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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ve 웨이브 Aug 19. 2022

생각의 틀을 깨세요!

과학저널리스트


'글을 쓰고 싶은데... 독서 모임에 들어가고 책부터 읽자...'

최근 3년 사이에 글이 좋아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래된 꿈을 이루려는 뒤늦은 학구열이죠. 우연히 전공과 경험을 연결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교육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과정의 '과학 저널리스트' 과정입니다. 과학커뮤니케이터 활동을 하시는 교수, 에디터, 기자, 작가 분들을 만났습니다. 매체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분들의 강의를 듣고, 나의 글을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는 등 얼떨떨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4~5 개월간 진행되는 과학커뮤니케이터 양성과정은 6개의 분야(크리에이터, 저널리스트, 강연자, 일러스트레이터, 공연가, 디벨로퍼) 나누어졌습니다. 그중 과학 저널리스트 과정은 공통 강의, 전문가 강의, 5-6인씩 조별 멘토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조의 멘토는 '우리말 달인, 엄민용' 스포츠경향 편집국장님이셨습니다.  만남부터 오래전 알았던 선배님처럼 수수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정동 경향신문사 근처의 이화수전통육개장이라는 식당의 작은 공간에서 미니 강의를 하신 후에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유로운 형식의 멘토링이었습니다.


“심청이가 효녀일까요? 불효를 저지른 자식일까요?"
"홍길동은 착한 사람일까요? 나쁜 사람일까요?"

제가 아는 심청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에 임당수 재물 된 효녀입니다. 부모의 신체 일부로 만들어져 태어나고 부모가 자식을 위해 대가 없이 평생을 희생하듯 부모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효녀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딸과 생 이별하고 남겨진 아버지 심학규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어린 딸을 재물로 바쳐서 뜬 눈으로 살아가는 게 행복했을까요? 딸의 목숨 값으로 앞을 보는 그 심정이 기뻤을까요? 임당수로 가기 전 심청이는 고명딸이 되면 공양미 삼백석을 준다는 제안도 받았습니다. 그걸 마다하고 임당수로 향했습니다. 살아서 공양미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아버지를 홀로 두고 목숨을 바친 심청이는 과연 효녀일까요?


고전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은 부잣집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의적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홍길동은 자신의 노력은 일도 없이 남의 남의 보물을 탈취해서 빈민에게 나누어 줍니다. 서자의 신분이지만 병조판서가 되고 그 뒤 고국을 떠나 율도국을 세워 나라의 최고 권력인 왕이 됩니다. 만약 내 자식이나 가족이 홍길동처럼 산다면 과연 지지할 수 있을까요? 밤마다 도둑질하는 행동을 의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정반합 글쓰기 (not A but B)  :  독특한 관점은 '왜 B인지'가 아니라 '왜 A가 아닌지'에서 나옵니다.

어떤 상황에 대한 내가 처음 갖는 생각은 '정'입니다. 그 생각과 대조적인 생각이 '반'입니다.

글쓰기에 있어서 나의 주장을 증명함과 동시에 그와 반대되는 입장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정의와 반의를 여러 가지 관점으로 해석해서 합의에 도달하는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것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틀리다'를 '다르다'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유연한 사고는 글쓰기의 넓이와 깊이를 다르게 합니다.


글은 작가의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사고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독자는 작가의 유창하고 화려한 기교의 문장보다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심오한 통찰을 원합니다. 글을 읽다 보면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고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자신의 자아와 만나기 때문입니다. 글과 소통한다고 느낄 때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은 글이 주는 통찰이 자아를 일깨울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몇 달간의 조별 멘토링이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국장님의 자상하신 배려와 세심한 피드백이 글쓰기 초자인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생각의 틀이 깨고 논리적 글쓰기를 하려면 어쨌든 글을 써야 한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글을 꾸준히 올리는 것이 글쓰기의 정석이라는 말씀 마음에 세기고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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