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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이 May 20. 2023

MBTI가 뭐길래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디제이와 게스트가 MBTI에 대해 이야기한다. P라서 그러셨군요, 저는 J라서 계획이 틀어지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MBTI에 관한 대화는 비슷한 패턴의 레퍼토리로 흘러간다. 두 사람은 점점 더 흥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청취자인 나는 그만큼 신나지가 않다. 접하는 미디어마다 MBTI 이야기를 하니 이제는 조금만 적당히 해주었으면 싶을 때도 있다.


처음 MBTI라는 성격 테스트를 접했을 땐 라디오 속 그들처럼 신이 났었다. 성향이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명쾌하게 정의되어 좋았다. 나의 성향을 알아서 재밌었고, 타인의 성향을 알게 되어 신기했다. 이제 MBTI는 날씨 얘기만큼이나 흔한 화젯거리가 되었다.


MBTI의 지속적인 인기비결은 단순명확하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자신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고

둘째타인의 성향을 알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한 역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자신을 이해한다

->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 타인의 성향을 안다

-> 선입견이나 편견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mbti는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것이 관계에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자기 방어의 일부분일지라도. 예를 들어, 힘든 일이 있을 때 공감보다 조언을 하는 건 그가 F(감정)성향보다 T(사실)성향이 강해서이고, 약속을 자주 잡지 않는 건 애정의 정도와 상관없이 그(그녀)가 I성향(내향)이라며 나와 다른 성향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성향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점. 그것이 MBTI라는 성격검사의 미덕이 아닐까.



그런데 하나의 인간을 알파벳 4개의 성향으로 규정짓는 건 위험한 부분이 없지 않다.


같은 E성향이라도 E와 I의 비율은 같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라 성향은 미묘하게 다를 것이다. 완전히 동일한 성향을 가진 이는 지극히 희박할 확률이 높다. 정확히 나누려면 I가 70%에 E는 30%인 성향이야 라고 구체적 수치를 대어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로 누군가의 성향을 정의 내리는 건 그 어떤 통계치도 없다. 예를 들어 I가 10~30%인 사람은 일주일에 약속을 2번 정도 잡고, 10% 미만일 경우 한번 정도 약속을 잡는다는 유의 통계치를 낼 수 있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인재채용 기준으로 MBTI를 본다는 기사를 보았다. 업종과 직종에 따라 선호되는 성향이 있을 테니 취지는 알겠다. 그렇지만 극단적인 예로 외향적인 사람이 꼭 영업을 잘할까에 대한 질문에 백 프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MBTI를 과신하는 상황에 우려를 하게 된다.

성격테스트를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가능성을 제한하는 또다른 선입견의 잣대로 사용되진 않을지.

MBTI가 원래의 취지와 미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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