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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Feb 10. 2023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장애 인권’보장을 위해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전문잡지 "월간 [소셜워커]" 별의별 이야기 12월호


나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는 생활 지도원이다. 수습 3개월 시점부터 내가 담당한 일은 17세~60세의 남자 이용인의 생활지도였다.

나의 업무에서 특히 고충인 부분은 신변처리, 목욕, 그리고 문제행동 중 성적인 집착 행동을 여자인 내가 오롯이 제제하고 담당며 교육 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당연한 것은 사회복지사의 대부분이 여자 선생님으로, 이용인 대비 남자 선생님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업무 분담이다.

이 어쩔 수 없음에, 주어진 업무를 전문가로서 해낸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고충이 없진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고충을 상부에 보고하고, 특정한 업무를 동성인 선생님이 담당하도록 건의해 봤으나, 남자 선생님의 업무 과중으로 그 또한 추진 되기 어려웠다.     

방금 예로 든 성별로 인해 따라오는 고충 이외에도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은 많다. 장애인의 인권보장이 사회적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는 과도기에 있는 지금, 비례적으로 사회복지사의 인권은 그에 비해 과소평가 되고 있지 않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 일상의 모든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사의 인권보장이야말로 지속적인 장애인의 인권보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애인 인권을 위해서 사회복지사 업무의 명확한 이해와 책임의 한계도 다시 규정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시설 이용인에게 생긴 모든 일의 책임은 생활 지도원의 몫이다.     

업무 중 문제 발생 시, 사회복지사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되는 현재의 구조적인 문제는 이용인의 문제행동의 개선도 어렵고, 사회복지사 개인의 윤리적 회의감도 가중시킬 위험요소가 다분하다.

예를 들어 어떤 이용인이 “나가서 자유롭게 다니다 오겠다”라고 욕구 표현했을 때, 현시점에서 사회복지사는 이분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하여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있다. 왜냐하면, 그 이용인이 외에 돌봐야 하는 이용인이 다수이고 그 이용인의 이동지원을 따로 해줄 인력이 마땅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사회복지사는 도전적인 행동과 문제행동이 잦은 이용인에게 생활 곳곳에 통제를 두는 방법으로 사고 예방과 이들의 안전에 초점을 맞춰 업무를 진행한다. 한방을 이용하는 이용인이 6~7명이 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한 이용인의 문제행동이 다른 이 용인의 안전에 위험요소가 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막상 이들의 문제행동 뒤의 의도와 이후의 개선방안 마련에는 미흡한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렇듯 이용인 일상지원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그 담당 사회복지사 개인의 자질과 능력 여부로 취급해 버리는 현재 시설의 구조적인 방식부터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이용인의 자기 결정으로 인한 행동의 결과에 따른 모든 문제 사항을 사회복지사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 시키는 것이 아닌, 내부 구조적인 ‘서비스 분야’ 자체로 두는 것을 제안해 본다. 즉 서비스의 계획과 이행 그리고 상황기록 등으로 이용인의 문제행동을 기록 분석하고 그에 따른 회의를 통해 차후 대안 모색 및 전문가 투입 등의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것이다. 또한, 이용인의 자유로운 동선을 위해 추가 인력이 마련되고, 문제 발생 시 특정한 공간에서 감정을 가라앉힐 정서 안정실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시설 내 구성은 사회복지사나 장애인 모두에게 적절한 선택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1인 다역을 소화해 내야 하는 사회복지 시설의 종사자     

시설에서 불리는 “엄마”는 엄마이면서도 엄마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시설 종사자는 “선생님”이전에 “엄마”라고 불리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엄마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지만, 언어에 미약한 장애인들에게 선생님보다 엄마라는 호칭이 더욱 빠르고 쉽게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설 생활 지도원은 실제 엄마의 역할을 감당해 내야 한다.

사실 호칭이란 일상에서 늘 불리고 듣는 것이라, 그곳에서의 자신의 존재감이 되기 때문이다.

즉 일터에서의 호칭은 그 사람의 업무와 역할에 한계를 규정짓게 된다.

먼저 엄마니까 라고 시작하는 업무에는 주어진 역할 이상의 무한한 기대감이 있다.

가정에서의 엄마는 ‘사적 자치’ 영역까지 포함된 권리가 있지만, 시설에서는 엄마로서의 기대감과 책임감만이 존재한다. 소위 ‘딸 같은 며느리’와 같은 표현이다.

도전적 행동이 있고 이것이 지속되는 이용인이 있다고 하면, 이 이용인의 행동통제 행동치료 그리고 문제 발생 시 생기는 책임까지 그 엄마가 져야 한다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문제행동이 지속되거나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리는 전문가를 찾아가 진단을 받고 행동수정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듣는다.

시설의 매뉴얼에는 ‘사례회의’나 ‘개별화지원 프로그램’ 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실무에서 이것은 주로 형식적인 절차로 그치거나, 사고 발생 시 책임 여하를 가리기 위해 소급되는 자료 만들기 차원으로, 실제 상황에서 이용인 지원에 직접적인 도움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미비하다.

시설의 이용인도 이러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회사 자체의 행적지원을 받으려고 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또한 적절한 지원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시설 생활 지도원의 업무상 한계의 명확성 불분명으로 ‘사회복지사니까 책임져야 한다’라고 하는 시작은, 이용인의 문제를 개인의 한계영역으로 두고 폐쇄적인 것으로 만들어 개관적이고 체계적인 문제해결을 방해한다.

사회복지사도 전문가니까, 응당 그 행동을 통제하고 지원할 방향을 찾아가야 하지만 그 담당 사회복지사가 모든 것에 혼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까지 감당해 내야 할까?

전문영역이 세분화되어 있는 현재, 사회복지 분야만큼은 사회복지사가 1인 다역을 감당하고 있다. 행동에 문제를 자주 보이는 이용인에게는 행동치료 전문가가 투입되고, 성적인 집착과 그로 인한 문제 발생이 일어나는 이용인에게는 성상담 전문가가 투입되는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그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한 연계적인 교육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사회복지사 즉 지도원의 입장으로 시설 측에 전문가의 자문이나 적극적인 대안책을 요청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질 때, 이용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책이 이루어 진다.     


장애인 탈시설화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사회복지사 고용연계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문제는 이제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면서, 초관심사에 속해 있고 그로 인해 이들의 인권보장은 앞으로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근본적인 정책 마련으로 거론되는 것이 장애인 거주시설의 탈시설화 추진이다.

그러나 탈시설화라는 이야기가 거론될 때마다, 우리 사회에서는 간과되고 있는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시설에서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들이다.

이들에게 탈시설화 추진은 고용불안과 지원 대상자와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엄마’라는 역할로 부터의 분리이다.     

특히,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해 봐야 할 것은 이곳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의 고용연계이다. 종사자에게 탈시설화는 그야말로 ‘고용해지’라는 불안감을 준다. 고용연계는 그 소속 법인이 책임져야 할 분류로 속해 있지만, 막상 탈시설화가 진행되는 경우 법인이 이들의 고용을 책임져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탈시설화 추진과 동시에 이들의 고용불안과 일자리 단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 정책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제 탈시설화된 몇몇 시설에서 종사하던 사회복지사들은 아직도 노동단체와 함께 고용연계를 외치며 거리에 있다. 전국의 몇천 법인에 속해 있는 종사자들이 탈시설화 바람에도 이들의 사회복지사로서의 이념과 책임감을 준수할 수 있는 사회 정책적 고용연계 작업이행이 절실하다.     

탈시설 정책 방향에 맞춰, 장애인들의 자립훈련과 그들의 능력 한계치를 활용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도입되고 있다. 이들 종사자들에게도 탈시설 이후의 자립 홈이나 자립 생활 모델에 근거하여, 시설의 단체 생활지원과는 다른 개인 생활에 맞춰 지원할 전문적인 사회복지사 양성 프로그램도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선행작업은, 장애인의 안정적인 자립 생활을 위한 사회복지사의 전문적인 개별 지원으로 이어져 탈시설화 이후에 생길 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지금까지 “엄마”라고 불리며, 장애인들의 생활 전반에 함께 이행된 노력과 희생을 우리 사회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서, 그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사회복지사의 인권보장과 처우 개선이 함께 따라갈 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장애 인권보장의 영위가 가능할 것이다.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사전문잡지

"월간[소셜워커]" 12월호 '별의별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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