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시장이 아니다. 이 시장의 바탕에는 오랫동안 장흥 사람들의 삶을 떠받쳐 온 장흥장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장흥읍 재래시장은 구한말부터 인근 농어촌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수산물이 모이던 5일장이었고, 장날은 물건을 사고파는 날이자 소식이 오가는 날이었다. 장흥장의 풍경은 오랫동안 지역 공동체의 리듬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장흥장도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상설시장과 슈퍼마켓이 들어서고, 유통 구조가 달라지자 장날의 힘은 점점 약해졌다. 장흥장 역시 다른 농촌 지역의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명맥은 이어졌지만 활력은 줄어드는 길을 걸었다. 이때 장흥군이 선택한 방향은 ‘전통을 지키는 방식’이 아니라 ‘전통을 다시 쓰는 방식’이었다.
2000년대 초, 장흥군은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며 주말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평일의 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찾아오는 주말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곳이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이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기존 상설시장과 5일장 시설을 철거하고, 대대적인 정비와 현대화를 거쳐 토요일에만 열리는 새로운 시장이 문을 연다. 장날의 기억은 남기되, 시장이 열리는 시간과 목적은 달라졌다.
토요시장은 장흥장이 지닌 장터의 성격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다른 얼굴을 갖고 있었다. 이 시장은 장흥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장흥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이었다. 기존의 2·7일 장은 유지하면서, 토요일에는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시장을 연다는 발상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후 여러 분석에서 이 시장을 ‘전국 최초의 주말 관광형 시장’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의 전략은 분명했다. 이 시장이 내세운 가장 강력한 얼굴은 한우였다. 장흥은 오래전부터 한우 사육이 활발한 지역이었고, 값싸고 질 좋은 한우라는 인식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토요시장은 이 한우를 직거래로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고, 시장 안에 한우 식당가를 조성한다. 장을 보러 오는 시장이 아니라, 한우를 먹으러 일부러 찾아오는 시장을 만든 것이다.
이 선택은 토요시장의 성격을 빠르게 바꾸어 놓는다. 토요일이 되면 장흥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었고, 시장의 매출도 눈에 띄게 성장한다. 한우는 토요시장의 대표 상품이 되었고, 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언어가 된다. “장흥 토요시장은 한우 시장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하지만 장흥 토요시장의 이야기는 한우에서 멈추지 않는다.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장흥의 다른 특산물들이 자연스럽게 한 상 위로 불려 나온다. 산에서 나는 표고버섯과 득량만에서 나는 키조개가 그 주인공이다. 장흥군은 시장을 새로 꾸리며 한우와 함께 표고버섯, 무산김 등 지역의 대표 특산물을 집중적으로 상품화했고, 이 과정에서 한우·표고·키조개를 함께 돌판에 구워 먹는 방식이 자리 잡는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장흥 삼합이다. 홍어삼합이 익숙한 이름이었다면, 장흥의 삼합은 지역의 자원을 새롭게 엮은 조합이었다. 들의 한우, 산의 표고버섯, 바다의 키조개를 한 불판 위에 올리는 방식은 장흥이라는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상차림이었다. 이 삼합은 토요시장을 찾는 이유가 되었고, 장흥을 기억하게 만드는 음식이 된다.
토요시장이 성장하면서, 시장의 역할도 함께 확장된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공연이 열리고 체험이 이루어지는 문화 공간이 된다. 장흥 물축제, 편백숲 우드랜드 같은 지역 관광 자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토요시장은 장흥 여행의 출발점이자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 시장을 걷는 일은 곧 장흥을 경험하는 일이 된다.
장흥장 시장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토요시장은 분명한 전환점이다. 장날 중심의 재래시장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이며 다시 살아난 사례이기 때문이다. 장흥장은 사라지지 않았고, 대신 토요일이라는 시간과 관광이라는 문맥을 얻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우 직거래와 장흥 삼합이라는 음식 전략이 놓여 있다.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은 장흥 음식문화가 밖으로 나오는 무대이다. 장날의 기억과 주말의 여유, 그리고 한 상의 음식이 만나 만들어진 이 시장은 장흥이 스스로를 설명하는 가장 현실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토요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장흥의 음식과 사람, 그리고 시간을 함께 읽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장흥투데이, 「역사산책 16-장흥군 시장의 변화와 정남진토요시장」 연재
동아비즈니스리뷰, 「‘주말+한우직거래’ 포지셔닝 전략, 전통상인의 꿈을 이루다」
연합뉴스, 「정남진 장흥토요시장, ‘가장 성공한 전통시장’ 평가」
지역발전위원회, 「[지역혁신우수사례] 장흥 토요시장」
장흥군청,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 관련 보도자료」
한국관광공사, 「정남진 토요시장」 여행자료
연합뉴스, 「<맛난 음식> 산·들·바다의 절묘한 만남 장흥한우삼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