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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결 Feb 20. 2019

주변인탐구일지#1 동영오빠

UX 디자이너

주변인탐구일지란?

유진이의 주변 사람들을 탐구하기 위한 인터뷰입니다. 지극히 사적인 내용으로 구성되며 인터뷰의 목적은 제가 즐거워지는 것이고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을 마구잡이로 물어봅니다.





주변인탐구일지#1 동영오빠(디자이너)

늘 지니고 다니는 알렉스 머그, 해브해드 다이어리, 애플워치


아이스브레이킹


카페가면 자주 마시는 음료가 뭐야?

처음 간 카페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어. 녹내장때문에 커피랑 술을 자주 못 먹으니 한 번 먹을 때 제대로 먹자고 생각해. 아메리카노를 마셔보고 취향에 잘 맞으면 다른 메뉴를 시도해. 에이스타(자주 가는 카페)에 가면 플랫화이트를 마시는데 메뉴판에 없는 단골들만 아는 메뉴야.


좋아하는 장소가 어디야?

한 곳보다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요즘 자주 가는 곳은 강남 빈브라더스. 일상에서 자주 가는 곳은 위에서 말한 에이스타 카페를 좋아해. 생각날 때마다 찾아가는 곳은 석관시장에 있는 곳인데 상호명은 모르겠어. 고로케, 찹쌀빵을 먹으러 가는데 맛있고 싸고 양도 많아.


좋아하는 물건, 자주 지니고 다니는 물건을 자랑해줘

에어팟! 인생의 신세계를 깨달았어. 난청이 있어서 이어폰을 쓸 때 신중한 편인데, 에어팟은 아이폰과의 시너지가 엄청 편안해. 줄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애플 제품끼리 연동이 잘 되고 귀에서 빼면 바로 음악이 정지되서 편해.


두번째로는 이원코리아 시계(브래들리 타임피스)

시계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머니가 남자는 시계를 차고 다녀야한다고 생일선물로 사주셨어. UX가 최고야. 처음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시계를 만들었다가 실제 시각장애인의 절반이상이 점자를 읽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점자를 못 읽는 시각장애인도 쓸 수 있게 만든 시계야. 물론 비시각 장애인도 쓸 수 있는 디자인도 뛰어난 시계지.

 

지금 기분은 어때?

멍~해. 지금은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이라(오후 9시) 카페에 와 있으니까 기분이 묘해.







저녁은 마포리 1987에서 새우로제파스타와 협재볶음밥


  위로


나의 인생에 힘이 되는 사람, 나를 잘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어?

회사에서는 디자인 차장님. 처음 회사에 왔을 때부터 믿는 분이야. 세미나 들었을 때 멘토는 멀리서 찾지 말고 바로 옆에서 찾으라고 하더라. 주임이 되고 프로젝트 메인 업무 담당할 때, 조언을 부탁드릴 수 있는 분이 그 분 밖에 없었는데 그 때부터 솔직한 이야기를 조금씩 하게 됐어. 사소한 것도 많이 물어보고 그 분을 되게 귀찮게 했어. 아닌 건 아니다 맞는 건 맞다 말씀해주시고 혼낼 건 혼내시고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가야 할 지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분이야. 그 분 조언듣고 대학교도 다니게 되었어. 

주변에서는 동네 친구들. 술자리에서 각자 이야기를 많이 해. 힘들었던 얘기 진지한 얘기 다 하고 인생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앞으로에 대한 계획도 서로 이야기 해. 이 친구들한테는 가족들한테 못하는 이야기도 다 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위로 하는 편이야?

듣기 좋은 말 보다는 솔직하게 이야기 해줘. 진짜 그 사람을 생각한다면 당장의 위로보다는 그 사람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그게 비록 그 사람한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해도.

해결책을 줄 수 없는 감정적인 문제는 친구가 그 생각을 떨치는 데 집중하도록 도와줘. 계속 그 문제를 생각할수록 너만 힘들어지고 너가 안 좋게 변한다고. 솔직한 얘기를 하되 말로 좋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결국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변화를 깨달은 사람만 좋은 동료나 친구로 남게 되더라고. 좋게 변하는 친구들은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떠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어.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 수 있는데 굳이 뭐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다 신경써야 하나 싶어. 맞는 사람들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좋은 사람곁에는 늘 좋은 사람들이 모이고 같이 남아. 그러기 위해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안 받으려 하고, 최대한 나한테 집중을 하려고 하고.







비로소 커피에서 라떼와 플랫화이트


가족


형제관계가 어떻게 돼? 형제가 나의 성격이나 인생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어?

누나. 일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어. 네일 아티스트이고 본인 가게를 하고 있어. 가게 하기 전에 힘들게 일했는데 1-2년 일하는 동안 최저시급도 못 받으면서 혼자 노력을 엄청 많이 했어. 직원으로 일하면서 혼자 매출 300-400 찍고 그다음에 독립해서 가게를 창업했어. 업계가 빡빡한 곳인데도 혼자 노력하여 창업이라는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거 보고 많이 배웠어. 작년에 창업했는데 실력이 좋으니까 주변에서 따지질 못해. 주변 사람들한테 잘하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도와 주셔. 본인이 잘못된 처우를 받을 땐 당당해지라고 알려줬어. 남 눈치 보면서 살지말라고 너가 잘못한게 없다면 당당히 너의 이야기를 해야 남들이 너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해줘. 그래서 나도 회사에 잘못된 처우나 문제가 있을 시 직급이 높더라도 당당하게 이야기를 해. 그걸로 마찰은 있지만 최소한 문제가 있으면 바꾸려고 노력을 해야하잖아.


부모님에게 받은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어?

어머니가 대단하시다고 느낀게 육십 가까이 되셨는데 공부를 많이 하셔.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하시는데 그 나이에도 계속 공부를 하시는 걸 보면 내가 마냥 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 공부하실 때 옆에서 같이 공부하기도 하고. 어머니가 되게 현명한 분인데 나 때문에 못하신 게 많았어. 내가 어머니를 모셔야 할 때니까 이제는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말씀드려. 지금 나이대에 하기 힘든 해외여행, 암벽등반도 하시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계셔. 어머니 성격이 좋다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데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지도 말씀해주시고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







책, 취미, 문화생활


최근에 읽은 책 중 좋았던 책 있어?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강렬했던 책이야. 그 책에서는 무언가를 보는 법에 대해서 잘 알려주는데 작은 것도 디테일하게 봐야 잘 알 수 있고 그 디테일에서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더라고. 기억에 남는게 김훈 작가의 자전거 기행인데 들국화를 엄청 세밀하게 묘사했거든. 무언가를 볼 때 이렇게 봐야 하는 구나  느꼈어.


영화 뮤지컬 연극 전시회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영화. 쉽게 볼 수 있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을 영화에서는 볼 수 있어. 예를 들어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같은 것은 책이나 연극에서 볼 수 없는 것이잖아. 그리고 영화 분석 하는 걸 좋아하는데 영화 보면서 감독들이 이런 디테일까지 챙기는구나 소름 끼칠 때가 많아. 얼마 전에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이란 영화를 봤는데 미군 유격대들이 나치를 학살하는 내용이야. 한 번 봤을때는 재미있는지 몰랐는데 유튜버에서 영화 분석을 보고 다시 봤거든. 한스 란다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봤더니 너무 재미있는 거야. 소름끼치도록 연기 디테일이 살아있어. 영화는 어릴 때부터 많이 봤고 일주일에 2~3편은 꼭 봐. 쇼생크탈출은 10번 넘게 봤는데 마지막 대사가 제일 좋아. 희망은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아요.


생활비를 제외하고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어?

전자기기. 기계를 좋아해서 예전부터 많이 샀어. 그 다음으로 많이 쓰는 건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들.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잠깐 하고 말 것도 우선은 경험해보자고 생각해. 돈을 쓰면서 물건보다는 경험을 남기고 그 경험이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할 때 많은 도움이 돼.








좋아하는 술 종류가 뭐야?

수제 맥주랑 해외 맥주. 국내 맥주는 맛이 없어서 안먹어. 라거를 좋아하는데 라거는 가벼우면서 목넘김이 좋고 끝이 깔끔해. 최애 맥주는 파울라너인데 요즘은 블루문이랑 에베레스트 자주 마셔.


술을 마시는 이유가 뭐야?

원래 좋아했고 맛보다는 분위기 때문에 먹었어. 전에는 맛을 안 따졌는데 지금은 녹내장 때문에 많이 못 먹으니까 맛을 따지게 됐어. 일주일에 1캔 정도 마시는데 술자리에서는 1잔에서 많이 마시면 2잔정도.







첫 번째 인터뷰를 끝내며


카페 마감시간으로 인해 오래 못 해서 조금 아쉬웠지만 인터뷰는 끝내야 할 숙제가 아니니까 괜찮다. 나중에 또 만나도 되고. 인터뷰의 목적은 내 자신이 즐거워지는 것이었는데 그 목적은 잘 달성했다(웃음) 인터뷰이를 정할 때 처음 생각 난 사람이 동영오빠였다. 오빠는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주는 사람이라 인터뷰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웠다. 햇수로 4년 정도 알고 지냈고 만난 횟수는 많지만 둘이 만나거나 길게 대화를 해 본 적은 많이 없었다. 인터뷰하면서 라떼를 마셨는데 지금까지 동영오빠에 대해 딱 라떼의 거품까지만 알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을 통해 거품 아래 커피를 막 맛 본 것 같다. 단순히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뿐이지만 공통적인 가치관이 보였다. 살면서 어떤 기준을 크게 두고 생각하고 선택하는지 느껴졌다. 가까운 사람도 잘 알기 어렵구나. 주변사람들을 좀 더 알아가고 싶다. 내가 좋아서 하는 첫번째 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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