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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oung Jul 18. 2021

나도 축하받고 싶어!

축하 받을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도전하자!

“결혼 축하해!” “임신 축하해!” “출산 축하해!” 요즘 축하만 계속 하고 있는 내 일상이다. 갑자기 나도 축하받고 싶어 졌다. ‘난 언제 축하를 받았지?’ 생각해보니 5년 전 임용 합격했다고 축하 받은 일 밖에 떠오르는 게 없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동안 내 스스로에게 안식년의 시간을 주었으니 어떠한 일에 도전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일상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난 인생의 주기에서 항상 사회가 정해준 시기보다 항상 뒤쳐지게 시작했다. 대학도 재수를 해서 1년 늦게 입학했고, 취업도 29살에 시작했고, 지금은 33살인데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참 나 답다. 느릿느릿하게 가는 것이.








어릴 때부터 엄마가 말하길 또래 학생들보다 성장이 느려서 답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또래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이 아닌 나 혼자만 다른 웅변학원에 보내셨다. 그래서 난 느리다고 비교당하여 주눅이 들긴 보단 나만의 성장 속도대로 자라왔다. 어린 시절엔 내가 12월생이다 보니 성장이 또래보다 느린 것이 참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또래 애들보다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나도 사회 속도보다 느리게 가는 내 인생의 속도에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느리게 가는 것’에 덜 불안하다. 하지만 내가 불안이 극에 달했을 때는 임용을 준비하던 시절이다. 재수할 때는 어릴 때의 포부가 있어서 그런지 실패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1년 더 공부하는 것이 ‘느림’에 대한 불안보단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찼다. 그래서 힘들기보단 공부에 집중해서 한해 보내는 데 보람을 가졌었다.



하지만 다들 이미 취업하고 대리를 달 나이 27살 때 임용으을 봐야 겠다고 결심하고 공부를 할 때는 20살 때의 패기가 사라졌다. ‘시험 불합격하면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에 대한 불안감과 늦었다는 죄책감에 내 스스로를 옥죄여서 공부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결국 이렇게 합격해서 교사생활을 누리고 있는데 좀 더 즐기면서 공부하지 못한 내 스스로에게 미안함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나이 때 오히려 퇴사하고 제2의 직장을 찾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난 늦은 것도 아니였는데, 그 때는 왜 그렇게 늦었다고만 생각했는지 감회가 새롭다.



이 경험 덕분에 사회가 정해준 나이에 맞는 사회적 위치에 없더라도 이제 불안해 하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 우리 나라 사회에서 진학-취업 다음의 단계는 결혼과 출산이다. 아직 난 결혼의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벌써 늦었다며 노처녀라고 놀리는 친구도 있고 33살 여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으로 바라보고 걱정해주는 어른들도 많다. 더 늙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걱정해주시는 말씀에 감사하기도 하면서 나이만 먹었다고 아무나와 막 결혼은 할 수 없는데 자꾸 혼기 찼다고 압박을 주는 어른들 때문에 가끔 속상하기도 하다.








주위의 염려 덕분에 나도 요즘 '내가 축하 받고 싶은 주제 0순위'는 '결혼!'이다. 하지만 ‘결혼’이란 주제 만큼은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차분하게 그 날 만을 기다리며 지금의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도전과제를 수행하고 성취하여 나도 축하를 받는 일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몇 가지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두었다. 그리고 도전하기로 했다. 그 동안 안식년의 해 동안 멈춰왔던 나는 슬슬 도전하기로!

올해 남은 날들을 축하 받는 날들로 채우기로!



올해의 절반은 이미 지나갔으니, 남은 7,8,9,10,11,12월 6개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뤄내서 소소하게 축하 받고 싶다.







이것 또한 사회가 정해준 길대로다면 ‘연애’가 아닌 다른 일들로 시간을 보내는 나는 또 느리게 가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일까? 그렇게 보여도 내 마음이 나는 지금 이것들을 하고 싶다고 하니, 남은 6개월 한번 열심히 도전해볼란다. 결국엔 내 인생의 내 속도에는 이렇게 가는 게 나답게 나다운 방법으로 진짜 빠른 길로 가고 있음을 또 몇 년 후에 깨닫고 있을 나의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올 해 마지막에는 나도 축하 받으며 웃고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며 시~~~작!




(feat. 하나씩 저의 버킷 리스트들 이루게 되면 이 곳에 글을 남겨 축하받고 싶네요! 축하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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