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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나까스이따 Jun 03. 2020

다시 한번 일에 의미 부여하기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느새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어느 정도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꾸준히 지속해온 저축이 조금이나마 나에게 경제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을 때, 알고 있었지만 억눌러왔던 자신에 대한 생각들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에게 일이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매달 먹고살 수 있을 만큼 월급을 주는 직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나보다 능력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에 대한 겸손한 마음가짐과 자부심을 가지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이 일이 정말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가, 이 일을 함으로써 포기한 무엇인가의 기회비용이 정말로 내가 받는 월급보다 작을까, 치고 치이는 인간관계 속에서 지금 나는 행복한가


좋게 말하면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말하면 조금 삐뚤어진 관점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겨우 5년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너무 나약한 거 아니냐고, 좀 더 뚝심 있게 버텨 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해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내 탓도 크지만, 생각의 실타래가 얽히고설켜 중간에 풀어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올 것만 같아서 일단은 하고 있는 일의 속도를 조금 늦추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아니고, 이 일을 시작하고 이 분야에서 끝까지 가보겠다는 각오를 잠시 접어두고, 걸어왔던 길을 한번 되돌아보고, 앞으로 가고 싶은 길과 가야 하는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든 의미에서.


학생 때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경제적 자유란 회사에서 얻는 수입으로 부모님한테서 경제적인 독립을 하는 것이었고, 이왕이면 월급을 많이 받아 직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소박한 경제적인 자유를 경험해 보는 것이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생각했을 때, 나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내면의 소리를 철저히 무시하려 노력했고 세상에서 요구하는 나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가는데만 집중했다. 스펙을 쌓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씩 내 내면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것은 들으려고 해서 들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목놓아 소리쳐 부르는 것 같은 간절함이 느껴져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고.


예전에 내가 일과 인생에 부여했던 의미가 나한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듯한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냐고.


지금 이대로는 일을 지속하는데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지금이라도 들려오기 시작한 내면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거나, 어쩌면 둘 다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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