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한 사람을 오래 좋아한다는 것에 대하여>

그를 좋아하는 마음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법이었다.

by 유나스


요즘은 '덕질'이란 말이 너무 흔해졌다.

'아이돌 덕후', '배우 덕후', '굿즈 수집러', '전광판 인증러'

그만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더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고

덕질이라는 단어조차 일상 속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SNS만 들어가도 누구를 향한 애정이 넘쳐난다.

누군가는 매일 팬아트를 그리고

누군가는 자비로 생일 카페를 열고

누군가는 굿즈를 만들고

누군가는 직접 스타의 동선을 쫒아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내가 그렇게까지 열성적인 팬인지 가끔은 스스로도 모르겠다.



나는 조인성을 1999년에 처음 봤다.

드라마 <학교2>였다.

친구들이 김민희와 김래원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나는 늘 한 박자 느리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뭔지도 모를 시절에

조인성이라는 사람은 나에게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그를 보기 위해 해외에 나가본 적도

사인을 받기 위해 제품을 구매한 적도 있지만

그가 작품으로 내마음을 흔들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삶을

그의 연기를 사람 됨됨이를 궁굼해했고

한 사람의 인생을 멀리서 조용히 지켜봐 왔다.



이 마음은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다.

가까이 가고 싶다고 발버둥 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사람이 건강하길 바라고

좋은 작품에서 좋은 얼굴로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누군가를 오래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이 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거 하나로 충분하다.



나에게 배우 조인성은

그런 존재였다.

화면 너머에서 나의 감정을 흔들어주고

어떤 날은 나 대신 울어주고

어떤 날은 말 한마디 없이도 위로가 되어줬다.



덕질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 감정이 그 단어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곤 한다.

물론 나도 무대인사에 갔고

팬미팅에 가서 조인성을 본 적도 있다.

그가 나를 보았다고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날의 온도, 그 사람의 눈빛, 무대에서의 말투까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그를 따라다니고

동선을 파악하고, 그가 사는 집을 찾아간다고 하지만

그것은 덕질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사생일 수 있다.

나는 그 경계를 잘 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항상 나의 팬심은 존중 위에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에겐 조인성이 우상도 판타지도 아니다.

그는 한 사람의 배우이고

나는 그 배우를 26년간 좋아해온 한 팬일 뿐이다.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지만

그의 슬픔이 전해지면 마음이 아프고

그의 웃음이 진심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모르지만

그를 아는 내가 더 단단해지는 그런 마음


나는 조인성을 좋아하며 나 자신을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의 연기에서 나의 감정을 비춰보았고

그의 말에서 위로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의 변화 속에서 '나도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그를 오래 좋아하기 위해 나를 지키는 법도 배웠따.


이 감정이 내 삶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넓게 지탱해줬는지를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덕질은 가끔 외롭다.

내가 무척 아끼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은 나의 존재를 모른다는 사실이

문득 가슴을 휘젓는 날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덕질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을 내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었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를 오래 좋아해본 적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조인성이 아니어도 좋다.

그 사람이 가수였든, 배우였든, 작가였든

아니면 지나가는 누군가였든

그 마음이 한 시절의 중심에 있었던 이라면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조인성은 여전히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 살아 있따.

나는 그를 기억하고, 그를 좋아하고

그와 함께한.. 함께할 시간이 나의 청춘을 구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그 사람을 위한 것이자

그를 좋아하는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26년 동안 변하지 않은 감정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