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이런 고생은 하고 싶어도 못한단다.

내가 모험을 시작하게 된 이유.

by 윤모닝












2020년 8월.

뜨거운 여름 해를 맞으며

여름을 보내고 있는 건지,

이기고 있는 건지 몰랐을 무렵.


여느 때처럼 나는 배송지에 쿠팡카를 주차하고

배정받은 물량을 빨리빨리 쳐내기 위해

신속하게 차에서 내려서 탑차의 문을 열어 해당 물품들을 작은 카트에 싣고

한 빌딩의 엘리베이터로 올라탔다.


층수를 누른 다음,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닫히려는 순간,

저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치며 허겁지겁 달려왔다.


“잠깐만!!”


그렇게 함께 타게 된 두 할머니.

언뜻 보기에 80대로 보이는 분들이었다.

옆에서 땀을 흘리며 카트를 잡고 서있는

내가 신기했는지, 연신 아래위로 시선을 훑으며 여러 질문들을 하셨다.



'아가씨가 우예 이런 일을 하능고?'


'직접 트럭도 몰고 하능교?'


'아이고야 여자의 몸으로

우째 이런 험한 일을 하노~'



하시며 나에게 연신 참 열심히 산다고 칭찬도 해주신다.





그런데 그중 한 할머니가

내 어깨를 톡톡 치시더니,


조금은 후회스러운 표정으로

옆에서 한 마디를 덧붙이셨다.


“에이, 그래도 젊을 때 이런 거 해야 한다.

나이 들면 이런 고생은 하고 싶어도 못 한다. “



순간 할머니의 말은 내 가슴속을

쿵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흔들리지 않으며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와 같은 흔한 말인데도,

이때까지 수도 없이 들은 뻔한 말인데도,

그날은 이상하게 다르게 들렸다.







이 날 이후 나는

시간을 아끼기로 마음먹었다.


머리가 하루라도 빨리빨리 돌아갈 때

더 많이 보고 배우고


나중에 나의 두 발과 두 다리가 아파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날이 왔을 때


못 해본걸 후회하기 전에


젊을 때 고생을 사서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보자고.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여기저기 부딪히며 도전해 보자고.


내 취미가 모험이 된 것도

어쩌면 저 할머니의 말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때론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말도

30cm 아래인 가슴으로 이해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한 것은

머리로 이해한 것보다

훨씬 진하고 깊으며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오래간다.



그 시기는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마음으로 빨리 이해하고 싶다고 노력해도 될 수 없는

온전히 제3세계의 시간이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성숙하다'라는 말을 쓸 때에는

이런 마음으로 깨닫는 시간들을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 쓰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 병동의 간호사로 안주하는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익숙한 병원을 나와서 중환자실에서 일도 해보고

쿠팡에서 일한다고 결정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불안정해 보이는 나의 모습에

'안정적인 직업을 놔두고 왜 그런 선택을 하냐'라고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봐도 후회되지 않은 선택이다.


쿠팡은 나에게 단순히 배송일이 아니라

고생을 사서 하면서 얻은

인생의 경험과 지혜와 방향들이 가득했기에,


나이 들어서 다시 생각해 본다고 했을 때에도

나의 인생에 잘한 선택 중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