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조개에서 삼합으로, 장흥을 한 상에 담다

by 길가영
장흥 삼합_26.01.18.png 장흥 삼합


장흥 삼합은 오래된 향토 음식의 계보에서 자연스럽게 내려온 조합이 아니다. 장흥 삼합은 키조개를 중심으로 한 바다의 재료가 들과 산의 재료를 불러들이며 형성된, 비교적 현대적인 음식이다. 이 음식은 맛의 궁합보다 구조의 필연성이 먼저 작동한 결과이다.


키조개는 장흥 바다를 대표하는 재료로 자리 잡았지만, 지역을 설명하는 음식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다른 축이 필요했다. 바다의 키조개와 함께 불판에 오를 수 있는 재료, 그리고 장흥이라는 공간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재료가 요구되었다. 이 조건을 충족한 것이 한우와 표고버섯이다.


장흥은 인구보다 한우 사육두수가 많다고 알려진 지역이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구릉과 초지, 남해안 특유의 온화한 기후는 한우 사육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왔다. 장흥 한우는 지역 축산 정책과 유통 구조를 통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며, 들을 대표하는 식재료로 자리 잡는다.


장흥의 산림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산림 비율이 높고 참나무 자원이 풍부한 장흥은 오래전부터 표고버섯 재배에 적합한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원목 표고버섯 산업은 장흥의 산과 숲을 그대로 반영하는 생산 방식이며, 표고버섯은 장흥 산림의 성격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식재료이다.


이렇게 키조개·한우·표고버섯은 각각 바다·들·산이라는 서로 다른 생태 구역에 뿌리를 둔 재료로 완성된다. 이 세 재료는 이미 각각의 산업과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하나의 음식으로 결합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장흥 토요시장이 관광형 시장으로 개편되면서, 장흥군은 지역 특산물을 한 상에 담아 보여 줄 수 있는 대표 음식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키조개를 중심에 두고 한우와 표고버섯을 함께 굽는 방식이 선택된다. 이는 기존의 삼합 개념을 차용하되, 장흥의 자원 구조에 맞게 재해석한 결과이다.


장흥 삼합에서 키조개가 중심에 놓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키조개는 득량만이라는 구체적인 바다 풍경과 갯벌 노동, 봄철 제철 문화와 축제의 기억을 함께 불러오는 재료이다. 한우는 들과 초지의 풍경을, 표고버섯은 산과 참나무 숲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세 재료를 한 불판 위에 올리는 행위는 장흥이라는 공간 전체를 한 상에 옮기는 상징적 행위가 된다.


결국 장흥 삼합은 우연히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다. 키조개라는 바다의 중심축 위에, 한우와 표고버섯이라는 들과 산의 재료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완성된 구조적 음식이다. 이 삼합은 장흥의 자연과 산업, 그리고 현대적인 지역 정책이 함께 빚어낸 결과이며, 장흥이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한 음식 언어이다.


키조개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삼합으로 확장되며 장흥 전체를 말한다. 그래서 장흥 삼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키조개부터 읽어야 한다. 키조개는 장흥 음식문화의 출발점이며, 삼합은 그 출발점이 만들어 낸 하나의 완성된 문장이다.


참고문헌

장흥군청, 「키조개요리」, 정남진 천문과학관·문화관광 홈페이지, 2024-05-07.

한국관광공사, 「키조개, 석화, 매생이… 장흥에서 ‘골라먹는 재미’」, 2021-11-16.

연합뉴스, 「장흥한우삼합 산, 들, 바다의 절묘한 만남」(PDF), 2016.

연합뉴스, 「<맛난 음식> 산·들·바다의 절묘한 만남 장흥한우삼합」, 2016-09-15.

연합뉴스, 「장흥군, 지역 특산품 ‘장흥 한우’ 명품화 나섰다」, 2019-09-16.

중앙일보·조인스, 「사람보다 소가 많은 장흥군 특산물」, 2012-12-31.

동아비즈니스리뷰, 「‘주말+한우직거래’ 포지셔닝 전략, 전통상인의 꿈을 이루다」, 2011-05-25.

축산신문,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 한우 유통 신모델 제시」, 연도 미상.

장흥버섯산업연구원, 「장흥버섯 소개」 홈페이지.

농업전문 기사, 「천혜의 여건 전남 장흥 표고버섯」, 2025-03-12.

한국수자원공사 웹진, 「장흥 한 상」, 2024년 9월호.

KBS 「한국인의 밥상」, 「장흥 특산물 표고버섯, 키조개, 한우가 만든 맛의 트라이앵글! 장흥삼합」, 2011-03-24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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