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본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나까스이따 Aug 15. 2020

영화 新聞記者(신문기자)를 보고

新(새로울 신) 聞 (들을 문), 새로운 소식을 듣는 것. 사전적 정의는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이나 해설을 널리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정기 간행물', 새로운 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매체로 널리 인식되고 보편화된 매체.


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의 역할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 특히 소수 권력자의 권력남용에 대한 언론의 보도 역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국민은 투표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에게 통치를 위임하고, 권력자는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국가운영의 책임을 진다. 아무리 재산이 많고 똑똑해도 국민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면 나라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고, 기회를 제공받아 권력을 가진 사람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의 남용은 정부/국회/사법의 삼권분리를 통한 상호 견제(통제) 장치를 통해서 억제함과 동시에, 정치적 사실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언론의 보도를 통해 국민들에게 권력자들의 실태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여론의 압박을, 장기적으로는 투표로서 위임된 권력을 뺏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국민들에게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정보의 알 권리를 제공하여 권력기관의 부패를 감시하는 것, 언론의 수많은 역할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가톨릭 신부의 성적인 타락과 범죄를 세계에 알린 미국 Boston Globe社의 보도과정을 다룬 Spotlight,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전쟁의 실태를 은폐해온 정부의 비밀문서를 폭로한 미국 Washington Post社의 보도 과정을 다룬 The Post를 보면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 언론사의 일에 대해 꽤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중, 2019년 일본에서 꽤 무거운 정치적인 이슈를 신문사의 관점에서 다룬 영화, 新聞記者(신문기자)에 심은경 씨가 주연으로 나와 일본 내에서 굵직한 상들을 휩쓴 것을 보고 (대표적으로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최우수 남우주연상 (松坂 桃李- 마츠자카 토오리 -남주), 최우수 여우주연상(심은경), 감독, 각본, 편집상 등), 영화가 넷플릭스에 스트리밍 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보게 되었다. (자막에 한국어가 없었던 걸로 기억. 아직은 한국에 스트리밍이 안되었을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실제 일본인 기자 望月 衣塑子(모치즈키 이소코)의 실제 보도 내용을 모티브로 해서, 정권을 직접적으로 타격한 森友学園(모리토모 학원), 加計学園(가케학원) 이슈라던지,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여성 저널리스트를 위한 적극적인 언론활동을 영화 내에서 다른 이름으로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실제 인물인 모치즈키 이소코는 官房長官(관방장관 - 일본 내각의 사무를 총괄)과의 기자회담에서,  2017년 6월 8일 가케학원문제와 성폭력피해 여성의 기소 내용에 관해 40분 동안 23회의 질문을 한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보통 기자 1명이 10분 내에 2~3개의 질문을 함)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스포 방지를 위해) 최대한 간략하게 소개하면, 미국에서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吉岡エリカ (요시오카 에리카 - 심은경)가 일본 도쿄에 있는 신문사에서 일을 하던 중, 현 정권의 기밀문서를 손에 넣게 되고, 기밀문서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남자 주인공인 일본의 엘리트 관료 杉原拓海(스기하라 타쿠미)는 내각의 내각 정보 조사실에서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한 여론조작 (댓글부대), 민간인 사찰, 언론사 압박 등의 일을 하는데, 자신이 생각했던 국민을 위한 일과 실제 현실과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동시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로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의 얽히고설키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기자는 정부의 기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커리어의 위협, 언론사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압박, 직장 동료의 외면 등 기자로서 버티기 힘든 악조건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보며, 모든 위험요소를 무릅쓰고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자의 원동력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자의 원동력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기자가 생각하는 정의가 진실된 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라면, 영화 속의 인물은 그 '정의'의 무게가 엄청 무거운, 스펙트럼의 끝에 설정된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는 다양한 '정의'의 스펙트럼을 가진 기자들이 있겠지만.


반대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을 하고 싶은 한 관료가, 자신의 신념과는 정반대의 일을 하면서 느끼는 괴로움, 허무함, 내적 갈등을 겪다가, 조직의 규칙과 틀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일본 사회에서 그 틀을 깨기로 결심했을 때의 소신과 신념, 하지만 결국 사회의 일원이자 한 가족의 가장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타협과 체념.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달라지는 상황에 대한 한 남자의 감정의 변화를 다양하게 볼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뚝심 있게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기자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실제 언론사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언론사에 다양한 이권이 개입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언론사가 완전한 독립성을 지키기는 힘들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를 통해 실제로 사회적/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취재하는 기자가 겪게 되는 어려움들을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는 내각의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대상이 정권으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조직과의 갈등이 있지 않을까. 신문의 광고주로 스폰서를 해주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것,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것, 많은 사람들의 이권이 들어가 있는 이슈에 대해 객관적이지만 어느 한쪽에 피해가 갈 수도 있는 기사를 쓰는 것 등 기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는 글을 쓰는데서 오는 책임감의 무게를 견딘다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면 실제 정부에서 여러 루트로 언론사에 압박이 들어오는데, 실제로 일본 언론의 자유도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나라별 언론의 자유도를 한번 찾아봤다. 2020년 World Press Freedom Index 기준,  조사대상 180여 개국 중 언론의 자유도는 한국이 42위, 대만 43위, 일본 62위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언론 자유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영화가 실제 한국의 언론 상황과 일본의 언론 상황을 비교해볼 수 있는 껀덕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근 일본 국내의 정치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거나, 언론사 관련된 영화에 관심이 있으면 한 번쯤 꼭 볼 만한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에서 취업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