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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아 May 04. 2022

#01 북서향의 작업공간

생활은 불편하지만 작업은 잘되네요


 “아으 추워.”



 겨울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나오는 소리다. 분명 난방을 틀고 잤는데도 공기가 차갑다.


 
 겨울이 되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수도나 보일러가 얼어버린 것 같다.
 겨울에도 영하로 잘 안 내려가는 부산에서 추위로 뜨거운 물이 안 나오다니.
 북서향 집의 겨울은 가혹하다.
 난방을 틀지 않고 어디까지 내려가나 했는데 13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베란다는 냉장고나 다름없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환기를 위해 베란다 문을 열었다.
 차갑다 못해 시린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분명 오늘부터 날이 풀린다고 안 했었나?"



 덜덜 떨며 환기를 시키다 보면 머릿속이 시원하게 변한다.
 잠에서 번쩍 깬다.
 
 걸어둔 빨래가 햇빛을 보지 못한 채 차갑게 식어있다.
 추운 하루가 지속될 테니 따뜻한 차를 끓인다.
 
 나는 북서향 집에서 작업하고 있다.
 생활은 불편하지만, 작업할 때는 괜찮다.
 
 겨울엔 햇볕 제대로 못 쬔 채 작업만 계속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봄이 되자 그래도 살만해진다. 가끔은 오한이 들기도 하지만 괜찮다.          


북서향 집 귀퉁이 작업공간.

이곳에서 끊임없이 작업을 하고 있다.     


계약서가 도착하고, 얼마 뒤 완결까지 다 쓴 원고를 보낸다.

웹소설 단행본 작업이 일단 끝났으니 이제 그림을 그릴 차례다. 설렌다.

오늘은 가볍게 스케치할 예정이니 좌식 테이블에 휴대용 태블릿과 종이를 번갈아 가며 작업해본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차기작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럴 땐 핸드폰의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메모해놓기도 한다.

컴퓨터와 연동을 할 수 있어서 밖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어서 쓰기도 한다. 편리한 시대다. 앉는 곳이 작업공간으로 변하다니.   

 

오랜 기간 끙끙거렸던 작업이 끝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새어버리는 기분이다.

전작에 대한 미련을 없애고 다음 작업을 하기 위해 예열한다.

그리고 잠시 철퍼덕-. 책상에 누워 머릿속을 정리한다.     


아이디어는 쉼 없이 떠올라도, 막상 작품에 쓸 수 있는 아이디어는 극소수다.

원석을 깎아나가듯 하나씩 다듬고 다듬어 작품을 만들어본다.   


  

오늘은 살랑살랑 봄이 묻은 바람이 부는 날이다.

평소보다 작업이 잘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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