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모닝 Dec 28. 2023

무엇이든 시작은 부담없는 작은 출발로 하자.

완벽하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출발도 못하게 한다.








무엇이든 시작은 부담 없는 작은 출발로.






나는 신규간호사시절 때부터 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했다. 병원과 집 사이의 거리가 차로 20-30분 정도 걸렸기에 버스를 타고 다녀도 됐지만 버스를 타게 되는 순간 20-30분의 거리는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으로 길어졌을 뿐 아니라 늦게 일이 끝나더라도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필요했기에 자차를 타고 다니는것을 선택했다.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새 차를 모는데 너무 긴장되기도 하고 혹시나 다른 사람을 박거나 차에 흠집이라도 낼까 봐 여간 조심조심하며 다녔다.그래서 처음부터 집에서 병원까지의 거리를 연습하기보다 차와 친해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가볍게 우리 집 아파트 1개의 동을 여러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운전을 못해도 어차피 집 앞이니 누구라도 뛰쳐나와 나를 도와줄 이가 있을 테니 안심도 되었다.




초보때는 사이드미러가 그렇게 잘 안봐진다 ㅋㅋㅋ




직진, 코너, 오르막길, 내리막길..

천천히 몇 바퀴를 돌아보니 코너를 돌 때 언제 핸들을 풀면 되는지, 오르막길을 갈 때 액셀을 얼마나 밟으면 되는지,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를 어느 정도로 밟으면 되는지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



온몸이 긴장되어 운전대와 한껏 밀착되어 있던 나의 좌석은 어느샌가 조금씩 핸들에서부터 몸을 뒤로 떨어뜨릴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고,


나의 운전실력은 비록 중간에 삐걱거림은 있었으나 이젠 아파트 1개의 동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주변을 한 바퀴를 크게 돌아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운전에 대한 성취감으로 양어깨가 한껏 치솟아 오른 나는, 운전의 제일 난코스인 주차영역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주차공간에 선을 밟지 않고 제대로 넣어보는 연습으로 시작했다. 후진기어를 언제부터 넣어야 하는지, 핸들을 언제부터 서서히 풀어야 하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워서 여러 번 연습하느라 차를 넣었다 뺐다를 제자리에서만 8번 넘게 했던 것 같다.




비록 주차선을 물고 있었지만 다행히 전면주차를 성공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주차선 한 칸에 내 차를 넣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물론 양옆에 차가 없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 이제 혼자 주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조금만 하자던 운전연습은 어느새 1시간이 넘도록 하고 있었고 계속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바로 왼쪽에 차가 있을 때 오른쪽 빈 공간에 주차하기,

오른쪽에 차가 있을 때 왼쪽 빈 공간에 주차하기,

양옆에 차가 있을 때 중간에 주차하기,

후면 주차 말고 전면주차하기,

갓길에 평행주차 하기..






어느새 첫날에 안되면 도움을 청하자 하며 가볍게 시작했던 운전연습은 운전의 모든 기본코스를 연습하는 것으로 더 커져버렸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지, 실수하면 앞으로 운전 못하는 거야.’

‘다른 사람도 하는 거 너는 더 잘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 아마도 실수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어 아파트 단지는커녕 출발도 못했을 것이다.


무엇이든 일을 시작할 때는 작은 출발을 하는 것!

실패를 결정하는 건 실수가 아니라 그 일의 마무리인 것이다.









와,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었어?



어느 날 병원에 경쟁심을 활활 불태워줄 공고가 하나 떴다. 바로 환자에게서 입원경험평가를 잘 받게 하기 위한 직원용 동기부여 영상을 만드는 것!


각 부서 병동마다 한 개씩을 제출하여 1등에게는 몇십만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는 것이었다. 당연 병동에 제빙기를 사야한다는 목표로 상금에 눈이 멀었던 우리 병동은 공고를 보자마자 참여하기로 이미 마음을 다 잡았고 각자의 역할이 부여되었다. 그런데 잠자코 조용히 있있던 나에게도 역할이 부여되었는데..


바로 ‘영상편집’이었다..!







비록 등산과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풍경사진이나 영상은 많이 찍어봤어도 유튜브 영상처럼 편집하는 것은 나에게 처음이었다.


그런데 병동에 있는 그 누구도 영상편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그나마 이곳저곳 다니며 이런저런 동영상을 많이 찍어 올리는 나 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하며 나에게 부탁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한다고 한 역할이지만 과연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일단 가볍게라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실패하더라도 어차피 영상편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가 한 것이니,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겠지라며 그냥 되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맨 처음 모두가 찍어준 영상을 다운로드한 다음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데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고 찍어준 영상들도 자세히 보니 쓸 수 있는 영상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구하고 하면서 시나리오를 크게나마 그려갔고, 영상들을 하나로 쭉 이어붙인다음, 중간중간에 쓸모없는 부분들은 잘라내고 자막도 넣어보았다.


그리고 문득 드라마에서도 한 장면을 나타낼 때  A가 B를 바라보는 시점, B가 A를 바라보는 시점, 방청객 입장에서 A, B를 둘 다 바라보는 시점을 동시에 나타내듯이


‘나도 드라마처럼 연출을 해볼까?’해서 간호사가 바라보는 환자시점, 환자가 바라보는 간호사시점, 둘 다 보는 시점을 다양하게 믹스해서 편집해 갔다.







“오~ 꽤나 그럼직한데?”

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이 생긴 나는 장면 하나하나에 효과음이나 장난스러운 글자들을 넣기 시작했고, 의미를 나타내는 데 조금은 부족한 영상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추가로 다른 관점에서 영상을 찍어 연출해보기도 하고

이전 영상을 스케치 영상으로 슬로 처리하면서 다음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기술도 썼다.






그러니 딱딱하기만 했던 영상이 더욱 다이내믹해졌고, 생각보다 꽤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어떻게 시작할까 막막하기만 했던 나는 어느샌가 점점 흥미가 생겨

영상의 후반부에 제일 중요한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영상을 만든 취지가 제일 강조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이드로 남겨두었던 영상을 슬로 & 줌 처리하고 강조하고 싶은 영역의 글씨체를 다르게 삽입했다.


그리고 보는 사람이 밝은 분위기 속에 동기부여가 되도록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드라마 속 BGM도 은근슬쩍 깔아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뻔한 문장이 발랄한 배경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렇게 꼬박 하루가 걸려 완성된 영상.

마치 교수님께 마감기한이 되어 과제 내듯이 완성본을 병동 멤버들에게 보여주었는데..



다들 너무 잘 만들었다고, 기대 이상이라며 칭찬을 해주었다. 어느 한 선생님은 자신이 찍어 보내준 영상들이 부족해서 걱정을 했는데 영상편집 기술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나서 다 커버가 될 거 같다며 극찬을 해주었다. 심지어 우리 병동 파트장님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내가 만들어준 영상을 보여주면서 1등은 당연 우리의 것이라며 자랑하고 다니셨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등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고, 우리 병동은 참가상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영상편집의 기회는 나를 더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한 번도 발을 들여놔본 적이 없는 영상편집의 세계로 말이다.








병원 영상 공고로 시작된 나의 영상편집 세상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넓혀져 갔고, 나의 가능성은 아직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다시 스스로가 믿을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처음부터 구독자 수가 빨리 늘지 않아 조급한 마음도 생겨났지만 구독자 수에 얽매이지 않고 영상편집을 연습하는 연습장이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시작했더니 초반 부에 어느 영상에서는 조회수가 3000회가 나오기도 하고 나름 응원한다는 댓글을 꾸준히 달아주는 팬도 생겨났다.



역시 처음부터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부담 없는 가볍고 작은 출발이 꾸준히 오래 끝까지 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는 것 같다.


무엇이든 못하더라도 출발했다는 것이 중요한 거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