랩이나 광자 기반 등으로 또 다른 돌파구를 찾고 있으니, 실제 “양자전쟁”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채로운 전장이다.
이 경쟁이 진행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자들 간의 자존심 대결”이 아니라, 만약 언젠가 대규모 안정적 양자컴퓨터를 누군가 완성하면, 세계의 산업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암호 체계가 위험해지고, 신약 개발이나 거대 화학 시뮬레이션, 빅데이터 분석 등이 전혀 다른 속도로 진전될 수 있다. 따라서 각 기업은 지금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미래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자컴퓨터가 미래 핵심 인프라가 된다면, PC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또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경쟁이 단순히 “누가 큐비트를 더 많이 만드냐”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IBM이 공개한 로드맵을 보면, 큐비트 수를 늘리는 것은 목표의 일부일 뿐이고, 동시에 에러율을 낮추고 양자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과제가 병행된다. 구글도 비슷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가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Q# 언어나 개발 키트를 공개해서 프로그래머들이 미리 양자 알고리즘을 익힐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오류정정 기술까지 종합적으로 성장해야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기에, 한두 분야의 발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이 업계의 특징이다.
결국 “양자전쟁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형 기업들이 저마다 다른 경로를 따라, 동시에 협력하고 경쟁하며, 양자컴퓨팅을 ‘가능성’에서 ‘현실’로 끌어내리는 중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은 빠른 성과 발표와 실험적 기록에 집중하고, IBM은 안정적 인프라와 공개 플랫폼, 로드맵 공개로 신뢰를 쌓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독특한 위상적 큐비트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다. 누가 먼저 진짜 “우리 양자컴퓨터가 유용한 문제를 실시간으로 해결해 냈다”라는 뉴스를 전 세계에 전할지, 그리고 그 결과가 산업 전반에 어떤 파급을 가져올지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인터넷 기사에서 “IBM, 1024큐비트 칩 성공적으로 테스트!” 또는 “구글, 양자클라우드 서비스 출시!” 같은 보도를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마이크로소프트, 위상적 큐비트 구현에 성공해 기존 방식 뛰어넘다!” 같은 헤드라인이 뜰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실제로 우리의 암호화폐 지갑부터, 온라인 은행, 인공지능 서비스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흥미롭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양자기술이, 이처럼 구체적인 산업 판도와 결합하고 있다는 현실이 ‘양자전쟁’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보여 준다.
★ 용어 설명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 양자컴퓨터가 특정 문제에서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성능을 보여 주는 순간을 가리키는 말.
위상적 큐비트(Topological Qubit):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목하는 특수한 방식의 큐비트. 위상 물질의 성질을 이용해 에러율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