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살림-18
기다림에는 이골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월급이 없으니 모아놓은 돈이 야금야금 줄어들기 시작했고,
게다가 선배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그만두고 싶단 마음을 표했다.
그렇지만 제발 기다려달라는 팀장님의 설득과
중국 프로그램이라는 설렘이 번번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 이때의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또 어떤 길을 걷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피디 / 작가진 모두 방황하며 정처 없이 흔들리던 때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선배피디들과 팀장(대표)님은 이야길 나누었고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우리 모두가 돈을 벌기 위해서도
중국 프로그램은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한국 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한다.
게다가 나에게 피해를 준 선배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간다고 이야기가 나왔다.
조금씩 마음의 안정이 찾아왔고 그때 시작하게 된 프로그램이 뷰티 프로그램이었다.
당시에는 여러 뷰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던 때로
협찬도 받고, 또 여러 화장품들을 실제로 비교하기도 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도 듣는
흔하디 흔하지만 사람들에게는 환영 받는 기획의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뷰티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렇지만 마냥 화장품이라고 쉬운 프로그램인 줄 알았던 것이 나의 죄인건지
실험이 엄청 번거로울 거라는 생각도 못했고 -
따로 VCR 촬영이 있을 거라는 것도 예상하지 '안'았으며 -
실험 결과가 내가 원한대로 나올 거라는 착각도 하고 있었다.
매번 새로운 실험을 찾아내야 하는 것도 일인데
이 실험의 결과를 맞추어내야 하는 것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차라리 촬영과 편집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피디니까 그리고 한 팀이니까 막내일지라도 "또" 모든 기획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