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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아온 Apr 13. 2023

2 웹개발자로 취업했습니다.

웹 앱개발자로 취업하고 3개월동안의 이야기

(순서가 꼬여있어요 1부터 봐주세요!

19년도 2월에 쓴 글입니다.)


처음에 입사한 후 나의 자리가 있고, 컴퓨터가 하나 있다는게 너무나도 기뻤다. 대학생땐 사물함 조차 없어서 내 자리가 없었으니까. 마치 나의 존재를 인정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입사 첫날은 무언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내 자리에 있는 새로운 컴퓨터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깔았다. 사실 무엇을 깔아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학생때 썼던 이클립스나  ui 툴이었던 브라켓, 그리고 mysql과 포토샵, MS Office, 한글등을 설치했다. 점심시간에 회사동료분들과 같이 어색한 침묵 사이로 밥을 먹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엔 오전에 설치하지 못한 프로그램을 깔았다.


첫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나의 나이가 그분들의 비해 상당히 어림에도 불구하고(최소 13년 이상) 존댓말을 써주신다는 점과 '여자'가 들어온게 아니라 '신입'이 들어왔다는 점이었다. 당연하지만 어쩌면 당연스럽지 않은 것에 나는 너무나도 감사했다.


둘째날은 대표님의 허락하에 학교 졸업식에 갔다왔다. 같이 지냈던 대학교 친구들의 몇몇 소식을 직접 만나서 들었다. 4가지 부류였다.

1. 편입할 것인지

2. 휴식을 취한 후, 슬슬 취업준비를 할 것인지

3. 컴퓨터 학원을 다닐 것인지

4. 취업을 한 사람인지.

비율은 다들 엇비슷했던 것 같았다. 아직 젊고 이제 막 졸업했으니 그렇게 고민할 여지는 충분해보였다. 어쩌면 예상했던 분위기에 크게 놀라지 않고 무난히 갔다왔던 것 같았다.


셋째날부터 약 2-3주간은 월급 루팡이 된 것 같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html, css, jquery, php를 공부했었다. 정말 나에게 있어서 행운이었던 것은, 공부를 하다가 막힌 상태가 되면, 물어볼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는 것이었다. 사수? 나에겐 모든 분들이 사수였다. 처음에는 굉장히 질문하기  죄송스러웠던 마음이었었다. 그러나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물어볼게 있으면 물어봐요.'라는 말에 용기를 얻어 질문 횟수를 늘려갔다.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간단한 html 수정이었다. 처음엔 대표님과 다른 상사분들이 '실전이다.',  '틀리면 안된다.', '백업본을 만들어두어라.' 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잔뜩 긴장한 채로 업무를 진행했다. 서버에 수정 파일을 업로드 하는게 어찌나 긴장되던지. 일을 마치고 확인을 맡을때까지 그 긴장감은 유지되었었다.


곧 'OK'사인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들었다. 사소했지만 내가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기뻤고, 학생때 배웠던 업무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 또한 놀랐다. 또한, 겁먹었던 것 보다는 할만하다는 점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한 달 반정도가 지났다. 사에 비상이 걸렸다. 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웹 프로젝트 하나가 마감기한 내에 작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지금 너무 급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상사 분의 그 말 하나에 난 여지없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무엇인가 두려웠다. 현재 프로젝트에 쓰고 있는 것은 백엔드 쪽에선 spirng boot 와 jpa 그리고 프론트엔드에서 쓰이고 있는 것은 vue였다. 그렇게 약 2주간 다시 공부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spring이란 단어는 많이 들어봤었다. 그런데 boot는 또 뭐야. jpa는 또 뭐고? 또 프론트엔드 vue는  대체 어디서 나온 단어란 말이야.


마음을 가다듬고 처음 먼저 회사에 비치되어있던 spring 책을 꺼내들어 하나씩 타이핑하며 공부했다. 툴은 이클립스였다. 그렇게 약 일주일간을 보내자 상사분에게서 재촉 아닌 재촉이 떨어졌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spring 공부를 얼추 끝냈으니 spring boot를 공부해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없으니 타이핑하며 공부할 여유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책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일단 어떤 기능이 있는지 살펴보는게 첫번째 목표였다.


spring boot책을 보며 절반이 지났을까 정말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다. 실전이었다. 기존에 mybatis로 만들어져있던 코드를 jpa에 맞게 바꾸며 기능이 돌아가게끔  작업하는 부분이었다. 백엔드와 프론트엔드 사실상 전부 알아야 작업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툴은 intellj, 이클립스가 아니었다.(엄청 기뻤다. 이클립스는 싫어했었다!) 또한 협업이기 때문에 버전관리 시스템을 써야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부분은 크게 지장이 없었다. 회사에 입사했던 초창기때 커밋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어느책을 읽고 겸사겸사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진짜 개발이라는 느낌이 들어 신중히 작업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학생때 학교 커리큘럼이 좋았던 건지, 교수님 수업방식이 현업과 비슷했던 탓인지 기존에 짜져있는 상사분의 코드를 참고해가며 백엔드 부분의 기본적인 CRUD를 작업하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쉬워서 놀랐다. 그리고 나는 내가 작업한 부분을 상사에게 보고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이렇게 빨리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나야 당연히 이게 빠른건지 느린건지 알 수 없었기에 뭔가 얼떨결한 마음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다음일이 주어졌다.


결과는 같았다. 나는 이것저것 참조해가며 일을 진행했고, 상사분들의 반응은 잘해주고 있다, 빠르다 등의 칭찬이 만연했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아, 나 진짜 인정받고 있구나, 내가 회사에 기여할 수 있구나. 더이상 월급 루팡이 아니구나.


그 후로 회사에 가는게 즐거워졌다. 일을 하는게 즐거웠다. 이게 바로 회사에 다니는 맛이구나. 라는 걸 절절히 느꼈다.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 '일을 너무 잘해도 좋지 않다. 나중에 일을 더 시킨다.'라는 조언아닌 조언이 들려온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설사 상사분이 나중에 일을 시킬 목적으로 나를 칭찬하고 독려를 한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이것은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상사분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입사한지 3개월이 지나고 나는 여전히 그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그렇지만 나는 회사에 가는게 즐겁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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