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돼!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파견근무로 일할 때 만난 한 소녀이야기.

by 윤모닝








실제 내가 일하던 모습이 뉴스에 나왔다ㅎㅎ




2년 전 코로나가 우리 사회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을 무렵,

한 임시선별검사소에 파견 간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내가 일하던 부산 해운대 임시선별검사소에는

당시 하루에 많으면 2000여 명의 시민들이 PCR 검사를 받으러 왔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콧구멍을 보면서 스틱을 삽입하여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이지 않는 비인두를 한 번에 찌르고 검사를 끝내는 일이

손에 익다 못해 프로 수준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이 든 어르신들부터 수업을 마치고 온 학생들, 각종 단체 회사원들,

엄마 손에 들려 따라온 3-4살 어린아이들까지.

그리고 언어가 다양한 외국인들도 PCR 검사를 위해 줄을 섰었다.

하루에 그렇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 임시선별검사소를 거쳐갔다.






그렇게 PCR 검사를 하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몇 개가 있다.


그중 첫 번째로는 PCR 검사를 받기 싫어하는 9살 여자아이였다.



아빠의 손에 이끌려 PCR 검사를 하러 온 어린 여자아이.

검사소 입구를 지나 문턱까지는 아빠의 걸음에 맞춰서 걷던 아이는

불길한 예감을 인지했는지 점점 걸음이 느려지더니

검사소 문턱 앞에서 엉덩이와 몸을 한껏 뒤로 한채 서있다가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아빠를 바라보며 울기도 하고 그저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의 눈높이로 몸을 낮춰 한참을 힘겹게 달래고 있던 아빠.

하지만 아이는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나와 내 동료도 안타까운 나머지 함께 나서서 아이를 달래기로 했다.



괜찮다는 말,

요 선생님이 안 아프게 잘한다는 말,

주사보다 덜 아프다는 말,

너보다 더 작은 아이도 씩씩하게 받고 갔다는 말,

아빠가 손 잡아줄 테니 용기 내서 해보자는 말도


수없이 해봤지만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순간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은 많이 무섭지?

근데 이거 막상 하고 나면,

'뭐야~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일이었어?'라고 하게 될걸?

그러니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자.


딱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돼.

넌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아빠랑 선생님이 옆에서 응원할게!



그 뒤로 아이는 결국 나를 포함한

다른 선생님의 노력 끝에 무사히 검사를 받고 집에 갔다.














사실 PCR 검사는 길어봤자

단, 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힘들고 불편할 수 있지만

이는 얼마 걸리지 않는 아주 잠깐이다.


이 잠깐의 순간을 이겨내면

그 이후의 시간들은 더 의미 있는 것으로 보낼 수 있다.


나 또한 금방 넘을 수 있는 일도

겉으로 보기에 힘들어 보이고 무서울 거 같아서


그 여자아이처럼 자신을 믿지 못하고

뒤로 숨어버리는 일이 없지 않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 적이 많다.

어느샌가 나는 새로운 결정을 앞에 두고서 망설일 때마다

나는 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린다.



딱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