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5일 차
벌써 이곳에서 다섯 밤을 지냈다. 그 사이 나름 루틴이라는 것이 생겼다.
5시 반 정도 기상을 하면 창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그리고 동거인의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방의 작은 블라인더를 올려 살짝 아침 기운을 맞이 한다. 그리고 침대를 정리하고 이를 닦고 물을 두 컵 마시고 다시 침대 위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 조용히 명상을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금세 6시. 좋아하는 유튜버의 6시 모닝콜을 10분 정도 감상하고 30분 정도 조용한 운동을 한다. 아직 동거인이 숙면 중이기 때문에 가능한 조용히, 살포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스쿼트나, 런지, 물병을 이용한 프리웨이트 운동이 좋다.
6시 50분쯤이면 아침 도시락을 배급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약 20분쯤 후에 도시락을 가지고 들어가라는 방송이 나오면 죽은 듯 잠을 자던 동거인과 나는 좀비처럼 벌떡 일어나 식사를 가지러 방문을 연다. 우리가 방문을 열 수 있는 기회는 하루 딱 4번. 식사 세끼와 마지막 쓰레기 배출 한 번. 정말 말 그대로 문 만 열었다 닫는 거라 복도의 살아있는 생명이라고는 1도 마주칠 수 없다. 앞 방 거주인이라도 마주칠 만 한데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식사는 모두 도시락. 이젠 그 맛이 그 맛이다. 돈가스가 나오건 어묵이 나오건 맛으로 먹기보다는 허기를 잠재우기 위해 먹는다. 그래서 먹는 양이 많이 줄었다. 때때로 같이 제공되는 과자나 빵 등이 있는데 나는 또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잘 체하고 소화가 안돼서 그마저도 꼬박꼬박 적립하여 친구들에게 무슨 전리품이라도 되는 듯 사진을 찍어 자랑한다. 아무도 공감해주는 이는 없지만 그래도. 극한 상황이 오면 이 식량으로 일주일은 더 버틸 것처럼. 누군 격리하면서 몇 키로가 쪘다고 하던데, 측정해보진 않았지만 못해도 나가면 1킬로는 빠져있지 않을까.
이렇게 아침 식사를 마치면 나의 동거인은 다시 취침을 한다. 사실 핸드폰 말고는 딱히 할 것이 없기 때문에 깨어 있을 땐 밥을 먹거나 핸드폰을 보고, 그렇지 않으면 잠을 자는 것이 일반적인 일과다. 나는 일이 많아서 태블릿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태블릿으로 일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아마 과감히 노트북을 들고 왔으리라.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나에게는 태블릿밖에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 컴퓨터가 없으면 태블릿이지.
그래도 날 위로하는 친구들의 주기적인 전화로 일과 일 사이의 무료함은 금세 지나간다. 아침 먹고 일, 점심 먹고 일, 저녁 먹고 잠깐 전화통화를 하고 다시 일. 이렇게 일에게 고마웠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일이라도 없었으면 이곳에서 어떻게 버텼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참 간사한 인간 같으니라고.
저녁을 먹고 나면 그나마 일과가 마무리된 느낌이다. 세수를 하고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본다. 뭐 그다지 건설적인 건 없지만 "느긋하게"가 포인트라면 포인트 인 셈. 온라인 아이쇼핑도 하고 SNS도 하고 그리고 격리가 해제되면 뭘 먹고 뭘 할지 머릿속에 리스트를 만들어본다. 우리 고양이 숨숨집이랑 캣 타워 사주고, 엄마랑 돼지국밥 먹으러 가야지. 헤헷
굿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