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by 유영훈

그야말로 하늘색인 하늘 아래에

춤추는 파스텔 분홍 꽃잎 아래로


그야말로 우중충한 회색 아스팔트 아래에

모든 것을 삼키는 검정의 지하실


하늘색은 뿌옇게 흐리고

파스텔 분홍은 번지고 희미해져 회색에 어우러졌을 때

마른 회색은 촉촉하게 짙어지고

무거운 발걸음을 내려 마주하는 검정의 지하실


빛을 잃은 이에게

마지막 빛을 거두는 스위치가 내리면

그제야 폭포처럼 흘러

고이는 내 발 밑의 웅덩이


그런 나를 끝까지 위로하는

따듯한 이의 마지막 차가운 손


그 곁으로

흐리지도 번지지도

희미해지지도 않고 끝까지

나를 감싸는

그 손같이 차가운 따듯한 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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