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해설 공부 중 떠난 스페인 신혼여행기

생태건축가, 가우디와의 만남

by 숲해설가 마리

나는 숲해설가 양성 수업 중간에 결혼식, 2주 신혼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신혼여행 마치고 하반기부터 숲해설반에 들어가야 하나 싶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공부하고 싶어 결국 상반기 수업에 참여했다.


숲해설 양성 기관 담당자분한테 물어봤다.

"쌤, 제가 다음 주에 결혼해요. 하하 2주간 신혼여행 가는데 괜찮을까요?"

"어머 축하해요. 본인결혼은 처음이네. (웃음) 5일 휴가 가능하니까 가능할 거예요"


숲해설가반 평균나이 60세,

아마 자녀 결혼식 휴가는 있었겠지만 본인결혼은 처음이었나 보다.


담당자분이 신혼여행 5일은 출석 인정 될 거라 했지만, 알고 보니 결혼식부터 연달아 5일만 '결혼휴가'로 출석 인정되었다.

결국 2일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인정 안되었다.

상견례, 혼인미사 등 주말 수업을 몇 번 빠졌는데 신혼여행까지 가니 나는 '결석 인정 기간'을 딱 맞춘 상태였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덧붙이자면, 이렇게 길게 결석하면 안 된다. 하지만 다행히 양성 기관 측에서 5월 초에 2주 동안 가정의 달 기념 공식 방학으로 설정했는데, 신혼여행 기간과 겹쳤다.)



나는 결혼식은 하루 잔치이기에, 편안하게 잘 즐기고 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식 전날(토)도 수업 듣고, 다음날(월)도 수업 들으려고 했다.

이 계획을 들은 동기쌤들이 혀를 내둘렀다.

"쌤 그러지 마... 쉬엄쉬엄 해."

"젊어서 그런 가? 결혼도 하면서 공부도 하고, 어떻게 그래?"


나보다 산전수전 더 겪으신 분들께서 말하니 조금씩 실감됐다.

'나... 오버했구나...!'


동기쌤들의 조언으로 나는 과감하게(?) 결혼식주부터 신혼여행까지 근 3주간 쉬었다.


그렇게 결혼식을 마치고 나는 신혼여행으로 스페인, 포르투갈에 갔다.

스페인 유학파 동생이 두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줬는데, 바르셀로나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었다.

가우디에, 가우디에 의한, 가우디를 위한 도시.
가우디로 시작해 가우디로 끝나는 도시


설레는 마음으로 가우디 책을 몇 권 읽고 갔었다.

• 가우디 건축의 뿌리는 자연주의, 민족주의, 기독교 사상에 있다.

• 바르셀로나 폭동 기간에 다른 부자의 건물이 무참히 파괴될 때, 그의 작품은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었다. 공사에 참여한 모든 조수와 인부의 작품이기도 했다.

(책 : 스페인은 가우디다, 올라 스페인, 스페인의 모든 것)


그리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가우디투어에 참여했다.

책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감격스러웠다.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신이 창조한 자연보다 높을 수 없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가장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성가정 성당)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은 173m이다.

가우디는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 신이 만든 자연보다 놓을 수 없다”며 성당을 본주익 언덕보다 낮게 만들었다.

그래서 성당의 갖아 높은 첨탑인 예수님 탑이 172.5m..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송전탑을 만들고, 산을 깎아 골프장 만드는 등 어떻게든 자연을 정복하려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생태의 소중함보다 자본주의의 탐욕을 선택하는 존재들이, 가우디의 신념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새와 바람이 자연스레 넘나드는 구조 - 구엘공원


벽면이 이렇게 생겼다.


새들이 지나다니고, 잠시 쉴 수 있고, 바람도 잘 통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야… 무릎 탁 치고 갑니다.

주변 돌을 활용하여 만든 공원


해양 생물, 뼈에서 영감 받은 건물 - 카사바트요


해양생물의 색과 모양에서 영감을 얻은 건물. 화려한 색은 바닷속 산호의 색, 계단과 천장은 소라의 곡선..

발코니는 해골모양. 건물을 지탱하는 것은 뼈 모양.


정말 자연을 좋아하는 천재 건축가...


최근 '툰베리- 기후 책'을 읽고 있는데, 기후위기로 산호의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글을 봤다. 가우디가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 그리고 어떤 말을 했을까 싶었다.


가우디 투어 외에도 인상적인 순간이 많았다.


마요르카의 투명한 바다

사실 마요르카에 누드비치도 갔다.

블로그에 안 나오고, 대표 바다로도 거론되지 않는 바다.

첫 누드 비치라 떨렸는데, 해방감을 느꼈다.


마요르카 전망대. 가는 길이 험하다지만, 강원도 산골짜기 운전 많이 해본 나로서는 껌이었다.


세고비아의 어마어마한 수도교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여러 나라의 약탈과 방화, 전쟁 등으로 많은 문화재가 손실됐는데-

스페인의 자연친화적인 큰 건축물을 보며, 지배국가와 피지배국가의 차이에 대해서도 짝과 이야기 나누었다.



신혼여행 이후

36도의 폭염주의보로 외출 자제인 날에도,

토-일-월-화 연달아 수업하여 피곤한 어느 날에도,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출석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럼에도 가우디 건축물을 통해 느낀 생태 건축물에 대한 감동, 아름다운 자연, 애인의 따뜻한 배려와 애정의

잔상이 가슴속 깊고 굵게 남아, 무더위를 버틸 힘이 되었다.



이전 05화감동과 멘붕의 반복, 숲해설가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