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희-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고

by 리미리지

영국 런던 ‘Covent garden’ 근처 골목을 구경하다가 한 책방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눈에 확 띄는 민트색 표지에 끌렸는데 많이 들어본 제목,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기회가 없어서 한국어판으로도 안 읽어봤는데,

‘시간도 많겠다, 한번 영국판으로 읽어볼까?’

버킹엄 궁전 가는 길 St James’ park 잔디밭에 앉아 낭만 있게 읽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고 무식하지만 표지와 제목. 예쁜 표지의 책은 일단 읽고 싶어진다.

기분부전장애를 진단받은 작가가 정신과 선생님과 나누는 상담을 옮겨놓은 책인데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술술 읽힌다.

읽고 난 후의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파격적인 솔직함’ 정도가 아닐까..

어찌 보면 치부라고 볼 수 있는 것을 책으로 낸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가늠도 안 간다.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과 생각하게 만든 부분을 적어보고자 한다.



Your behaviour changes when the other person’s behaviour changes - to give as much as you received- and that’s going to be a burden in the long run.
p70

“받은 만큼 주려고 하면 오래 못 간다.”

Give and take라고, 받은 만큼 주는 게 미덕이라고 배웠고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보통 나는 뭔가를 줄 때, 주고 싶어서 준다.

만약 받는 사람이 너무 미안해하거나, 똑같이 뭘 주려 한다면 내가 더 미안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받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이나,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가장 큰 보답이라고 느낀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는 누군가가 주는 것을 잘 받고 있는가.

아닌 것 같다.

한때는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돌이켜 봤을 때, 최근 들어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고마움과 미안함과 빨리 뭔가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섞인 그런.

‘아, 이러면 나 오래 못 가겠네.’

고마움은 고마움으로 남겨두자. 다른 감정들은 아웃.


The whole point of not liking your friend’s behaviour means you don’t like her behaviour, not your friend as a person.
p72



Just because you like one thing about a person, you don’t need to like everything about them. And just because you don’t like one thing about a person, it doesn’t mean the person as a whole isn’t worth your time.
p73

와- 하고 외마디가 감탄이 나왔다.

내가 항상 생각해 오던 것들.

한때는 이런 내 생각이 모순일까 의심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냥 나는 조금 특이한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게 된 나의 생각.

명확하게 글로 옮겨 놓은 걸 보니 속이 시원하다.


내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착하고 따뜻하고 열심히 사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항상 그들의 그런 모습만 보는 것은 아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던 행동들, 내 도덕적 기준에서는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도 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나만의 잣대로 판단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이 없고, 나에게 맞는 것이 당신에게는 틀린 것일 수가 있기에.


한 때는 잠깐 혼란스러웠던 적도 있다. 아주 잠깐.

어떤 일이 있었고 나는 그 친구를 보며, ’ 쟤는 왜 저래? 못됐네 못됐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에게 다시 애정을 느끼는 나를 발견하고는

‘뭐지? 나 저 친구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너는 너의 기준에서, 너의 이유로 그렇게 한 것이겠구나.

나는 공감하지 않지만 이해하겠다.


나는 그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들이기 때문에.


Love comes in different shapes,
and I shouldn’t judge someone else’s love by my own standards.
p80



사랑의 방식은 같을 수가 없고 그렇기에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되는 것임을.

이 부분에서는 환승연애 4 지현의 말이 떠올랐다.

진심 아닌 사랑’

사람의 생각이, 사랑의 언어가 다 같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기준에서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꼬리표를 달기 전에 상대의 어떤 행동에서 왜 그렇게 느꼈는지 정확히 알려주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원규의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길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선택 하는 지현이 자신과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원규도 지현의 사랑이 ‘진심 아닌 사랑’이었다고 라벨링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말 오랜만에 영상과 미디어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한국어판도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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