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를 읽고

6년 전 ex와 연애하던 시절 나의 생각.

by 리미리지

<1>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의지인지,

의지를 하라고 어깨와 무릎을 내주는 연인의 호의 앞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난감하다.

이 미묘한 것들을 제대로 표현하며 대화하는 일에 엄두를 낸다 한들, 어느 한쪽이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섭섭함이나 노여움을 표출해 버리는 것이 대화의 결말일 것 같아 미리 허무해진다.

사랑받는 자에게 필요한 기술 中

(74p)


이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연인 사이에서 각자 어느 정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 중요하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아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 '정도'라는 것은 항상 애매하기만 하다.

어느 순간 나의 독립성은 상대방에겐 무심함이 되어있거나, 의지할 줄 모르는 여자가 되어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반대로 '혼자 다스려야 할 감정의 문제를 너무 상대에게 의지하려고 했나?'​

하는 후회의 순간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2>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사랑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로 인해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오래된 연인이 함께해 온 많은 방식을 어느 한쪽은 익숙해져 안온해하는 반면, 어느 한쪽은 지루해져서 변화와 모험을 욕망할 수도 있다는 것.

다른 사랑을 추억하고 상상할 수도 있다는 것.

사랑받는 자에게 필요한 기술 中

(75p)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상대에게 언제나 내가 우선이길 바랐던 것 같다.다른 약속과 나와의 약속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하느냐가 곧 사랑의 척도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 미숙한 나와 연애하며 상처받았던 그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마음과 생각의 수용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느끼는 '나로 인한 행복'과 '다른 것들로부터 오는 행복'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전혀 다른 것임을 깨달아 간다.

나 또한, 친구와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일상을 나누는 행복이나 가족과의 시간에서 오는 행복,

일터에서 얻은 성취감에서 오는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한 행복과 비교하지는 않지 않는가.

<3>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을 남겨둡니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지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리고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것이 반드시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그 서약을 지키고 싶은 바람을 나에게 약속하는 것입니다.

포옹 中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장 뤽 낭시.

(76p)


왜인지 나에게 '약속'이라는 말은 엄청난 무게감이 있는 말이다.

유독 연인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대게 된다.

둘 사이의 약속이 자꾸 지켜지지 않으면 내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그걸 또 사랑이 없다로 연결 짓는다.

저 말처럼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에 나의 사고방식은 내 정신건강에도 우리의 관계에도 옳지 못한 것 같다.

초연함이 필요하겠다.

약속을 지키고 싶어 했던 그 마음에 가치를 두겠다.

<4>

미안하다는 말 뒤에 곧장

"그런데 말이야" 하면서 자기 입장에 대한 항변이 이어진다.

사과의 형식이 전제돼 있긴 하지만,

기나긴 항변은 뉘우침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었음에 대한 토로이다.

- 대화를 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中 -

(94p)


이 구절은 얼마 전 겪은 언쟁의 이유와 맥락이 같아 아주 공감이 되었다.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면 될 것을,

뒤에 붙는 장황한 말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무력화시킬 뿐이다.

아주 조금의 미안한 마음이 있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든,

자신의 상황을 이해시키려는 듯한 반복적인 설명은

상대에게 미안함이 전해지는 것을 막고,

'내가 왜 속상한지 이해를 못 하는구나' 하는

상처만 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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