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든다는 건
닮아가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좋아하는 사람의 말투나 식성처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비슷해지는 것,
그건 ‘닮아가는 것’에 가깝다.
좋은 형태로 변화되는 일.
반면, 스며듦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좋은 방향으로 스며들면 닮아간 것이고,
형태가 변형된다면—
그건 스며들어 상태가 달라진 것이다.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순간이 있다.
내가 왜 이런 말투를 쓰지?
왜 저 사람처럼 반응하지?
왜 이런 생각 방식이 자연스러워졌지?
돌아보면 대부분
오래 곁에 둔 사람이 나에게 스며든 흔적들이다.
오랜 시간 그 환경 안에서
같은 공기를 들이마신 결과일 때가 많다.
좋은 것도 들어오고,
별로인 것도 들어오고,
따뜻함도 들어오고,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도 들어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알게 된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안타깝게도 내가 조금씩 시들어가는 것들도 있다.
그래서 관계는 결국
서로를 바라보고 맞추는 과정이라기보다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과정에 더 가깝다.
말없이 닮아가거나,
말없이 지쳐가거나.
그래서 이 질문이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와 오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가?’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디인가?'
어떤 사람과 함께 있느냐가
결국 어떤 내가 되어가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관계의 힘이 너무 강해서
나라는 결이 흐려지는 순간도 온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춰 서서
이렇게 묻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어쩌면 우리 인생의 많은 부분은
이 조용한 스며듦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