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의 관점" vs "소비자 관점"
글에 들어가기전에.. 한가지 말씀들 드리면, 이 글은 향기에 대한 글이 아니라, 향수 제작에 관한 나름의 경제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글입니다. ^^:;
향수와 관련된 질문을 하나 드리면..
"왜 보통의 향수 회사들이 100ml와 같은 대용량 제품을 주로 많이 만들어왔을까요?" 좋아하는 향수를 고객들이 오래 쓰시라고? 뭐 그런 이유가 '0'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유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가장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구조를 찾아서 진화해왔다는 것인데, 그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드리고자 그래프를 준비했습니다만.. 내용이 조금 딱딱해질 수 있겠으니.. 조금만 참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 X 축이 한 병 당 용량(volume), 그리고 Y 축이 한 병당 price(가격)이다 ]
일반적으로 고객은 용량이 증가할 때, 그에 비례하여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Price 곡선이 정비례하여 우상향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향수를 재조 하는 direct cost(직접비)는 그와 같이 우상향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 당 용량이 커질수록 "Margin = Price - Direct cost"는 커지게 되어있고, 그래서 공급자의 입장 B에서 (예를 들면 100ml) 큰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게다가 동일한 제품군에서 작은 용량의 제품을 파는 것이나 큰 제품을 파는 것이나 들어가는 노력은 그리 차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큰 제품을 파는 게 남는 것이기 때문에 B만큼의 대용량을 판매하여 margin maxize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파펨의 경우는.. A와 같이 적은 용량(5ml)을 만들어 판매한다. A라는 지점에서는 고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은 낮을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direct cost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unit당 마진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여기서 그럼 파펨도 A가 아니라 B를 만들어서 판매하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것은 파펨이 지향하는 방향이 아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관점"에서 향수라는 제품을 바라봐야 하는데..
1) 향수 고객 중에는 계절, 날씨, fashion 등에 따라서 다양한 향을 사용하길 원하는 사람들도 많고
2) 하지만 다양한 향수를 모두 큰 병을 사서 쓰기는 비싸고..
3) 게다가 다 쓰기에도 너무 부담스러워서.. 화장대 한 구석에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파펨은 소비자 관점에서 향수라는 제품을 디자인하였기 때문에, 위의 기준들에 부합하기 위해 "A"라는 소용량 수준에서 제품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B와 같이 대용량 제품을 만드는 구조와는 다른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
A) 제품 가격의 30~40%에 달하는 Retailer fee를 감안하고 판매하기가 어렵다. [관련 글 : 스타트업 기득권과의 공생?] 그렇기 때문에 자체 online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것이 필요하다.
B) 고가의 bottle 디자인에 신경 쓰기가 어렵다. 그래서 파펨의 디자인 철학을 담으면서도, simple한 bottle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다.
c) 럭셔리 브랜드들이 연예인들을 동원하여 집행하는 엄청난 광고가 아니라, 새로운 marketing channel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들을 거꾸로 뒤집으면,
"공급자 관점"에서 대부분의 향수 브랜드들이 소용량(A)이 아닌, 대용량(B)의 제품들을 만들어온 이유가 되는 것이다.
다시 위의 그래프 1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 왜 Direct cost가 Unit volume 증가에 따라 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가? 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데.. 아래 그래프 2를 잠깐 보면, Direct cost를 구성하는 요인에는 크게 1) 향수 원액, 2) 공장 가공 비용, 3) Package, 4) bottle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아래와 같은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서 그럼, 왜 공장 가공 비용이 unit volume이 늘어날수록 감소하느냐?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MOQ이다. 대부분의 공장들은 한번 공장을 가동하면, 동일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낼수록 효율이 높아진다. 그래서 MOQ(Minimum Order Quantity)라는 것이 존재하고, 향수 업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래 그래프 3을 보게 되면 MOQ 만큼만 주문을 했을 때의 unit 당 cost가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rough 하게 그려 본 것임]
그렇다면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한 번에 대량으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향수라는 제품의 유통기한이 식료품과 같이 짧다면, 이렇게 생산을 해서 팔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향수의 유통기한은 3~4년 정도이고, 또한 전자제품들과 같이 trend 변화가 심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만들어 두고 팔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대량으로 제조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판매가 가능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명품(Luxury Goods) 브랜드들이 Brand power를 통해 대량으로 생산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하는 industry의 특징
을 갖게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다 보니.. 조금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들은 너도나도 향수 category를 만들게 되는데.. luxury + mass + affordable이라는 짬뽕들이 나타나게 되는 영역이 되어 버린 듯하다. 제품 개발보다는 엄청난 광고와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여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중심이 되어 버리는 브랜드들.....향수라는 산업의 게임이 브랜드력과 돈으로 해결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나! 이렇게 Mass luxury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또 그 세상을 깨고 새로운 영웅들이 등장하는 시기가 온다. 더 이상 그 명품들이 명품이 아닌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향수 industry에서 보자면!! 그것이 바로 niche perfume들이라고 볼 수 있다.
Niche Perfume을 어디까지 정의할지 조금 애매할 수도 있지만, Jo Malone / Dip Tyque / Le Labo 정도가 유명한 니치 퍼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Mass 브랜드들이 100,000 bottle을 판매한다면, 니치 퍼퓸은 5,000명 정도 수주의 판매량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특징들을 살펴본다면,
1) 누구나 쓰는 affordable luxury를 벗어나 다르고, high end로 포지셔닝..
2) Marketing과 광고로 덕지덕지 휘감긴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의 스토리가 존재하는..
3) 하지만 대량 생산의 영역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cost를 낮추기는 어렵고.. 그래서 가격 또한 비싸게 판매될 수밖에 없는.
파펨은 공급자 관점에서의 Big bottle 생산, MOQ를 상회하는 물량으로 cost 절감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슬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관점에서.. 다양한 향을 써보고 싶고, 적은 용량도 가능하며, 가격은 합리적인 니즈들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공급자 관점과 소비자 관점 간의 차이를 줄여나가서, Game Changer로써 역할을 하는 것이 "파펨"이라는 브랜드이자 startup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갈길이 험난하다.. ㅜㅜ
파펨의 향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