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세가지 방법들.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알고리즘이나 오류정정 방식만 갖춰지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큐비트를 어떻게 물리적으로 만들어, 그 섬세한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전 세계의 연구실과 회사들이 수많은 아이디어를 놓고 경쟁하는 중이다. 그만큼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는 아직도 활발히 진화하는 분야이며, 어떤 접근이 궁극적으로 가장 효율적일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실제로 구글이나 IBM 등이 내놓은 초전도 기반 시스템과, IonQ 같은 기업이 주도하는 이온트랩 방식, 그리고 광자를 활용한 연구 그룹들이 서로 다른 강점과 약점을 보유하고 있어서, 마치 다양한 생태계를 꾸려 놓은 느낌이 든다.
초전도체를 이용한 방식은 현재 가장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많다. 종종 언론에서 공개된 사진을 보면, 황금빛 금속 기둥(딜루션 냉장고 안에 여러 층으로 된 구조물)이 등장하는데, 그곳 가장 아래층에 초전도 큐비트가 장착되어 있다. 초전도 현상이란, 특정 물질을 극저온으로 냉각했을 때 전기 저항이 거의 0에 가까워지는 특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무더운 여름 날 밖에 내놓은 아이스크림이 초고속으로 녹아내리는 것과 반대로, 극저온 환경에서는 전자 흐름이 ‘저항 없이’ 매끈하게 이어진다. 이 성질을 이용해 아주 민감한 양자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이 Sycamore라는 이름의 칩으로 양자 “우월성”을 주장했을 때도, 이 초전도 방식을 활용했다. 다만 초전도 큐비트는 대부분 수십 mK(밀리켈빈) 수준의 극저온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가 엄청나게 복잡한 냉각 장치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딜루션 냉장고라 불리는 거대한 장비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온트랩 방식은 이름 그대로 ‘이온(전하를 띤 원자)’을 잡아 두어 큐비트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한 원자를, 혹은 몇 개의 원자를 특정 전자 상태로 만들어서 큐비트 역할을 하게 하는데, 전기장을 통해 이온을 공중에 띄워 놓듯 움직이지 못하게 가두는 것이다. 마치 마술사의 무대에서 여러 공을 한 번에 공중에 띄워서 손대지 않고 유지하는 느낌에 가깝다. 특정 레이저 빔을 쏘면, 이온의 에너지 상태가 바뀌면서 0 혹은 1 역할을 하게 되고, 적절한 레이저 펄스를 통해 게이트 연산을 수행한다. 이 접근은 온도 조건이 초전도체처럼 극단적으로 낮지 않아도 되는 편이고, 서로 다른 이온 간 상호작용을 비교적 선명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다만 이온을 수십, 수백 개 이상 정교하게 가두고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어서, 현재까지 개발된 이온트랩 기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광자 기반 접근은 또 다른 독특한 길을 걷는다. 빛의 입자인 광자를 이용해 양자정보를 표현하고, 광섬유나 반도체 칩 내부에서 광자를 조작하는 식이다. 이 방법은 “빛은 열 잡음에 비교적 잘 견딘다”거나, “장거리 전송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이점을 지닌다. 그래서 양자통신과 연결하기가 좋고, 향후 대규모 양자 네트워크가 구축될 때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크다. 다만 광자를 큐비트로 다루려면 레이저, 광학 소자, 검출기 등을 매우 정교하게 배치해야 하며, 광자끼리 상호작용을 일으키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양자컴퓨팅을 하기 위해서는 큐비트들 사이의 ‘게이트 연산’이 필수인데, 빛은 물질과 달리 스스로 잘 엉키지 않으므로, 이를 구현하려면 꽤 복잡한 기법이 요구된다는 것이 연구자들이 겪는 난관이다.
이렇게 보면, 초전도체, 이온트랩, 광자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어떤 것이 더 유망하냐”를 놓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누군가는 “초전도가 이미 수십~수백 개 큐비트를 모으고 있으니 좀 더 앞서 있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이온트랩은 안정적 동작이 잘 되므로 소수의 큐비트라도 에러율이 낮고, 양자게이트 정확도가 높다”라고 주장한다. 광자 진영에서는 “우리 쪽이야말로 원거리 전송에 유리하고, 장기적으로 양자 네트워크까지 연결 가능하다”고 어필하는 식이다. 어쩌면 이는 극지방에서 사는 북극곰, 사막에서 사는 낙타, 열대우림의 원숭이처럼, 서로 다른 환경에 최적화된 생물들이 공존하며 진화 경쟁을 벌이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현재로서는 각 진영이 ‘실험실에서 성공한 소규모 시연’ 단계에서 ‘상업적으로 가능한 대규모 양자컴퓨터’로 넘어가려 애쓰고 있다. 구글이나 IBM 같은 대기업, IonQ나 Alpine Quantum Technologies(AQT) 같은 전문 스타트업, 그리고 다양한 대학 연구소들이 서로 협력도 하고, 때로는 특허 경쟁도 벌이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개발되던 시절에도 여러 방식의 CPU나 메모리, 운영체제가 도전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표준이 잡혔듯이, 양자컴퓨터도 언젠가는 주류가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지금의 상황으로 보건대, 꽤 오랜 기간 동안 이 다양한 기술들이 각자 분야에서 활약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초전도체 방식이 중·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큐비트를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냉장고 유지비가 비싸고 복잡한 점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이온트랩은 큐비트 사이 상호작용을 매우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지만, 많은 이온을 동시에 ‘예쁘게 배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광자는 장거리 통신과 결합하는 데 이점이 크지만, 게이트 설계가 만만치 않아 확장성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고민들을 각 연구 그룹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향후 누가 먼저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독자들이 이를 더 직관적으로 그려보려면, 고층 빌딩을 짓는 과정을 떠올려 보면 좋다. 하나의 콘크리트 방식만으로 건물을 올릴 수도 있고, 강철 프레임과 유리 패널로 만들 수도 있다. 어떤 건설사는 “우리가 만든 방식이 더 튼튼하고 빠르다”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건설사는 “우리 쪽은 재료비가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아파트도 철근콘크리트 방식, 강구조 방식 등 다양한 기술이 경쟁하지 않는가.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로, 아직 “최고의 기술”이 확정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 혁신이 교차하며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이런 경쟁과 연구가 계속되는 이유는, 만약 어느 한 쪽에서 ‘에러율도 낮고, 큐비트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는’ 기술이 완성된다면, 사회 전체가 크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 체계부터 신약 개발, 기후 시뮬레이션, 빅데이터 분석까지 모든 영역이 저마다 양자컴퓨팅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지금은 “초전도체, 이온트랩, 광자 중 무엇이 궁극의 승자가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이 다양한 접근이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전체 양자컴퓨터 생태계를 얼마나 빨리 발전시킬까?”를 기대하는 편이 더 낫다. 어쩌면 특정 응용에는 초전도체 방식이, 또 다른 응용에는 이온트랩이, 혹은 광자가 각각 맞춤형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는, 단일한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향해 뻗어 가는 융합 분야다.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각각 자신이 믿는 방식으로 큐비트를 만들고, 이를 ‘정보’라는 형태로 구현하기 위해 각종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풀어 나가는 중이다. 만약 수십 년 후에 누군가 “어떻게 해서 양자 시대가 열렸느냐?”고 물으면, 아마도 초전도체와 이온트랩, 광자 기반 연구들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해 왔다고 대답하게 될지도 모른다.
★ 용어 설명
초전도 큐비트: 전기 저항이 거의 0에 가까운 초전도 상태를 이용해 만든 큐비트. 극저온에서만 작동하지만, 이미 대규모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온트랩 큐비트: 전기장을 이용해 공중에 띄운 이온(전하를 띤 원자)을 큐비트로 사용하는 방식. 정밀한 레이저 제어가 필요하다.
광자 기반 큐비트: 빛(광자)을 정보 단위로 활용하는 양자컴퓨팅. 양자통신과 연계가 유리하지만, 서로 다른 광자를 얽히게 만드는 게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