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 캣 타워에서 다리를 다쳤다!?

집사의 무관심은 고양이의 연기력을 부추긴다.

by 이경화

한창 말썽을 부리는 6개월, 1년 정도 된 아기 고양이들의 등쌀과 업무에 지쳐 고양이들 케어에 잠시 소홀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소홀함이 많아 미안하지만 업무에 치어 체력적으로 부치다 보니 예전처럼 열심히 놀아주지 못했던 때였다. 다른 녀석들은 별 반응이 없었는데 6개월 차 행복이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었나 보다. 언제부턴가 사료를 먹을 때면 빽빽 울며 자신을 따라가기를 요구해 꼭 내 눈앞에서 먹었고, 배가 부르게 먹은 후에는 엉덩이를 들이밀며 궁둥이 팡팡을 요구했다.

채리가 지극정성으로 챙겨주는데도 눈치를 보며 잘 먹지 않던 녀석이 열심히 사료를 먹는 모습에 칭찬 세례와 함께 엉덩이를 쓰다듬어 준 이후부터 시작된 어리광이었다.

아무리 잘해 준다고 해도 새로운 환경에서 3개월도 이미 지난 시기였으나 아직 완전히 편안하지는 못한 듯했다. 게다가 해리의 덩치와 태도는 그다지 우호적이라고 할 수 없었으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겠지. 안쓰럽기는 했지만 한번 번 아웃이 되면 녀석들을 잘 챙기지 못한다.

오랜만에 행복이와 잡기 놀이를 하던 중 녀석이 2층 캣 타워에 오르려다가 미끄러지고 말았다. 경험상 아기 고양이들의 경우 심한 상처가 아니면 별다른 타격이 없기도 했고, 집에서 고양이용 연고를 발라주는 것으로 다들 별 탈 없이 나았었기 때문에 그다지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 걸어오기를 기다리며 지켜보았다. 그런데 행복이의 상태는 다른 녀석들과 사뭇 달랐다.

한참 동안 나를 보며 끙끙거리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하면서 녀석을 안아 들고 다리부터 전신을 훑어가며 상처가 있는지 혹시 모를 부상을 확인했으나 특별히 만져지는 것도. 이상한 곳도 찾지 못했다. 응급상황은 아닌 것 같았지만 불안한 마음에 다니는 동물병원에 연락하여 상황과 상태를 설명하니 일단 지켜보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거나 새로운 변화가 보이면 병원으로 내원하라는 설명이었다. 외관상으로도 만져봤을 때의 반응이나 관절을 움직여 봐도 특별한 이상이나 격한 반응이 없었기에 응급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전과 퇴근 후 확인했을 때도 녀석은 여전히 다리를 절며 움직이기를 힘들어하고 있었다. 사료를 거부하거나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은 없는데 움직임에 따라 통증도 다를 수 있으니 덜 아플 때 식탐을 의지로 삼아 먹고 있는 것일까? 걱정되는 한편 아픈 와중에도 여전한 식탐이 오히려 대견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구석 자리에 처박혀 있거나 채리의 그루밍을 거부하는 모습도 없었다.

아플 때 고양이들의 전형적인 반응과 달라 뭔가 아리송한 모습에 계속 지켜보다가 만약의 경우 병원으로 달려갈 채비를 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틀의 휴무 동안 정말 유심히 녀석을 관찰한 결과가 의외였다. 3일째 아침까지도 행복이는 여전히 다리를 절고 있어 더 잘 챙겨주려 습식 사료와 간식을 평소보다 자주 챙겨주었다.

아픈 듯 웅크리고 있다가도 부를 때마다 잘 따라 나오는 게 기특하면서도 움직임이 느긋한 해리보다도 재빨리 도착하는 행복이가 살짝 의심스러워 아픈 다리의 상태를 재확인하려고 집중하고 지켜보게 되니 행복이는 새로운 간식을 내놓고 부를 때마다 잘도 일어나다가 집사와 눈을 마주치면 다리를 저는데 그때마다 다른 쪽 다리를 절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고양이도 아픈 걸로 연기를 할 수 있다니!! 설마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아마 이런 상황은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이라면 가끔 접하게 되는 일이겠지만 8년 정도 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었기에 놀랍기만 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국 평일에 동물병원에 가서 검사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에 안도할 수 있었다. 집사의 무관심이 고양이의 꾀병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기가 막힌 경험이었다, 그날 이후로는 아무리 지치고 힘든 날이라도 빗질과 사냥놀이는 짧게라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들이 모두 독립적인 것도 아니다. 어른들만 치열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모든 생명이 치열하게 산다.

나만 생각하며 주저앉아 있기엔 내 손길과 관심이 필요한 고양이들이 많다.

관심과 사랑을 나누면 피로도 절반으로 줄어들길 믿으며, 조금 더 힘을 내자고 마음먹는다.

행복_이동장 사용법.jpg

행복이가 이동장을 사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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