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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실연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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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Sep 30. 2021

실연 급여

힘드니까 돈 주세요 

 이런저런 이유로 갑자기 직장을 떠나게 된 친구들에게 실업급여 제도는 큰 힘이 되었다. 갑자기 다시 취업 시장으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실업급여는 마음의 위로비이자, 다음 직업활동까지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비이다. 어렵사리 얻은 이직 자리에서 회사 경영을 운운하며 수습 3개월 후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지 않았을 때, 나는 감히 어떤 위로도 전할 수 없었지만 실업급여 지급 조건이 맞아 다행이라는 친구의 말에는 진심으로 축하하고 같이 안심해줄 수 있었다. 

 실연으로 마음 아팠던 지난날의 나에게도 그런 위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황당무계한 상상을 해본다. 이  고통은 한두 달 지나면 끝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당장 오늘 밤 잠드는 게 힘든 것이 이별의 아픔 아니던가. 그때까지 눈 딱 감고 가슴에 마취주사 맞을 수 있도록,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위로비 이자, 다음 사랑까지 내가 건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금. 돈 주시오.. 힘드니까. 


  기상천외한 이별을 겪을 때마다 습관적 자책으로 왜 나는 이런 놈을 좋다고 골라서, 하고 자조하곤 하지만 모집단이 썩었는데 표본이 건강한 알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확률 게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나는 그저 묵묵히 차분한 뒷담을 써내어 나가며 이런 놈도 있었지, 하고 안주거리 삼아보고자 한다. 땡큐,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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