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나의 숨을 기록하다.

『숨의 방향』— 편안히 내쉬고 있는가?

by 윤희오 hio




처음으로 나의 숨을 기록하다.

숨을 쉰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득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지금 편안히 내쉬고 있는가?”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산 지 어느덧 이십여 년이 흘렀다. 한때 나는 일에 몰두했고, 그때는 나만의 명확한 호흡으로 걷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삶의 궤적이 바뀌며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고, 일상의 자잘한 먼지들을 털어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점점 나만의 숨 쉬는 법을 잃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가족의 리듬에, 집안의 요구에 내 숨을 맞추느라 정작 나만의 호흡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24년의 정막을 깨운 한마디

어느 봄날이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마주한 아이의 한마디가 가슴 한복판을 관통했다.

그날 밤, 나는 오래된 수첩을 꺼냈다. 이십여 년 전 내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인터뷰 기록. 당시 정신과 전문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탯줄을 끊어내지 못한 어른이 생각보다 많아요.”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깨달았다. 나 역시 그 탯줄을 끊지 못한 채 미성숙한 보호자로 살며, 타인의 호흡을 나의 것이라 착각해왔음을.


이제, '숨의 방향'을 말하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긴 시간 동안 참았던 숨을, 삼켰던 말들을, 지워왔던 나 자신을 말이다. 처음에는 토해내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내 안에 고여 있던 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고되어 있던 감정들이 흐르자, 막혀 있던 호흡에 비로소 틈이 생겼다.


그렇게 나를 해독하며 완성한 첫 소설의 제목은『숨의 방향』이다.


이 소설은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지워가며 타인의 호흡으로 버텨온 이들이, 비로소 자신의 숨을 찾아가는 기록이다. 이제 이곳 브런치에서 그 연재를 시작한다. 소설의 갈피마다 내가 이 글을 쓰며 마주했던 '환기'의 순간들도 함께 나누려 한다.


온전한 나만의 호흡을 되찾는 일. 당신의 숨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혹시 당신도 당연한 줄 알았던 호흡이 멀게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나의 이 서툰 첫 호흡이 당신에게도 작은 창 하나를 내어주는 환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6년 2월 0(Zero)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윤희오(hi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