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실물을 마주했던 날
2014년, 서울 영등포였다.
처음 가는 팬미팅 자리에 친구와 함께 갔다.
그날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감정은 설렘보다도 약간의 긴장이다.
익숙하지 않은 장소, 처음 마주하는 풍경, 그리고 ‘팬미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거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괜히 더 신경 써서 머리를 하고, 헤메를 받고 나섰다.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날의 나에게 팬미팅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사람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는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막연한 기대와 함께, 괜히 실망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걱정도 섞여 있었다.
그 시기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막 끝난 직후였다.
공효진과 조인성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던 때였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 감정들이, 그대로 팬미팅이라는 공간까지 따라온 느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날의 팬미팅은 드라마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그날 꽤 큰 캔버스에 담긴 배우님 얼굴을 그린 그림을 선물로 가져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손에 들고 가기에는 분명 부담스러운 크기였지만, 이상하게도 내려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 그림에는 ‘좋아한다’는 말 대신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그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다.
화면 속 인물이 아니라, 그 자리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감각이었다.
화려한 인사말이나 특별한 장면보다도, 말하는 속도와 표정, 팬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오래 남았다.
기대했던 이미지와 다르지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히 같지도 않았다.
그 미묘한 차이가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특별히 흥분되거나 벅찬 감정보다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다만 마음 한편에 분명한 감각 하나가 남아 있었다.
‘앞으로도 이 사람을 오래 좋아하게 되겠구나’라는 예감 같은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팬이라는 단어는 취미라기보다, 생활에 가까워졌다.
벌써 1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고, 나 역시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영등포에서의 그 하루는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다.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했던 날,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이 현실이 되었던 순간으로.
시간이 지나도 기억 속에서 흐려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그날의 공기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처음 실물을 마주했던 날을 지나 지금까지 이 마음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