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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Apr 12. 2024

회사 다니며 도전한 n잡 리스트

 나는 전공도 살리고 패션업계에서도 일하고 싶어서 기획 MD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열정을 갈아 넣던 신입시절을 거치고 기획 MD에서 온라인 MD로 직무를 전환한 후에야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는데, 제때 퇴근하기 시작하고부터는 퇴근 후에 틈틈이 이것저것 많이 했다.


1. 독립출판

  2018년 브런치에 쌓인 글로 독립출판을 했다. 인디자인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약 두 달 만에 디자인을 완성하고 출판을 했다. 재고를 견디지 못하는 MD출신답게 팔 수 있는 만큼만 만들고자 처음에는 30권을 만들었다. 독립서점에 입고시키면서 한 서점 사장님께 초판을 30권 만드는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후에는 100권씩 만들었다. 총 300권 정도를 만들어서 판매했고, 다 팔고도 정산이 되지 않는 서점들이 있었는데 돈 달라는 말을 잘 못해서 단 한 권으로 끝냈다. 요즘에는 쌓인 글이 많아 한 권 더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2. 블로그 애드센스 & 체험단

  새로운 맛집이나 카페가 있으면 일단 가보고 싶어 하는 나는 카카오맵에 저장된 장소가 1500곳 정도 있다. 대동맛집여지도라고 부르는데 가본 곳보다 안 가 본 곳이 많으며 리스트는 계속 추가된다. 매번 새로운 곳에 가다 보니 사진첩에 사진이 터질 것 같고, 나만 알기엔 아까운 집들이 있어서 이왕 이렇게 다닐 거면 블로그에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일기장처럼 쓰던 블로그에 맛집과 카페와 편집샵 후기를 남기며 시작했다. 매일 글을 발행했는데 그간 간 곳만 모아도 30개는 거뜬했고, 방문자수도 일정해서 애드센스 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체험단을 신청해서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홍보를 대가로 공짜밥을 몇 번 먹었지만 키워드를 넣어가며 원고를 작성하는 게 은근히 신경 쓰이고, 맛없어도 소개하는 게 진정성이 없다 판단해서 그만뒀다. 네일숍엔 안 다니지만 네일이나 미용실로 체험을 다니면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최근까지만 해도 포스팅에 키워드 몇 개 넣고 꾸준히 쓰기만 했는데 애드센스 외에 블로그로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여 알아보고 있다. 맛집 후기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꾸준히 발행할 수 있는 정보성 콘텐츠는 뭐가 있을까 고민 중이다.



3. 구매 대행

 나는 MD니까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건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가장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구매대행을 시작했다. 시작은 쉬웠지만 퇴근해서 또 일하려니 회사 두 번 다니는 기분. 야근이 잦아지면서는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15개는 판 것 같다.


 쉽게 버는 돈은 없다고 구매대행도 생각보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간다. 퇴사 후에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겠노라 다짐하며 본격적으로 상품을 찾아 올려보는 중인데 디지털 노마드가 아니라 노예다. 왜인지 하나도 안 팔리지만 그래도 계속하고 있다. 구매대행으로 돈을 벌어 사입도 하고, 나만의 브랜드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이 정도의 목표를 세우고 다시 보니 상품 하나하나 직접 등록하는 방법으로는 택도 없는 것 같다. 구매대행으로 순수익 100만 원 벌려면 마진은 얼마나 나와야 하는지, 상품 수는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고민하며 여러 시도를 하다 보니 회사가 나에게 얼마나 안락한 시스템을 제공했는지 알게 됐다.



4. 드라마 작가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퇴근 후에 방송작가 교육원을 다녔다. 드라마 전문반까지 수료하고, PD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보조작가 제안이 온 적은 있었으나 회사 때문에 거절했다. 이젠 나이가 많아서 보조작가도 안 시켜주려나.

교육원 동기들과 6년째 스터디도하고, 꾸준히 공모전에 낼 작품을 써왔는데 회사생활과 병행은 역시 힘들었다. 최근 1년 동안은 격동의 회사생활을 거치며 거의 손을 놓았기에 이젠 놓아줘야 할 취미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나는 호기심과 실행력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글과 사진과 영상으로 모든 걸 기록하기를 좋아한다. 트렌드에 밝다 보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이면 일단 하고 봤다. 대신 한 가지를 집요하게 파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얕게 파는 성향이 강했다.


요즘은 얕게 파기보다는 깊게 파고 싶다. 한 우물만 진득하게 파야 되는 시점이 아닌가 싶어서. 내가 가진 능력과 재능이 어떻게 돈이 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로 돌아가 커리어에 집중한다고 해도 업무능력을 향상시켜서 뾰족하게 일하고 싶달까.


그런데 며칠 전, 한 회사의 최종면접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보조작가 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다시 받았다. 보조작가는 최저시급으로 메인작가에게 부려지는 일 아닌가 싶다가도 언제 또 해보려나 싶어서 흔들린다. 구덩이를 얕게 많이 파면 이런 일이 생긴다. 뾰족하게 살겠다더니, 한 우물만 파겠다더니!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답이 안 나온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이런 건 안 배웠다.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나만의 기준은 어떻게 세우는지, 내면의 소리를 해석하는 법 같은 것 말이다. 다양한 시도들과 n잡도 필요한 시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다.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그걸 몰라서 나는 오늘도 흔들린다…⭐️




누가 제 인생도 기획해줬으면 하는 요즘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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