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따뜻한 위로
인간의 시선으로 굳이 끼워 넣어 생각해 본다면 길고양이들에게 고향은 태어난 곳 외에도 먹이를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나 삶의 터전을 뿌리내린 곳 즉, 안전한 영역이라고 판단한 장소를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고향이 곧 안식처라고 한다면 길 생활을 청산한 집 고양이에게는 특정 장소가 아닌 집사가 그런 의미를 갖지 않을까?
유튜브에서 카메라를 달고 넓은 외부의 영역을 산책하는 고양이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고양이는 원래 살던 길에서 먹이를 안전하고 고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나름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호화로운 다양한 먹거리가 제공되고 있는 급식처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곳에 섞여 터를 잡으려 애썼다. 그러나 웬일인지 선점하고 있던 다양한 고양이들 모두가 그를 배척했다. 결국 녀석은 왕따를 당하고 몰이를 당하면서도 눈치껏 배를 채우기는 했지만 외롭고 위축되어 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길을 떠돌았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혹시 모를 사고를 걱정하는 동시에 바깥에서의 활동이 궁금했던 관리 집사의 결정으로 왕따 고양이는 카메라를 달고 외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고양이는 결국 유튜버 세상 많고 많은 고양이중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외출에서 풍경을 즐기고, 다양하게 반응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적당한 회피 기술을 쓰면서 나름 즐겁게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던 이 고양이는 결국 몇 번의 위험을 겪게 되면서 집사와 함께하는 산책 냥이가 되었다.
동물들도 눈치는 빤하다. 집사와 함께하는 이 녀석은 특유의 친화력을 맘껏 발휘하면서 묘생을 즐기고 영역을 확장해 나가며 나름 성실하게 살아가고 늘 자신감에 차있다. 사실 왕따를 당하고 쫓겨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잠자리와 급식소에서의 영역을 얻으려 애쓰는 와중에서도 이 고양이는 밥터를 떠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얻고 응원을 받게 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관심을 가진 암컷 고양이 누나에게 구박을 당하고 동네 양아치 고양이들에게 위협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산책을 즐기고, 산책 중 뜻이 맞고 함께 놀 친구 고양이들을 사귀어 가던 왕따 고양이는 가끔 자신만의 흥에 취해 집사를 잊어버리고 혼자 남게 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너무 돌아오지 않는 녀석이 걱정되어 찾아간 집사 앞에 광활하고 황량한 논밭 어느 귀퉁이나 정중앙에서 햇살을 즐기며 낮잠을 자고 있는 녀석을 발견하고 불안해 찾아온 집사가 허탈해하면서 함께 귀가하는 날도 있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새로 사귄 친구를 챙기는 의젓한 근황이 있었다. 새로 케어하게 된 개들의 모습에 혼자서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친구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용기를 북돋아주며 함께 귀가한다. 대견하게 성장한 모습에 감탄했다.
자신을 구박하는 친구의 도발에도 휩쓸리지 않고 룰루랄라 자신의 방향을 잃지 않던 녀석. 그리고 관심 있는 누나 고양이의 외면과 구박에도 마음에 짐을 얹지 않고 가볍게 자신의 길을 가던 녀석.
어느새 훌쩍 자라 더욱 대범해지고 활기찬 모습으로 지내는 왕따였던 고양이는 자신감을 내뿜으며 긍정적인 밝은 에너지를 영상 밖에까지 전해주고 있었다.
어느 영상에서는 한참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산책을 즐기던 그 고양이가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이미 집사가 사라진 후 혼자된 모습을 보았다. 놀이에 빠져 영역을 순찰하던 녀석에게 기다리고 있겠다던 집사의 말이 제대로 들어왔을 리 없었을 테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자신의 상황이 당황스러웠나 보다.
한참 주위를 둘러보며 웅얼웅얼 중얼거리며 집사를 찾아 헤매던 고양이의 모습은 안정되어 보였지만 옅은 불안감과 다급함도 함께 느껴졌다.
결국 사랑받고 있으며 돌아갈 곳이 있음을 확신하는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영역, 반드시 확보해야 할 마음의 고향, 성지처럼 간직하고 있던 보물 같은 영역은 풍부한 먹이와 안정적인 장소가 아닌 집사의 존재였음을 영상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재력으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쏟아줄 수 있는 남의 부모보다 나를 위해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고 항상 관심과 걱정으로 잔소리하는 내 부모와 형제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가끔은 의견 충돌과 날 선 다툼으로 서먹해진다고 하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마음의 고향이자 안식처는 결국 나의 부모, 나의 가족일 것이다.
고양이 식구들로 인해 나는 수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삶에 대한 애착도 다시 가질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나에게 안식처이자 행복의 출발점이 되어 준 소중한 존재들이다. 과연 나는 왕따 당하는 길고양이를 위해 고민하고, 함께 산책을 나가며 안전함과 정서적 유대감을 쌓던 그 유투버님을 보면서 나는 어떤 집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내가 지치고 힘겨울 때면 고양이 5남매들에게 무신경해지고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어 회피할 때도 있다. 약속을 위해 이들의 식사나 케어를 소홀히 할 때도 생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을 반성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는 날도 많다. 그저 언제까지나 함께 할 거라는 것 말고는 장담할 수 없는 집사라 미안하다. 그저 이런 집사라도 일주일에 며칠은 안식처라고 느끼며 살아주면 감사할 것 같다.
앞으로도 세상 떠나는 그날까지 늘 함께 건강하고, 힘든 날이 있어도 함께라서 든든한, 서로의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패션을 사랑하는 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