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엄마일기_5
인공수정 1차 시술 후 매일의 시간이 참 더디 간다고 느껴졌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나있다.
인공수정은 인공적으로 수정시키는 게 아니라 자연수정이 되도록 정자와 난자를 만나게 해주는 역할로 자연임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배란일을 맞춰 관계를 가졌다고 다 임신이 되지 않지만 주사도 맞고 질정도 넣으니 왠지 내가 임신이 된 것만 같았다.
인공수정을 하고 나면 착상이 잘 유지되도록 돕는 질정을 넣게 되는데 하루 2번 정해진 시간에 넣어야 한다.
처음에는 주사도 아니고 이게 뭐 별거라고 어려울까 싶었는데,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넣으려면 다음과 같은 사소한 불편함 들이 생길 수 있다.
1. 12시간 간격으로 넣어야 함
- 가장 늦은 기상시간 7시와 가장 빠른 취침시간 10시 사이로 정하기
- 퇴근하고 집에 올 수 있는 시간에 정해서 넣기 (밖에서 넣기 어렵고 누워있을 수 없음)
2. 질정이 새어 나올 수 있어서 잠시 누워있어야 함
- 권장은 10분인데 너무 많이 새어 나와 15~20분 정도 누워있음
3. 질정이 생각보다 잘 안 들어가고 넣기가 쉽지 않음
계약직 신분이나마 간신히 회사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나는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와서 질정을 넣어야 했다.
하루 두 번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맞추고 움직였는데 이게 뭐라고 운동도 못하고 외출도 미뤄지니 나가기 싫어져서 집에만 있게 되었다.
인공수정하면 살찐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던 터라 최소한의 운동과 식단은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이 더 쪄버리면 임신도 어렵고 나중에 아이 키울 때도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운동량이 줄어서 근육은 빠졌겠지만 최소한의 몸무게만큼은 지켜내고 있는 와중에 소화불량이 찾아왔다.
혹시.. 임신인가?
임신초기증상, 임신극초기, 임테기두줄 전, 임테기 한 줄 임신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검색해 보며 임신이라고 생각했다.
배가 콕콕 쑤셨고 소화가 안 됐으며 기초체온도 살짝 올라간 거 같았다.
기대하지 말자는 생각이 무색하게 나는 이미 임산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봐도 전보다 조금 덜 불편하게 되었고 그동안 사두었던 임부복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출퇴근 시 앉을까 말까 300번쯤 고민하게 만들었던 임산부석에도 분홍색 마크와 함께 앉아갈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임테기역전, 얼리임테기, 임테기두줄 언제, 인공후정 후임테기
나와 맞지 않는 결과는 지워버리고 무조건 임신이 된다는 후기만 열심히 읽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인공수정 후 9일째 되던 날부터 15일째까지 임테기를 진행했다.
예약해 둔 일자에 병원에 방문해서 의미 없는 임신테스트기 결과를 말하고 소변검사를 했다.
3분도 안돼서 결과가 나왔고 다음 시술을 준비하려면 생리 2~3일째 내원하라는 안내를 받고 귀가했다.
예전에 상상임신으로 불렸던 여러 가지 증상들이 이제는 증상놀이로 불리고 있었다.
나는 2주간 상상 속의 임산부가 되었다가 다시 현실로 내려왔다.
첫 시도였고 아쉽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소변검사 이후 소화불량, 유방통, 배쑤심 증상은 말끔히 사라졌고 나중에 질정 부작용 목록 중에 내가 겪은 증상들이 있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아기천사는 발이 작아서 엄마에게 오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급하게 오려다 넘어져서 다치지 않도록 너무 재촉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