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 거지를 대하는 어른의 자세
누가 시작했을까? 누구냐 넌?
최근 글을 읽다가 개근 거지라는 말을 알았다. ‘개근 거지’라는 말은 학기 중 교외체험학습을 가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학교를 꼬박꼬박 출석하는 것에 대한 비아냥의 표현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말이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 때문이다. ‘우리 아이도 그런 이야기 들을까 봐 겁난다’, ‘무섭다’, ‘이민 가고 싶다’, ‘씁쓸하다.’등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 했다.
개근 거지라는 말은 누가 시작했을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아닐까 싶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학기 중에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 다른 학생들을 비하하려고 시작했겠지.
왜 그랬을까? 여행을 가는 본인은 돈이 많고, 학기 중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너희는 가난하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닐까?
그럼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해외여행을 갔다 오면 부자인가?
해외여행을 다녀온 게 으스댈 일인가?
해외여행을 못 간다고 자책해야 하나?
개근거지란말은 굉장히 짧고 단순한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부모들은 스스로 자책하거나 무리해서 해외여행을 계획한단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맞는 걸까? 이런 말에 놀아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혹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그 사악한 말을 뱉는 아이는 바뀌지 않는다. 자기를 의식한다는 것을 아는 그 아이는 또 다른 말로 내 아이에게 상처를 줄 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은 흔히 자신의 경험이나 물건을 자랑한다. 대부분 별생각 없이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한다. 그뿐이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같은 반 친구를 개근 거지라고 놀리는 학생은 생각이 바른가? 말이 고운가? 좋은 친구라고 할 수 있는가? 아마 친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진 학생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남에게 상처가 될 말을 거리낌 없이 하는 학생의 말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어른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어야 할까?
이 말을 듣고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무리해서 여행을 계획하는 부모보다 자녀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은 고쳐주고 옳지 않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내 아이도 그런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 없는 말에 상처 입는 경험을 많이 한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말을 듣고 화도 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아이들이 생각 없이 뱉는 말을 자주 듣는 일을 하다 보니 요령이 좀 쌓였다.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는 학기 중에 여행 못 가. 단순히 학기 중에 여행 가지 않는 것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친구가 있다니 참 아쉽다. 그 이야기를 꺼낸 아이가 별생각 없이 한 말이라면 좋겠네.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했거나 큰 실수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말이야. 여행을 가지 못해서 아쉽겠지만 그런 말을 들을 일은 아닌데. 네 생각은 어떻니?”
남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철없는 아이들의 말에 흔들리지 말자. 상처받지 말자. 그런 생각없는 말에 무너지거나 스트레스 받는 부모가 되지 말자. 내 자리에서 우리 가족과 아이를 위해 더 단단한 어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